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진그룹 CEO의 꿈은 기자였다
버진그룹 CEO의 꿈은 기자였다
  • 김동원 기자
  • 승인 2015.06.06 2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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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동원 기자]


 

버진그룹 CEO의 꿈은 기자였다

언론의 몰락 속에서 리처드 브랜슨을 바라보다

 

 

 

버진그룹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리처드 브랜슨은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인물에 선정되고, 예수와 데이비드 베컴을 제치고 영국인이 가장 닮고 싶은 인물에 오르는 등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기업가이다. 그는 항공, 철도, 모바일서비스, 레저, 스포츠, 미디어, 금융, 건강, 환경, 자선사업에 이르기까지 지칠 줄 모르는 도전정신으로 손대는 사업마다 성공 궤도에 올려놓았지만 정작 자신의 꿈은 기자였다고 주장한다.

 

 

괴짜, 잡지를 만들다

  리처드 브랜슨은 애플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와 함께 글로벌 재계에서 손꼽히는 괴짜 기업인 중 한 명이다. 비키니 입은 여성들과 카이트 서핑으로 도버 해협을 건너 기네스 세계 신기록을 세우기도 하고, 버진 콜라의 성공을 위해 뉴욕 도심 한복판에 탱크를 몰고 나타나 코카콜라 간판에 가짜 대포를 쏘기도 했다. 심지어 여장을 하고 에어 아시아 일일 여승무원으로 변신해 고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최근에는 민간 우주선 사업을 추진하며 세계인의 시선을 끌기도 했다. 이처럼 리처드 브랜슨은 글로벌 기업 회장으로서의 격식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자신을 마케팅 수단으로 삼는 데 주저함이 없는 인물이다. 그는 ‘사람들은 인생의 80%를 일하면서 보낸다. 우리는 퇴근 후에 재미를 찾으려 하는데, 왜 직장에서 재밌으면 안되는가?’라는 명언을 남길 정도로 즐거움을 우선시했다. 그의 경영철학과 새로운 사업에 주저 없이 뛰어드는 도전정신과 열정은 버진그룹이 전 세계적으로 360여개의 계열사를 지니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현재 연 매출 80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는 버진그룹의 CEO로서 성공적인 사업가의 표본을 보여주는 리처드 브랜슨은 사실 재벌 2세도, 수재도 아니었다. 선천적인 난독증으로 학업성적은 평균 이하였고, 그나마 좋아했던 스포츠도 부상으로 포기해야 했다. 결국 16살 때 학교를 중퇴한 그는 ‘하고 싶은 일을 해보라’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는 17살 때 잡지 ‘스튜어트’를 창간했다. 그는 자서전에서 “나는 기자나 편집자가 되고 싶었다. 사업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당시 1960년대 중반 젊은이들 사이에 들끓었던 국교 반대의 물결에 휩쓸렸고, 세상을 향해 학생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말해주고 싶어 잡지를 창간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자본금과 경험, 직원 없이 잡지를 발행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는 친구와 함께 광고 지면을 팔기 위해 수백 통의 편지를 쓰며 노력한 결과, 잡지 첫 발행에서 벌어들인 총 광고수익은 2,500파운드에 달했다. 또한, 창간호에 싣기 위해 영화배우 바네사 레드그레이브를 인터뷰하며 5만 부라는 놀라운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브랜슨은 “처음 매출 효과와 달리 잡지로서 어느 정도 명성과 재정적 자원, 시간이 생기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내가 만든 잡지를 계속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사업가가 돼야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라고 전한다.

 

새로운 출판시대를 열다

  ‘스튜던트’ 잡지 사업은 어려웠다. 실패의 가도에서 리처드 브랜슨은 잡지를 발행하면서 눈여겨봤던 독자의 행태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그는 학생들이 음반구입비를 아까워하지 않는다는 것과 1971년 당시 영국에는 음반을 할인 판매하는 곳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만일 잡지를 통해 음반을 저렴하게 구입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절감한 음반 구입비용이 잡지 구독비를 상쇄하고 남는다면 리처드 브랜슨에게 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 잡지에 음반을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우편주문광고를 실었다. 또한, 학생들이 좋아할만한 음반을 대량으로 확보해 저렴하게 판매한 결과 주문은 쏟아졌다. 이 아이디어는 그를 영국 5위의 부자로, 버진그룹을 창의적인 기업의 멘토로 인정받고 오늘날의 성과를 구축하게 한 계기가 됐다.
 

  리처드 브랜슨은 잡지 사업 경험을 토대로 항공이나 철도, 모바일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고 성공가도를 달리게 된다. 하지만 그는 기자나 편집자가 되고 싶다는 초기의 꿈을 잃지 않았다. 지난 2010년, 그는 세계 최초로 아이패드용 잡지 ‘프로젝트’를 창간하고 판매를 시작했다. 프로젝트는 월간지로, 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디자인, 기술, 기업가 등의 주제로 다룬다. 아이패드용 잡지를 창간하면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는 “프로젝트 잡지는 새로운 출판시대를 여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처럼 리처드 브랜슨은 기자와 편집자의 꿈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가 진행한 많은 사업 중에 잡지는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사업가임에도 불구하고 잡지에 대해서만큼은 성과가 저조했기 때문이다.

