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검·경 수사전쟁 I] 본질 벗어난 검·경 수사권 조정 논란
[이슈메이커_ 검·경 수사전쟁 I] 본질 벗어난 검·경 수사권 조정 논란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9.06.18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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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본질 벗어난 검·경 수사권 조정 논란

의미 없는 밥그릇 싸움은 이제 그만

 

 

수사권 조정 갈등 / 그래픽-김남근 기자

 

대한민국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세계적으로도 유례없이 강력한 권력을 가진 기관이다. 하지만 이러한 권력을 가진 검찰은 그 힘을 오남용하여 부실·편파수사를 반복했고, 이 때문에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치 등과 같은 검찰 개혁의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논의 과정은 권력기관 간 다툼은 물론 정당의 이해관계까지 얽히며 합의에 다다르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인권 보호라는 명목하에 제도의 재정비가 시급한 실정이다.

 

검·경의 정상화 도모해야 할 때

검찰이 수사권을 독점하고 있는 것에 대해 경찰에게도 수사권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주장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균형과 분권, 그리고 자율을 위해서라는 명분에서다. 하지만 검찰의 반대와 국민의 불신 등에 번번이 막혀 좌절되기 일쑤였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6월, 경찰에 1차적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부여하고 검찰에는 부패·경제금융·공직자·선거범죄 등 특수사건에 대한 직접 수사권만 허용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발표했지만 이를 둘러싸고 여야 간 이견뿐 아니라 검·경 간 신경전도 치열해 법안 논의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고 결국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당시 검찰은 “경찰이 독일 나치의 ‘게슈타포(비밀국가경찰)’나 중국 공안처럼 될 것”이라고 주장했고, 경찰은 “중국 공안제도의 일부 후진적 요소는 오히려 우리나라의 검찰과 유사하다"는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검찰이 수사·기소·영장청구 권한을 모두 독점하고 있는 현재의 구조를 경찰과 수사 권한을 나누는 방향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1954년 제정된 형사소송법에 검사의 수사·기소권이 명문화되면서 시작된 이 논란은 1962년 제5차 개헌에서 ‘검사에 의한 영장 신청 조항’이 형사소송법과 헌법에 명시되면서 검찰이 수사·기소·영장청구 권한을 독점하는 현재의 구조가 만들어지게 됐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 시절,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가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당시 (故)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7년 제15대 대선을 앞두고 민생치안과 관련된 일부 범죄에 한해 경찰에게 수사권을 주겠다고 공약했지만, 검찰이 ‘경찰 수사권 독립 절대 불가’라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면서 무산됐었다. 이후 (故)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2년 대선 공약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을 내세웠으며, 공약 실행을 위해 2004년 ‘검·경 수사권 조정협의체’를 발족시켰지만, 검찰의 강경한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이명박 정부 때 역시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가 경찰의 독자적 수사 개시권을 명시한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하자 홍만표 당시 기획조정부장 등 대검 검사장급 간부 전원이 사의를 표명하는 등 검찰의 반발이 거세게 일기도 했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대선 후보 시절부터 공약으로 내걸었던 ‘검찰 권력의 비대화와 이에 대한 견제’를 실행하기 위해 검·경 수사권 조정을 추진하며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정부의 최종안을 공개했지만, 이 역시 원점으로 회귀, 패스트트랙 논란으로 불씨가 옮겨붙게 됐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모든 정권은 인사권을 매개로 해서 검찰조직 전체를 정권의 하수인으로 취급했다. 검찰 역시 왜곡된 울타리에 안주하여 자신의 기득권 보호 및 확대에만 골몰하였으며, 검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하며 “이러한 제도 및 구조를 개선하여 국민의 검찰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집중된 권한을 해체하여 ‘검찰의 정상화’를 도모해야 할 때”라는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검찰 권력의 비대화와 이에 대한 견제’를 실행하기 위해 검·경 수사권 조정을 추진하며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정부의 최종안을 공개했지만, 이 역시 원점으로 회귀 됐다. ⓒ 효자동사진관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검찰 권력의 비대화와 이에 대한 견제’를 실행하기 위해 검·경 수사권 조정을 추진하며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정부의 최종안을 공개했지만, 이 역시 원점으로 회귀 됐다. ⓒ 효자동사진관

 

문제가 있다면 손을 보는 게 순서

한편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4월, CBS의 의뢰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전국 성인남녀 5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검찰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할 수 있으므로 찬성한다’는 응답이 57.3%로 나타났다. 경찰 권한이 비대해질 수 있으므로 반대한다는 응답은 30.9%였고 ‘모름/무응답’은 11.8%였다. 전반적으로 찬성 여론은 정의당(찬성 88.1% vs 반대 8.7%)과 더불어민주당(81.6% vs 9.7%), 진보층(77.2% vs 12.3%), 광주·전라(76.3% vs 22.5%)에서 70% 이상으로 압도적이었으며, 자유한국당(찬성 22.0% vs 반대 62.1%) 지지층 역시 찬성의 목소리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같은 주제로 리얼미터가 지난해에 조사한 결과 역시 찬성 57.9%, 반대 26.2%였다. 반대 의견도 상당했지만, 대다수의 국민이 이 안에 대해 찬성하고 있다는 것이 정량적 수치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법률사무소 메이데이의 유재원 대표변호사는 “작금의 검찰개혁은 준엄한 국민의 명령에 따라 촉발됐다”며 “검찰을 둘러싼 숱한 권력형 비리의 역사를 근절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라고 전했다.

 

반면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수사권 조정의 당초 취지와는 정반대로 결론지어진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같은 당 금태섭 의원도 “공수처는 본질상 사정기구”라며 “우리나라에 권력기관인 사정기구를 또 하나 만드는 데 반대한다. 사정기관인 공수처가 일단 설치되면 악용될 위험성이 크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두 의원 모두 검찰 출신이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오풍연구소의 오풍연 대표는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은 조 의원이 처음”이라며 “금 의원의 말도 공수처가 정권의 '또 다른 칼'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라고 전했다. 이어 “두 의원은 법률가적 양심에서 볼 때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 것이기에 이들을 매도하는 것도 옳지 않다. 문제가 있다면 손을 보는 게 순서”라고 분석했다.

 

핵심은 ‘국민의 인권 함양과 편의 개선’

난항을 겪고 있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국민들은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검찰과 경찰의 밥그릇 싸움’이라 평가하며 탄식만 늘어가고 있다. 게다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로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 당사자인 검찰과 경찰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데다 법안을 논의할 여야도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충돌하며 의견 차가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유 대표변호사는 “양 기관은 더 이상 낯 뜨거운 공방을 펼치지 말고 성숙하고 품위 있게 협력하여 여민동락의 개혁과제를 완수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실 수사권 조정의 핵심은 ‘국민의 인권 함양과 편의 개선’이다. 이 같은 문제의 본질을 간파하고 지난 70년간 대립해 온 검찰과 경찰 다툼의 합의점에 하루빨리 도달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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