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혁명I] 실질적 업무 활용법을 배워야 할 때
[인재 혁명I] 실질적 업무 활용법을 배워야 할 때
  • 이경진 기자
  • 승인 2015.05.1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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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이경진 기자]



실질적 업무 활용법을 배워야 할 때


문자화 된 서류, 영향력 없어지는 것이 현실



 

 


스펙이 화려한 사람을 일단 뽑은 뒤에 맡길 직무는 나중에 고민해왔던 기업들이 이제 ‘직무 중심’ 평가·채용으로 바뀌고 있다. 일·학습 병행제를 많은 기업에서 시행하고 있는데, 이것은 늘어나는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능력중심사회 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기업은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실무형 인재를 정부 지원으로 직접 양성할 수 있고 취업자는 취업과 함께 교육의 기회를 잡을 수 있어 기업과 취업자가 함께 ‘윈윈(win-win)’할 수 있는 제도다.



능력중심사회를 조성하기 위한 방안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과도한 학벌 위주 사회와 스펙 전쟁의 심각성을 언급하며 지난해 12월 18일 “우리 사회를 학력 중심에서 능력 중심으로 바꾸는 근본적 인식 전환과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시장에서 고졸 청년 취업자는 고학력 청년 취업자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고용이 불안정하고, 임금 및 근로조건이 낮은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다.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벌이 낮은 청년들은 상대적으로 고용이 안정되고 임금 및 근로조건이 좋은 일자리에 대한 진입 기회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같은 날 고용노동부는 스펙과 학력이 아닌 능력이 중심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국가 직무능력표준 기반의 일 학습병행제를 확대하고, 능력중심의 채용과 보상 문화를 확산시켜 능력중심사회를 조성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능력중심사회의 구현을 위해 기업, 국가, 지자체 등 각 단위에서 국가직무능력표준을 확립하고, 이에 따른 자격제도 마련, 근거법률 제정, 그리고 범국민 캠페인을 통한 사회인식 및 조직문화 개선 등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담고 있다. 

 

  황우여 사회부 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고등학교부터 취업 후까지 학생과 근로자가 학습과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산학일체형 직업교육체제를 구축 하겠습니다”라며 “이를 통해 취업과 연계된 현장실습 등 현장중심의 교육과정을 통해 취업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여, 취업 걱정 없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재직자들에게는 언제든지 학점과 학위 취득 기회를 제공하여 취업 후 경력개발을 지원 할 것입니다”라는 취지를 밝혔다.

 

▲문자 형태가 아닌 능력 중심 사회로 바뀌고 있다.

 

 

과도화 된 스펙경쟁으로 ‘산으로 가는 배’

 

  경기도 소재 특성화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은 자신의 기술을 꾸준히 연마하여 중소기업에 지원했다. 한 중소기업 CEO는 그 학생의 성실함과 열정을 높이 평가하여 회사 설립 후 처음으로 고졸 사원을 채용했다. 하지만 이 회사에 고용된 모든 직원들은 4년제 대학 졸업자들이며, 이 학생이 자신들과 같은 연봉을 받는 것에 대하여 CEO에게 불만을 제기하였고, 결국 이 학생은 퇴사했다. 이와 같이 학벌이 아닌 능력 중심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직무능력에 따른 평가와 보수 지급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직업능력을 과학적, 체계적으로 표준화해 채용, 임금, 승진 등을 기준으로 삼는 게 필요하다. 대기업부터 직무능력이 아닌 취업능력을 기반으로 인력을 뽑는 문화를 탈피해야 한다.

 

  최근 대학생들은 취업용 스펙을 쌓기 위해 졸업을 미루며 4년제 대학을 5∼6년씩 다니고 취업 재수, 삼수를 한다. 청년층 노동단체인 청년유니온이 2012년 대학 졸업자 35명의 이력서를 토대로 추산한 대졸자 평균 스펙 비용은 4,269만원에 달한다. 2,802만원의 대학등록금을 빼더라도 해외연수에 1,108만원, 토익 등 자격증 응시료와 학원비 169만 원 등을 소비했다. 대학생들의 이러한 현상은 사회적 비용 낭비다. 기업이 정작 필요로 하는 직원은 돈으로 만들어진 모범생이 아니라 창의력과 도전정신, 끼를 갖춘 인재다. 수만에서 수 십 만 명씩 몰리는 지원자 가운데 단순히 능력 있는 인재를 가려내기는 쉽지만 우수한 인재를 가리려는 기업들의 노력과 고민이 필요하다. 채용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학벌이나 학점, 어학 성적 등 단순 자료만 갖고 인재를 가려내면 장기적으론 기업이나 은행에 마이너스가 된다. 

 

  요즘 대학생들은 취업준비생이 선호하는 기업에 다니는 임직원들을 통해 ‘취업 과외’를 받는다. 한 달에 약 50만 원 정도 금액의 취업 과외는 해당 기업이 고평가해주는 스타일의 자기소개서 작성요령부터 면접 준비까지 도와준다. 월 4회 정도 진행되며 주말에 면접 스터디를 하고, 자유롭게 자기소개서 첨삭을 받을 수 있다. 구직자의 ‘스펙’은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청년실업률은 4년 만에 최고 수치인 8.7%로 급상승했다. 원하는 회사를 목표로 장수 취업준비를 하는 사람도 많다. 대학생들에게 ‘낭만’이 사라진지는 오래됐으며, 입학과 동시에 취업전쟁에 돌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학생들은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 전문직만을 목표로 취업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대학까지 나왔는데 시시한 일 할 수는 없지’라는 생각 때문에 학점, 교내외활동, 영어점수, 인·적성 공부, 봉사활동과 해외연수 등을 두루 섭렵한 ‘쟁쟁한’ 실력을 갖춘 대학생들이 대량으로 쏟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업 문턱은 너무도 높기 때문에 TV 등에서 이른바 성공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나의 개성을 어필하라’는 조언도 전혀 현실에 와 닿지 않는다. 오히려 ‘남들이 저만큼 했는데 내가 이 정도도 안 되면 상대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까’하는 패배감에 젖는다. 완벽한 스펙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보니 ‘주체적’인 취업준비를 하는 게 어려워졌다. 현재 취업을 준비하는 국내 20대 전반의 학생들은 엄마의 치맛바람과 학원에 익숙해져 있다. 

