대기업들이 해외 스타트업에 주목하는 이유
대기업들이 해외 스타트업에 주목하는 이유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9.07.25 2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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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대기업들이 해외 스타트업에 주목하는 이유
지난해 해외기업 투자액 1조원 달해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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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국경과 시장, 투자의 장벽이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핀란드 헬싱키에 위치한 알토대학교 스타트업 캠퍼스는 투자금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유치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외국인이 자국에서 스타트업을 창업하면 4년간 취업비자를 발급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진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국내 대기업들은 최근 해외기업 투자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해외 기업 우회 투자 통한 기술력 확보 전략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발표한 ‘2019년 1분기 벤처투자 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벤처 투자 금액은 7,453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6,377억 원보다 16.9% 증가한 수치이자 역대 1분기 기록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이와 함께 늘어난 것이 해외 스타트업에 대한 국내 대기업들의 투자이다. 단순히 유망 기업 투자뿐만 아니라 인수합병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현대자동차는 이스라엘 의료정보 분석 전문기업 ‘엠디고(MDGo)’에 대한 투자를 통해 자사의 커넥티드카에 의료서비스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엠디고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사고 발생 시 차량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탑승자의 부상 위치와 심각성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현장에서 신속한 응급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또한 동남아 최대 차량 호출 서비스 기업인 ‘그랩’과 인도의 차량 호출 서비스 기업 ‘올라’에 각각 3,0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했다.
삼성은 벤처투자전문 자회사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미국의 헬스케어 로봇 스타트업인 필로헬스(Pillo Health)의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참여했다. 필로헬스는 건강 관련 수치 관리 및 의사와의 원격 소통을 돕는 의료로봇 ‘필로’를 개발한 기업으로 노인 및 어린이들에게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현지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이외에도 삼성벤처투자는 미국 디스플레이 업체인 나노포토니카와 이스라엘 반도체 스타트업 윌롯, 동남아 인사관리 스타트업 스윙비 등에 투자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 대기업들이 한국이 아닌 해외 스타트업에 눈을 돌린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다. LG와 포스코 역시 벤처투자조합을 통해 해외 스타트업에 투자 중이다. LG는 지금까지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미국 스타트업에 216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역시 1조원 규모 벤처플랫폼을 구상해 8,000억 원을 국내외 스타트업 투자펀드에 출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분 투자에 이어 해외 스타트업 인수합병(M&A)도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국내에서는 M&A에 소극적이던 대기업들이 해외에서는 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당장의 투자 성과를 떠나 스타트업 인수를 통해 기술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많은 국내 대기업들은 수 년 전부터 한국이 아닌 해외 스타트업에 눈을 돌리고 자금투자나 인수합병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ISTE
많은 국내 대기업들은 수 년 전부터 한국이 아닌 해외 스타트업에 눈을 돌리고 자금투자나 인수합병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ISTE

 

자금 투자 외에 M&A에도 적극 나서는 국내 대기업
업계에서는 국내 벤처 투자액이 증가하면서 전반적으로 스타트업 기업 가치가 올라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반적으로 국내 벤처투자가 늘어나면서 자금 외에도 지분과 사업기회를 함께 제안하는 대기업에 비해 자금 투자를 진행하는 벤처캐피털(VC)을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더 원하기 때문이다. 이는 자연스레 대기업이 해외 스타트업을 바라보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더불어 대기업의 시장 독점에 대한 비판여론을 의식한 것 때문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스타트업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 인수나 투자에 대기업이 나설 경우 그룹 평판이 중요한 상황에서 이들이 지나친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풀리지 않는 정부 규제로 인해 국내 대기업이 해외로 눈을 돌린다는 시각도 있다. 국내 스타트업들의 기술력이 뛰어나도 규제를 피하기 위해 서비스를 쉽게 시장에 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해야 하는데 사전 단계가 오래 걸려 스타트업들은 법망을 피할 수 있는 다른 길을 찾기도 한다. 이와 반면 해외 스타트업들은 신산업 R&D 환경이 잘 갖춰져 있어 상대적으로 투자가 쉽고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벤처 투자액이 증가하면서 전반적으로 스타트업 기업 가치가 올라간 것이 대기업이 해외 스타트업을 바라보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고 분석한다. ⓒPixabay
전문가들은 국내 벤처 투자액이 증가하면서 전반적으로 스타트업 기업 가치가 올라간 것이 대기업이 해외 스타트업을 바라보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고 분석한다. ⓒPixabay

 

결국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과 4차 산업 선도 기술을 교류할 수 있는 동맹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스타트업 분석기관인 스타트업게놈이 발표한 ‘2019년 스타트업 생태계 순위’(도시 기준)에서 서울은 30위권 밖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기존 대기업 위주의 성장 모델에서 진화한 혁신성장의 ‘씨앗’이 되는 스타트업이 새로운 사업 모델을 내놓아도 기존 제도와 규제 장벽이 버티고 있다면 이 순위가 상승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정부에서 규제 개혁과 기업 활동 지원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제도나 정책이 실효적으로 잘 발휘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스타트업 활성화는 국가 경제의 성장전략이자 생존전략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투자받은 국내 벤처·스타트업 1,072개의 신규 고용만도 41,199명에 달해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도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로드맵 수립에 나서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제도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그것이 아니라면 무엇이 문제인지 등을 한번쯤 점검해 볼 필요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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