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단독 인터뷰] 가수 김현철
[이슈메이커_단독 인터뷰] 가수 김현철
  • 김갑찬 기자
  • 승인 2019.06.25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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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갑찬 기자]

13년 만에 정규 10집으로 돌아온 천재 뮤지션

’데뷔 30주년, 다시 음악이 재미있더라‘

 

 

ⓒFE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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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팝과 뉴트로, 그리고 13년 만의 컴백

 

가수 김현철이 돌아왔다. 13년 만의 컴백이다. 게다가 정규 10집. 그리고 올해는 그의 데뷔 3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어느 때보다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새 앨범 발표를 앞둔 인터뷰지만 예상외로 그는 담담했다. 그럼에도 그 어느 때보다 의욕적이었다. 인터뷰가 시작되기 전 그는 블루투스 스피커를 꺼내 들었다. 당시 아직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신곡 모두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한 곡 한 곡이 나올 때마다 이 노래가 어떤 음악이고 어떻게 영감을 얻었는지 요즘 말로 TMI(Too Much Information)가 아닐까 할 정도로 곡 소개에 열을 올렸다. 담담한 척 하려 했지만 그의 표정에는 소풍을 앞둔 아이의 설렘이 엿보였다.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증 하나. 신곡을 원하는 팬들의 갈망을 저버리며 그리고 자신의 음악을 이처럼 아끼고 좋아하던 그가 왜 13년간 가수 김현철이 아닌 복면가왕 아저씨로만 남게 됐을까? 기자이기에 앞서 그의 오랜 팬으로서 블루투스의 노랫소리가 줄어들자 바로 질문을 던졌다.

 

 

ⓒFE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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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공백이 팬들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았나

"제 노래를 사랑해준 팬들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크다. 주위에선 이번 앨범이 30주년 기념 앨범이 아니냐고 하는데 앨범 준비 기간이 때마침 30주년이지 일부러 맞춰서 준비한 것은 아니다. 새 앨범을 준비하며 13년이란 시간이 지나다 보니 악기도 바뀌고 녹음 방식도 바꿨다. 달라진 것이 너무 많더라. 레트로, 뉴트로가 주목 받으며 음악계에서도 예전 악기들을 많이 사용하지만 녹음 방식이나 기술적 부분이 달라지는 것은 분명하다. 그걸 모르면 앨범을 만들 수 없었을텐데 늘 환경을 주시하고 있었기에 오랜만의 컴백임에도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갑자기 음악이 싫어진 이유가 있는가

“9집 이후 갑자기 음악이 재미없었다. 혹자는 팔자 좋은 소리라고 한다. 이런 얘기를 하면 회사원들은 가고 싶어서 가냐고 반문할 것이다. 기자 역시 기사가 항상 기사를 쓰고 싶은 것은 아니지 않나? 음악을 하는 사람을 포함해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슬럼프가 오거나 일이 안 될 때 과감히 그만둬야 한다. 이는 무언가를 창조하는 일을 하는 사람의 권한이자 권리라고 생각한다. 음악이 재미없다고 생각될 때 악기, 컴퓨터 등 모든 장비를 팔 정도였다. 지금 들고 있는 이 블루투스 스피커가 유일한 음악과의 소통 창구였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며 팔았던 장비들을 다시 사는 것이 그 시작이었다.”