 

 

 

 

‘Student poor’, 이제 그만

 

  스튜던트 푸어(Student poor)는 사회에 진출하기 위한 취업 준비 비용, 학자금 등의 지출이 늘어나 빈곤의 늪에 빠진 세대를 뜻한다. 최근 ‘스튜던트 푸어’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2012년 청년유니온 조사에 따르면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대학 등록금을 포함해 스펙 비용으로 평균 4,269만원을 사용한다. 전문가들은 취업을 위한 지출 증가가 결국 취업 준비의 장기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스튜던트 푸어들의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질 거라고 분석하고 있다.

 

  스튜던트 푸어에는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우선, 취업에 필요한 ‘스펙’을 쌓느라 수 천 만원을 쓰는 청년 구직자이다. 둘째는 행정고시, 공무원 시험, 교원임용 시험 등에 뛰어든 수험생 이다. 셋째는 변호사와 의사 같은 고소득 전문직 종을 노리며 전문대학원에 입학한 학생들이다. 마지막은 처음부터 스튜던트 푸어로 시작해 헤어나지 못하고 그대로 빈곤층으로 진입하는 경우다. 

 

  유명 중견기업에 다니는 최모 씨는 “지금도 가끔 빚 갚는 꿈을 꿉니다”라고 말했다. 명문 사립대를 나온 최 씨는 대학 시절 6년을 월세 15만 원짜리 방에서 보냈다. 키 165㎝인 그의 발끝이 벽에 닿는 창문 없는 쪽방이었다. 그는 “거지처럼 살면서 내내 과외를 3~4개씩 뛰었습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등록금은커녕 생활비 대기도 버거웠다. 남들 다 하는 면접을 위한 스피치 학원, 토익, 토플 학원 등을 빼먹으면 뒤처질 것 같아 월 100만원씩 썼다. 여기에 전공 책값과 월세를 내고 나면 편의점 삼각 김밥 아니면 2,000원짜리 학생 식당 메뉴로 끼니를 때워야 했다. 학기마다 받았던 학자금 대출은 졸업을 앞두고 10건이 됐다. 대출 건마다 이자 갚는 날이 달랐다. 최씨는 6년 만에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하자마자 학자금 대출 3,000만원의 원리금 상환을 시작했다. 월급의 4분의 1이 꼬박꼬박 빠져나갔다. 쪽방에서 벗어나 월세 40만 원짜리 방으로 옮기는 데 만족했다. 입사 만 3년째였던 작년 10월 마지막 원리금을 갚은 최씨에게 회사 선후배들은 “열심히 살았다”며 조촐한 축하 파티를 열어줬다. 

 

  이렇듯 스튜던트 푸어들은 졸업 후 어렵게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당분간은 빈곤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 인턴, 무급 인턴직이 스튜던트 푸어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인턴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면 임금을 줘야 하지만 ‘교육생’ ‘자원봉사자’로 분류하면 무급도 가능하다. ‘산학협력 인턴’ 역시 학교와 회사가 연계해 직무 경험을 쌓는다는 취지라서 최저임금제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 특히 정부와 국회, 국제기구 등 쉽게 직무 경험하기 어려운 직종은 무급 인턴이 잦다. 

 

  유엔 산업개발기구는 지난달 인턴 모집 공고를 냈는데, 국제 학 전공 졸업자나 대학원생에 토익 850점 이상, 컴퓨터 능통자라고 자격 요건을 걸었다. 그러나 급여는 식사비와 교통비를 제외한 ‘무급’이었다. 취업 준비생들은 “인턴이 아니라 ‘노예’를 뽑는 것입니다” “다 같이 지원하지 마요”라고 반발하기도 했지만, 취업 시장에서 약자인 이들은 스펙을 위해 무급 인턴이라도 지원하는 것이 현실이다.

 

  

취업난과 구제난에서 벗어나야 할 때

 

  가난한 대학생과 취업 준비생들은 과거에도 있었다. 고학생(苦學生)이라 불리는 그들은 취업만 하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스튜던트 푸어는 취업 가능성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년 34만 명이 빈곤선을 맴도는 ‘스튜던트 푸어 현상’을 해결할 가장 근본적인 해법은 결국은 좋은 일자리입니다”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비정규직 일자리를 질 좋은 정규직으로 바꾸지 않는 한 청년층은 취업을 미루거나, 취업을 해도 가난을 탈출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제는 취업을 위한 방향 전환으로 스펙은 뒤로하고, 능력을 앞으로 하여 평생기술로 평생 직업을 위한 일 학습병행제를 활용 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문자화 된 스펙으로 학생들은 취업난에, 기업은 구제 난에서 벗어나야하며, 실제로 현장에서 확인 할 수 있는 업무 능력을 중요시 여겨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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