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Issue] 10대에게까지 퍼진 노동지옥
[Korea Issue] 10대에게까지 퍼진 노동지옥
  • 이영현 기자
  • 승인 2015.05.18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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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이영현 기자]



10대에게까지 퍼진 노동지옥


저임금은 기본 … 폭언·폭행 시달리고 성희롱까지


▲영화 ‘카트’ ⓒ명필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의 학생 중 25.1%가 한 번 이상 아르바이트를 해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음식점 서빙, 전단 돌리기, 뷔페나 결혼식장 안내 및 서빙, 편의점 점원 등 우리 사회에서 저임금 파트타임으로 인식되는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늘어가고 있는 10대들의 아르바이트 숫자에도 불구하고 그들에 대한 처우개선은 아직도 부족하다. 



남는 건 눈물뿐인 10대들의 ‘밑바닥 노동’

 

  수학능력시험을 끝나거나 방학을 이용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은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큰 꿈을 품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아르바이트에서 그들이 느끼는 감정은 분노와 후회뿐이다. 청소년들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 채 임금 채불, 폭언, 인격 무시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10대 여성 청소년들의 경우, 어리고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성희롱과 성차별까지 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고용노동부와 중앙대산학협력단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 알바 유경험 학생 가운데 ‘근로계약서 미작성’이 77%, ‘최저임금 위반’이 47%, 추가근무를 요구(46%)하나 가산수당을 미지급(40%)하는 경우도 절반 가까이 됐다. 심지어 폭언이나 모욕, 성희롱 등을 경험한 비율도 50% 가까이 됐다. 청소년 노동자를 지켜줘야 할 성인들이 청소년노동자가 정직원이 아닌 ‘아르바이트’라는 취약성을 이용해 부당한 대우를 하는 것이다. 

 

  과학캠프 참가비와 자신의 취미생활을 위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주차장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한 학생은 “아침에 실수로 몇 분 지각했는데 출근하자마다 관리자인 성인 남성에게 주먹으로 머리를 맞았어요. 제가 잘못하긴 했지만, 학생도 사람이고 인권이 있잖아요”라며 부당한 대우에 억울함을 표했다. 이러한 청소년들이 받는 부당한 대우는 대부분 여성청소년 알바생을 쓰는 호텔연회장 서빙에서 극심하게 드러난다. 호텔에서 서빙아르바이트를 했던 한 여학생은 “그 호텔은 하루에 아르바이트생을 80명 정도 뽑는데 조금만 실수를 해도 ‘너 그냥 집에 가!’라고 바로 해고하고, 외모와 몸매를 지적당하는 일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느끼는 부당한 면은 인격모독뿐만 아니다. 최근 아르바이트 권리를 강조하는 한 아르바이크 사이트 광고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인천광역시에 한 특성화 고등학교에 다니는 민지 양(가명·17)은 집근처 편의점에서 평일 저녁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민지양은 근로계약서는 본적도 없고 초과근무 또한 다반사라고 말했다. 그는 “친구들 중에도 최저임금만큼 받아본 애들은 없대요. 그래도 돈을 벌 수 있는 곳이 한정돼 있어서 어쩌지 못하고 있어요”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닌 ‘노동 사슬’ 밑바닥의 10대들한테 주어지는 일은 ‘지옥 알바’다. 저임금, 야간노동, 높은 노동강도가 3중으로 겹친다. 근로기준법은 원칙적으로 청소년의 야간노동을 금지하지만,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청소년 10명 중 1명은 야간근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바이트 권리를 강조하는 아르바이크 사이트 광고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청소년들의 부당한 노동 … 결국 탈선의 길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 청소년들이 불법적인 일로 빠져들고 있다. 정당한 방법으로 돈을 벌 수 없다고 느끼는 청소년들은 돈을 많이 준다는 어른들의 말에 속아 성매매, 대출사기에 가담 하는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여성가족부 설문조사에 의하면 가출 또는 가출경험이 있는 청소년 중 성매매 경험이 있는 여성 청소년은 20%에 육박한다. 최근에는 남성 청소년들에게도 성매매는 예외가 아니다. 최근 남성 청소년들에게 거액의 돈을 준다며 동성간의 성행위시 여성의 역할을 하는 소위 ‘바텀 알바’가 사회의 큰 충격을 줬다. 바텀 알바를 경험한 한 고등학생은 “시간과 행위에 따라 값이 다르겠지만 다른 알바보다는 10배 정도는 더 받는다”라며 알바를 하겠다는 10대 남성들이 예전보다 많아졌다고 고백했다.

 

  최근에는 여성 운전자가 모는 차량만 골라 고의로 몸을 부딪치거나 접촉사고를 내 보험금을 타낸 10대 19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교통사고를 위장해 보험금을 챙긴 혐의(사기)로 허모(19)군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이모(19)군 등 10대 1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허군 등은 지난 4월 경기도 안산의 도로에서 A씨(28·여) 차량이 후진하자 고의로 몸을 부딪쳐 보험금 74만원을 챙기는 등 28차례 고의 교통사고를 내 치료비·합의금 명목으로 6,000여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그들은 “돈 벌기에 마땅한 곳이 없어서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이러한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청소년은 미래의 성장 동력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을 위해 가정과 사회, 국가에서는 청소년 복지 등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더불어 청소년에 대한 탈선 및 비행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염려 또한 사회와 국가의 책임이라는 것에 논란의 여지가 없다. 청소년이 자라 성인이 되었을 때, 우리나라의 각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그 영향이 현재의 기성세대에게도 영향을 미치기에 이들을 올바르게 인도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국가사업이다. 하지만 지금 기성세대들은 청소년들을 보호하기는커녕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미래의 성장 동력들을 짓밟고 있다. 이에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켜주고 청소년들의 인격을 보호해줄 정부의 구체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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