 

 

ⓒFE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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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음악에 흥미를 갖기까지 13년이 흘렀다

"음악이 싫어지고 하고 싶지 않을 때 과감히 그만뒀기에 요즘 다시 재미있어졌다.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억지로 이어갔다고 지금도 음악을 억지로 했을 것이다. 음악과는 멀어진 삶을 만끽하는 것이 조금씩 지칠 때쯤 지인이 전화하더니 시티팝을 아는지 묻더라. 미국에서 일본으로 건너와 유행했으며 미디엄템포로 브라스를 많이 사용한 노래라는데 이는 내 음악과 비슷했다. 또 어떤 날은 일본에 있는 지인이 내 노래를 트는 일본 DJ가 있다고 전했다. 일본은 관광 말고는 따로 활동한 적이 없었기에 어떻게 내 노래를 아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지인을 통해 그 DJ와 통화를 일본에서도 내 음악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그가 말하던 내 노래는 음악을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만들던 시기의 음악이었다. 당시의 앨범을 30년 후에 그것도 일본에서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이러한 순간들이 반복되며 굳이 요즘 스타일의 음악이 아니라도 내 음악 그대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정규 10집에 앞서 프리뷰 형태의 앨범을 먼저 공개했다

”처음부터 프리뷰 앨범을 기획하진 않았다. 10집을 먼저 만들고 일부분을 떼어낸 것이라 보면 된다. 특히 여름에 어울리는 노래들도 있어 먼저 공개하게 됐다. 이번 앨범에는 특히 후배들과 함께한 작업이 많다. 평소 친분이 있던 마마무 제작자 김도훈과 이야기를 나누다 내 노래를 흔쾌히 함께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때부터 가사를 썼다. 특히 휘인과 화사가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단짝으로 지낸다는 것을 알고 한 남자를 둔 두 단짝의 이야기를 쓰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또 다른 수록곡은 죠지와 함께했다. 죠지는 우연히 어떤 무대에서 만났는데 예전 내 모습과 비교되면서 왠지 느낌이 좋았다. 정신이 없는 모습도 예전 나와 비슷했다. 그래도 성격은 정말 좋다. 이번 앨범에서 같이 노래를 불렀는데 누가 죠지고 누가 김현철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목소리가 비슷했다.“

 

 

​ⓒFE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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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30년, 김현철의 음악은 지금부터 시작

천재 뮤지션으로 불렸던 가수 김현철의 13년 공백을 대중은 쉽게 느끼기 어려웠다. 음악을 싫어졌을 뿐이지 대중과의 소통이 싫어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라디오 DJ를 통해 혹은 복면가왕을 포함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꾸준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기에 팬들조차 13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을 인지하지 못했다. 더욱이 1989년 ‘김현철 Vol.1’을 시작으로 춘천 가는 기차, 왜 그래, 달의 몰락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던 그의 노래가 지금도 원곡 혹은 후배 가수들의 커버곡으로 귓속에 맴돌기에 공백기란 단어가 되레 낯설 수 있다. 그렇다면 데뷔 30주년, 그리고 정규 10집을 선보일 그의 가수로서의 삶은 어땠을까?

 

어느새 데뷔 30년이다

"데뷔 30년이라니 내가 벌써 이렇게 늙었나? 가끔 지난 세월이 씁쓸할 때도 있다. 돌이켜보면 1집을 준비하며 데뷔하던 당시가 가장 행복했다. 그땐 진짜 아무 생각도 고민도 없었다. 오롯이 내 음악만 했기 때문이다. 1집이 좋은 평가를 받게 된 이후 다음 앨범 작업부터는 생각도 들어가고 작전도 들어가며 노림수를 생각해야 했다. 어쩌면 이런 과정의 반복으로 13년간의 공백이 생기고 음악이 싫어졌는지도 모른다. 존 레넌의 예를 들면 그가 직접 어디에서 노래를 틀어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음악은 세상에서 많은 일을 하고 좋은 역할을 한다. 이처럼 노래는 노림수 없이 생각 없이 해야 한다. 이제야 음악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 연세대 농구부를 이끌었던 최희암 감독님은 종종 선수들에게 ‘세상 쓸모없는 공놀이를 하는 너희가 있는 것은 팬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저 역시 같은 생각이다. 저를 사랑하고 제 음악을 아껴준 이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고 여전히 음악을 할 수 있다.”