 

 

언론의 몰락

  자신이 출간한 잡지를 지속적으로 발행하기 위해서 사업가가 돼야겠다고 생각한 리처드 브랜슨. 그는 새로운 출판시대를 개척하며 잡지의 꿈을 이어갔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세계적 기업가인 브랜슨조차 잡지발행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더 이상 언론을 보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에 있다.
 

  서유럽과 미국의 신문 발행 부수는 지난 5년 동안 17% 감소했다. 대선 열기가 뜨거웠던 프랑스에서는 선거운동 기간에도 불구하고 거리의 신문가판대를 찾는 독자들의 발길은 저조했다. 2014년도 1월부터 8월까지 전체 일간지 판매 부수는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7.6%나 줄었고, 7월과 8월 올림픽 특수기간에는 프랑스 최대 스포츠신문 ‘레퀴프’의 판매 부수조차 줄었다. 이처럼 발행 부수가 줄어드는 이유로는 인터넷 매체의 발달이 꼽힌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인터넷 덕분에 영국 내에서 1위, 전 세계적으로 3위의 사이트가 됐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가디언’은 지난해 5,700만 유로의 적자를 기록해 100여 명의 기자를 해고할 수밖에 없었다. 늘어나는 사이트 방문에 대응해 더 많은 투자가 요구되지만, 인터넷 사이트 방문자 수의 증가는 일반적으로 신문가판대의 판매 감소와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약 600만 명의 영국인이 적어도 일주일에 한 건 정도의 ‘가디언’ 기사를 읽지만, 매일 21만1천 명만이 신문을 사본다. 인터넷 공짜 구독이 가능하도록 재정적 뒷받침을 해주는 독자 수도 계속 줄고 있다. 필연적으로, 이런 공짜 여행은 엔진에 기름이 다 떨어지면 언젠가 멈추기 마련이다. 물론, 광고를 통해 수익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사이트 수익구조는 검색 사이트의 이득이 우선시되기 때문에 언론사의 광고 수익은 어렵기만 하다. 프랑스 전국일간신문노조(SPQN) 위원장인 마르크 푀이예는 “검색 사이트는 ‘몰로크’(어린애를 제물로 바쳐 모신 셈족의 신)처럼 광고 수입의 거의 전부를 빨아가는 거대 광고관리회사입니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검색 사이트 광고액은 0에서 14억 유로로 늘었지만, 온라인 언론 사이트의 전체 광고액은 0에서 2억5천만 달러로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라며 검색 사이트에 비해 광고 수익으로 운영되기 어려운 인터넷 언론사의 현실을 얘기했다.

 

신뢰받지 못하는 언론
 

  사람들이 더 이상 잡지나 신문을 비용을 내며 읽기를 꺼려하는 이유는 언론사의 잘못도 크다. 사람들은 더 이상 언론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14년 12월, ‘2.1 지속가능연구소’가 대학생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학생 가치조사’에서 신문, 라디오, TV, 인터넷, SNS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신뢰하지 않는다.’라는 답변이 각각 54.5%, 46.8%, 56.4%, 61.2%, 74%로 나타났다. 특히, 전통 언론매체인 신문과 TV 그리고 라디오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각각 54.5%와 56.4%, 46.8%로 상당히 높은 결과를 나타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한 대학생은 “언론의 신뢰도 하락은 집권여당과 정부에 대한 신뢰도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많이 하락한 시점에서 언론에 대한 신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울 것입니다”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대체적으로 대학생들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정부가 언론에 대해 어떠한 방식으로든 압력을 가하는 게 아닐까하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신문과 TV를 신뢰하지 못합니다”라고 전했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가 공개한 ‘한국의 언론 자유도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언론 자유도는 OECD 34개 국가 중 30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세계 언론 자유 신장과 언론인들의 인권 보호 목적으로 만든 ‘국경없는 기자회’에서도 한국의 언론 자유를 전세계 180개국 가운데 60위로 평가했다. 이는 우리나라 언론의 자유도가 차츰 하락하고 있으며 반대로 언론인과 미디어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과 간접적인 압력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대학생 박모씨는 “새해에 담뱃값이 인상되자마자 전자담배의 부작용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 나왔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관심이 필요한 노동자 권리문제나 기업의 비리를 파헤친 기사는 거의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 알 수 있듯, 누군가의 입맛에 맞는 정보는 양산되고 노출되는데 정작 이슈화되어야 할 기사들이 보이지 않습니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대다수의 사람들은 언론은 자유가 없고 대중의 눈을 가리고 있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리처드 브랜슨이 16살 때 잡지 ‘스튜던트’를 창간한 후 5만 부라는 놀라운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사업가 기질과 더불어 당시 논란이 되었던 국교 반대와 베트남 전쟁 종식을 위한 진솔한 내용의 기사를 실었기 때문이다.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 관습 속에서 자본과 권력에 맞서며 진솔한 이야기를 담는 독립 언론이 중요시되고 있다. 시중에는 언론계의 리처드 브랜슨을 꿈꾸며 자본과 권력에 맞서 싸우며 진솔한 이야기를 담는 독립 언론이 증가하는 추세다. 더 이상 신뢰받지 못하는 언론의 몰락 속에서 세상을 공평하게 볼 수 있는 언론사의 활약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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