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칸을 품은 남자 봉준호 감독, 이제는 하나의 장르 되다
[이슈메이커_ Cover Story] 칸을 품은 남자 봉준호 감독, 이제는 하나의 장르 되다
  • 김갑찬 기자
  • 승인 2019.06.17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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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갑찬 기자]

 

칸을 품은 남자 봉준호 감독, 이제는 하나의 장르 되다
한국 영화 100년 史의 쾌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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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이었던 백범 김구 선생은 백범일지 중 ‘나의 소원’을 통해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길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라고 강조했다. 더욱이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는 그 어느 때보다 문화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최근 정부에서도 문화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세운다. 문화 산업의 유통 구조를 개선하고 저작권 보호를 강화하며 아시아 중심의 한류를 전 세계로 넓히고자 노력 중이다.
 
심사위원 만장일치, 칸을 뒤집다
2019년 5월 25일은 대한민국 대중문화사에 새로운 한 획을 그은 역사적인 날로 기억될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영화 ‘기생충’이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대한민국 영화 역사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기 때문이다. 전 세계 영화 팬과 언론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열린 폐막식에서 봉준호 감독은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라 시상자인 배우 카트린 드뇌브와 심사위원장이 건네는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더욱이 심사 위원장은 황금종려상 수상을 발표하며 ‘심사위원 만장일치’라고 밝혀 현장에 모든 이들을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 한국 영화 중 처음으로 칸 영화제의 최고 자리에 오른 봉준호 감독은 “영화 기생충은 큰 영화적 모험이었다.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 작업을 가능하게 해 준 것은 나와 함께한 수많은 아티스트들에게 감사를 전한다”며 이어서 “무엇보다도 이는 위대한 배우들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었던 영화고, 이 자리에 함께 해준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나의 동반자인 우리 송강호의 멘트를 꼭 이 자리에서 듣고 싶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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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를 건네받은 배우 송강호는 “인내심과 슬기로움과 열정을 가르쳐 주신, 존경하는 대한민국 모든 배우분께 이 영광을 바친다”며 감사 인사를 남겼다. 덧붙여 봉준호 감독은 “한국 최초의 황금종려상으로 알고 있는데 마침 올해가 한국영화 100주년이 되는 해여서, 칸영화제가 한국영화에 의미가 큰 선물을 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라고 상의 의미를 강조했다.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영화 기생충은 무척 유니크한 경험으로 심사위원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기에 이견 없이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덧붙여 그는 비록 한국의 이야기를 담았지만 이 영화는 전 지구적으로도 긴급하고 우리 모두의 삶에 연관 있는 그 무엇을 효율적인 방식으로 재미있고 웃기게 이야기한다며 호평을 남겼다.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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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적 구토’부터 ‘기생충’까지 한국영화 100년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감에서처럼 이번 황금종려상은 올해가 한국 영화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기에 그 의미가 남다르게 느껴진다. 영화계 안팎에서도 역시 봉준호 감독과 영화 기생충의 스텝과 배우들에게 진심으로 축하 인사를 건네며 한국 영화 100년사에 이뤄낸 역사적인 쾌거라며 그 공로를 치켜세우고 있다. 한국 영화는 지난 100년간 관객과 함께 희로애락 하며 무한한 성장을 이뤄왔다. 흔히 말하는 외산 영화에 밀려 상영관을 사수하기 위한 스크린쿼터제를 외치던 영화인들의 모습은 이제 옛 추억 속 이야기다. 2013년을 기점으로 한국 영화는 2조원대 매출과 2억 명 이상의 관객 수를 매년 꾸준히 기록하고 있으며 관객 점유율 영시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제는 어엿한 세계적 영화 강국의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가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상영된 첫 영화는 1901년 엘리어스 버튼 홈스라는 여행가가 경성 일대를 촬영하고 고종 황제 앞에서 상영한 것이다. 대중에게 영화가 공개된 것은 그보다 2년 늦은 1903년 모 전기회사 기게 창고의 상영이었다. 이후 1910년 경성 내 일본인 지역에 영화상영관이 설립됐으며 1912년에는 우미관이 조선인을 대상으로 영화를 정기 상영했다. 1919년 10월 27일 마침내 조선 최초의 영화인 ‘의리적 구토’가 단성사에서 상영되며 대한민국 영화사가 태동했다. 영화인협회가 1963년부터 매년 이날을 ‘영화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기에 이를 근거로 올해가 한국 영화 100주년의 해로 알려졌다.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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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세계 3대 영화제로 베니스 영화제, 칸 영화제, 베를린 영화제를 꼽는다. 이 중 칸 영화제는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보수적이라는 평가지만, 수상작의 작품성에 대한 권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칸 영화제는 한국 영화와도 인연이 깊다. 1984년 이두용 감독의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가 주목할만한 시선 부분에 초청된 것을 시작으로 이번 기생충까지 총 17편의 한국 영화가 칸의 초대를 받았다. 이 중 2002년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이 감독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2004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심사위원대상, 2007년 이창동 감독의 밀양이 여우주연상, 2009년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심사위원상,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가 각본상을 받았다. 마침내 봉준호 감독은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대한민국 영화 역사에 새로운 발자취를 남기게 됐다.
 