 

데뷔 30년보다 10집 앨범에 더 큰 의미 부여한다는데

“9집 발표 이후 왠지 모를 찜찜함이 있었다. 아마도 10이라는 숫자가 마침 혹은 완성을 의미하기에 무엇인가 마무리 짓지 못한 기분이었다. 10집 앨범이 발표되면 캐비닛 한 칸을 잘 채웠고 완성했다는 뿌듯함이 있을 것 같다. 요즘은 디지털음원으로 싱글 형태의 앨범이 익숙하지만, 우리 세대는 여전히 ‘몇 집’이라는 단어가 익숙하다. 이번 10집 앨범은 가수 김현철의 30년이 담긴 10번째 앨범이다. 혹자는 저에게 전성기가 이미 지났다고 하지만 10집을 완결하며 다시 활발히 활동할 재료를 쌓을 수 있다. 이제는 진짜 자유로울 것 같다. 큰 숙제이자 압박이었는데 이를 털어버리는 앨범이다. 10장의 앨범이 캐비닛에 정돈된 모습을 그려보면 뿌듯하다. 이젠 앨범 발매에 얽매이기보다 자유로워지고 싶다. EP가 됐든 LP가 됐든 아니면 내지 않을 수도 있다.

 

 

​ⓒFE엔터테인먼트​
​ⓒFE엔터테인먼트​

 

공연을 기대하는 팬들도 많다

"새 앨범을 준비하면서 지난 4월 학전에서 ‘어게인 학전 콘서트’의 일환으로 오랜만에 단독 공연을 가졌다. 당시에도 관객들에게 말했지만, 우리 음악을 찾는 사람이 있기에 우리가 음악을 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따라서 30주년도 중요하고 10집 앨범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공연을 많이 할 예정이다. 거다. 관객과의 소통과 교감이 너무 좋았다. 얼마 전까지도 음악을 하는 것이 권리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제 음악을 들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위한 의미이자 해야 하는 일임을 깨닫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본인에게 가수라는 타이틀은 어떤 의미인가

“저는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지 가수가 아니다. 가창력도 뛰어나지 않다. 밥 딜런도 자기 음악을 하지만 자신을 싱어라 하지 않고 뮤지션이라 한다. 내가 부르는 노래만이 내 음악이 아니다. 누가 불러도 내가 작곡한 음악은 내 노래라 생각하며 이러한 작업 형태가 좋다. 가수 김현철에 대한 평가보다 내가 만든 지금의 앨범이 30년 뒤에 어떤 평가를 받을지가 궁금하다. 음악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좋은 평가를 당연히 받고 싶기에 더 잘 만들고자 노력하는 원동력이 됐다.”

 

30년간 아껴준 팬들에게 하고픈 이야기가 있다면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데뷔 30주년이라 새 앨범 준비에 들어간 것은 아님에도 새 앨범을 만드는 과정에서 음악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잠시 음악이 싫어져 음악을 멀리한 시간도 있었지만 앞으로는 음악을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얼마 전 공연에서 예순이 넘은 분이 예전 제 LP를 들고 30분 넘게 사인을 받으려고 기다린 적이 있다. 감동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묘한 기분이었다. 이분들이 뭐가 아쉬워 내 음악을 찾겠냐는 생각에 이런 분들을 위해서라도 이제 음악을 멀리하지 않겠다. 진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에게 의례적으로 향후 계획을 물었다. 예상외로 그는 단호히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다소 놀란 기자를 바라보며 그는 “어려서부터 계획을 세우는 것이 싫었습니다. 데뷔 당시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꿈이 뭐냐는 질문을 받았고 당연히 꿈은 없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뮤지션이 꿈이 없다고 혼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살다보니 계획이 없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계획을 세워도 어짜피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도 많고요. 하루하루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라고 전했다. 데뷔 30주년이자 정규 10집 앨범 역시 앞으로 30년 후에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궁금하다는 가수 김현철의 또 다른 음악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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