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혁명Ⅱ] 문자화 된 스펙이 아닌, 형상화 된 능력으로의 변화
[인재혁명Ⅱ] 문자화 된 스펙이 아닌, 형상화 된 능력으로의 변화
  • 김문정 기자
  • 승인 2015.05.18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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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문정 기자]



문자화 된 스펙이 아닌, 형상화 된 능력으로의 변화


8종 스펙 지고 실무능력과 뜬다

 

 

 

 

똑똑한 사람 한 명이 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을 만큼 인재 채용은 기업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취업난이 계속되는 가운데 고질적인 스펙 쌓기 풍토에도 지각변동이 오고 있다. 전통적으로 잘난 스펙이라고 여겨졌던 천편일률적인 고학벌과 토익점수, 자격증 등은 더 이상 회사에서 요구되는 자질이 아니다. 준비된 역량을 바탕으로 적재적소의 현장에 투입돼 성과를 낼 수 있는 ‘신 인재’가 필요해진 것이다. 



대기업 일제히 ‘직무 우선’으로 채용 트렌드 바꿔

 

  국내 기업의 채용 트렌드가 ‘스펙 중심’, ‘기회 균등’에서 ‘직무 우선’의 실사구시(實事求是)형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특히 지난 12월 초, 삼성그룹이 직무적합성 평가 도입을 골자로 하는 채용 제도 개선안을 내놓으면서, 이 같은 분위기는 재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환경이 복잡해지고 협업이 갈수록 중시되는 흐름에 맞춰 기업들이 단순 지식이나 어학 능력과 같은 ‘스펙형 인재’ 보다는 융합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스토리형 인재’를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그동안 기업들이 좋은 성과를 내는 직원들의 공통점을 분석한 결과 이들은 직무 관련 경험과 역사, 인문학, 과학 등 깊으면서도 폭넓은 지식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이른바 ‘면접의 달인’, ‘삼성고시’ 등이 나올 정도로 채용 제도에만 맞춰 준비하는 취업 준비생을 걸러내기 위한 조치로도 풀이된다. 

 

  2014년 12월, 재계의 입장 표명에 따르면 삼성을 비롯한 상당수 기업은 직무 역량 중심의 채용 제도를 마련했거나, 이미 시행 중이다. 이 같은 방식의 채용은 구글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의 채용 방식과 유사하다. 삼성은 내년 하반기부터 3급 신입사원 채용방식에 변화를 주기로 하고 직무적합성 평가를 통과한 사람만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응시자격을 부여한다. 직무적합성평가는 지원자의 출신대학 같은 직무와 관계없는 스펙은 보지 않고 오로지 직군별로 필요한 직무역량만을 평가한다. 또 실무면접과 임원면접으로 구성되는 면접전형에는 중간에 창의성면접이 추가된다. SK는 ‘스티브 잡스형’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학교·성별·나이·학점·어학점수 등의 장벽을 모두 없애는 대신 개인 오디션 형태의 예선을 통과한 지원자들을 별도 합숙을 통한 과제 수행 능력만으로 최종 합격자를 선발하는 ‘바이킹 챌린지’를 시행하고 있다. LG도 스펙 보다 실무에 강한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올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부터 자기소개서 항목에 있는 공인 어학 성적과 자격증·수상경력·어학연수·인턴·봉사활동 등의 항목을 삭제했다. 

 

▲구글은 직원 채용에만 1000여 명의 인사 담당자를 두고 매주 금요일은 인사를 위한 날로 정해둘 만큼 실무에 적합한 인재를 뽑는 것에 전력을 다한다.

 

 

 

탈(脫)스펙 인재 뽑은 기업, 만족도 높다

 