세계는 지금 기생충 열풍
영화 기생충은 영화제 내내 가장 뜨겁게 주목받은 작품 중 하나로 일찌감치 수상 가능성이 점쳐졌다. 기생충은 프랑스 현지 시각으로 지난 5월 21일 칸 국제영화제 메인 상영관인 뤼미에르 극장에서 공식 상영됐다.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이정은 등 배우 7명이 참석한 가운데 뤼미에르 극장 2,300석은 관객들로 가득 찼다. 영화 상영이 시작되자 주연 배우들의 열연과 봉준호 감독 특유의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연출력, 예측 불허의 상황 설정과 위트 있는 대사가 2,300석 뤼미에르 대극장을 놀라움과 감동으로 가득 채웠다. 영화 상영 중 관객석에서 터진 웃음과 탄성, 그리고 이례적으로 터져 나온 두 번의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는 관객들이 기생충에 얼마나 몰입하며 관람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실제 영화가 채 끝나기도 전부터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 소리가 시작됐다. 상영관 불이 켜지기 전부터 1분여간 지속된 박수는 불이 켜지고 7분간의 기립 박수로 이어졌다.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에 봉준호 감독은 환한 미소와 함께 관객석을 향해 양팔을 들어 올려 손 인사를 하는 등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배우들 역시 박수가 이어진 약 8분여 시간 동안 벅차오르는 감동에 눈시울을 붉히며 연신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실제 칸에서 영화 기생충 공개 직후, 각국 매체가 발표하는 평점 집계에서 경쟁 부문 진출작 중 최고점을 받으며 수상 기대감을 높였다. 칸 국제영화제 공식 데일리지인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경쟁작 21편 가운데 최고점인 3.5점(4점 만점)을 부여했다. 20개국 기자와 평론가들로 이뤄진 아이온 시네마도 최고점인 4.1점(5점 만점)을 주는 등 다수 매체에서 최상위 평점을 기록했다. 이 같은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기생충은 전 세계 192개국에 선판매되며 역대 한국영화 최다 판매 신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더욱이 해외 유명 언론사에서는 “이번 영화는 봉준호 영화 중 최고다. 전작들을 모두 합쳐 자본주의 사회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공포에 관한, 현실에 단단히 발을 붙인, 재미있고 웃기면서도 아플 정도로 희비가 엇갈리는 한 꾸러미로 보여준다. 기생충의 가장 좋은 점은 우리가 더 이상 봉준호의 작품을 기존에 있던 분류 체계에 껴 맞추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허용해 준다는 점이다. 봉준호는 마침내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며 그의 이름 세글자가 세계 영화계에서 새로운 하나의 장르가 됐음을 강조했다.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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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이제는 문화 강국이다
봉준호 감독은 플란다스의 개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옥자에 이어 이번 기생충까지 7편의 장편 영화를 선보였다. 이번 영화는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 역)네 장남 기우(최우식 역)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 사장(이선균 역)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가족 희비극이다. 봉준호 감독은 지금까지도 항상 기존 장르의 틀에 갇히지 않은 허를 찌르는 상상력에서 나온 새로운 이야기로 인간애와 유머, 서스펜스를 넘나드는 복합적인 재미를 선사하며 사회와 시스템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져왔다. 그런 면에서 이번 영화는 여전하고 확실하게 봉준호다운 영화이면서 또 한층 새롭게 진화한 봉준호만의 세계를 보여줬다는 평가이다. 2006년 영화 괴물이 감독주간에 초청되면서 칸 영화제와 첫 인연을 맺은 봉준호 감독은 옴니버스 영화 도쿄!가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된 데 이어 김혜자, 원빈 주연의 영화 마더가 ‘주목할 만한 시선’에 다시 초대됐다. 이어 지난 2017년 영화 옥자로 처음 경쟁 부문에 올랐고, 2년 만인 올해 영화 기생충으로 연이어 경쟁 부문에 진출, 마침내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되었다.
 
봉준호 감독의 이번 황금종려상 수상이 영화계뿐 아니라 국내 영화팬들에게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 5월 30일 국내에서 첫 개봉을 알린 영화 기생충은 그야말로 6월 극장가를 점령했다.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한 이번 영화는 개봉 2일째 100만, 3일째 200만, 4일째 300만, 6일째 400만, 8일째 500만, 10일째 600만 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개봉 11일째인 6월 9일 현재 7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쟁쟁한 신작과 경쟁작들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끝없는 호평과 입소문 열풍 속에서 CGV골든에그지수 95%, 네이버 실관람객 평점 9.11이라는 높은 평점을 기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높은 좌석 판매율과 예매율까지 유지하고 있어 이 같은 기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해외 영화제 수상작들이 작품성과는 별개로 티켓 파워가 부족했다면 기생충은 작품성과 상업성 두 마리 모두를 잡았다는 평가다.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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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부터 음악과 드라마를 통해 전해진 한류 문화. 그럼에도 아시아를 중심으로 강세를 보인 한류 문화였기에 지금까진 대한민국이 전 세계적 문화 강국이라 불리기엔 부족한 면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2019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대한민국은 문화 강국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기 충분하다. 전 세계 ARMY 팬을 열광케 한 방탄소년단, 세계 최고의 무대를 누비는 손흥민과 류현진, 그리고 이번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까지 수많은 이가 각 분야에서 자신만의 달란트로 대한민국 문화의 힘을 전 선계에 증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은 모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후 백범 김구 선생님의 ‘오직 갖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는 말이 생각났다. 문화를 향유하면서 사람이 사람다워진다. 모두가 이를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수상 소감처럼 문화 강국 대한민국의 위상과 자부심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문화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이해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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