  구글은 2011년부터 포춘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에서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한국에서도 구직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외국기업 1위에는 언제나 구글의 이름이 있다. 이처럼 전 세계 사람들이 입사를 희망하는 구글은 어떤 영역보다도 ‘채용’에 올인하고 있으며, 철저한 스크리닝 절차를 거쳐 회사에 꼭 맞는 최적의 인재를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구글의 HR부 임원은 “직원을 뽑아서 관리하고 교육하는 데 힘을 쓰기 보다는 최적의 사람을 뽑아서 자유롭게 일하도록 맡깁니다”라고 구글의 인사 철칙을 설명했다. 구글이 설립된 지 불과 15년이 되기도 전에 전 세계 검색시장의 90%를 독식할 수 있게 한 저력은 바로 창의적인 인재로부터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도 전통적인 스펙을 탈피하고 직무 역량을 우선하는 참신한 채용 제도를 도입하고자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과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국가직무표준(NCS)’나 ‘핵심직무역량 평가모델’은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한 자생적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기존의 정량적 자료들의 나열로 사람을 판단할 수 없다는 결론에서 나온 방안이다. 일단 채용방식의 변화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NCS를 도입한 남동발전의 경우 업무 이해도, 만족도, 이직률 등이 지난해와 비교해 봤을 때 회사뿐만 아니라 신입직원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됐다. 또한, 2014년 하반기에는 일명 ‘스펙 초월 소셜리크루팅’이 구직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중소기업진흥공단과 공무원 연금공단 등 공기업과 공단은 ‘탈스펙’을 주문하는 정부의 방침에 적극 따른 채용 방식을 채택했다. 스펙 초월소셜리크루팅이란 학벌이나, 학점, 어학 등 스펙을 따지지 않고 성품과 역량 등 직무에 맞는 인재를 찾는 취업 사이트다. 미션을 수행하면서 자신을 표현하고, 다수의 다양한 평가를 바탕으로 채용을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리크루팅 업계 관계자는 “최근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채용에 있어서도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남동발전의 허엽 대표는 NCS를 도입해 신입 사원을 채용한 후 회사와 사원들의 만족도가 모두 높다고 전했다.

 

 

“지원자 능력만으로 평가” vs “기본 스펙+별도 실력 부담”

 

  2014년에는 한국마사회를 비롯한 한국공항공사, 근로복지공단,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이 스펙초월 전형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했다. 각 기업은 자신에게 영향을 준 문화콘텐츠를 통해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를 기술하거나, 자신의 꿈을 말로써 표현하는 셀프 동영상을 미션으로 제시한 바 있다. 스펙초월 전형이 스펙에 제한을 두지 않으면서 이를 활용하려는 구직자도 늘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경우 지난 23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진행된 창의미션에서 지원자들이 한꺼번에 몰려 해당 사이트가 마비됐으며, 공기업 최초로 채용 전 분야에 스펙초월 전형을 도입한 한국마사회의 신입사원 경쟁률은 316대 1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 취업준비생은 “너도 나도 고스펙이다 보니 거기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따지면 스펙초월 전형이 더 합리적인 것 같다. 특히 우리 같은 지방대의 경우 학벌에 상관없이 능력만으로 평가받을 수 있어 긍정적인 면이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더 많은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제시되는 미션들이 기존의 스펙과 별도의 실력을 요구해 이중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 온라인 취업포털이 구직자를 대상으로 ‘기업의 스펙초월 채용 확산 추세가 본인의 구직활동 및 취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42.4%가 ‘불리할 것 같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어차피 기본 스펙을 갖춰야 할 것 같아서’가 53%로 가장 많았으며, ‘일반전형과 별도로 준비해야 해서’(30.6%) 등이 뒤를 이었다.

 

  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부분도 구직자들의 걱정 요소다. 셀프동영상 같은 미션의 경우 영상에 소질 있는 타인이 대신 제작해줄 수 있으며, 평가 역시 지원자 간에 이뤄져 기준이 애매하다는 것. 실제로 스펙초월 전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한 95.4% 중 44.2%가 ‘시도 단계라서 평가가 공정할지 불안하다’고 답한 바 있다. 이에 한 공기업 관계자는 “스펙초월소셜리크루팅 전형은 지원자들의 스펙을 보지 않고 여러 미션을 시행하면서 지원자들의 열정과 창의적 사고 등을 평가하게 된다. 스펙 쌓기에 드는 사회적 비용을 줄여 지원자들의 부담을 줄이려는 취지”라며 “평가 역시 소수의 인사담당자가 아닌 다수의 선배직원과 구직자들이 평가하기 때문에 오히려 공정한 절차를 거치는 셈”이라고 말했다. 

 

 

마이스터고와 전문대 비롯, 직업 전문 교육 각광

 

  우리나라도 유럽과 북미의 선진국처럼 실무자를 양성하는 직업 교육 제공에 노력을 기울이려는 노력의 일환이 계속되고 있다. 교육부가 2014년 상반기 청와대 업무 보고에서 전문대 120개교 가운데 84곳을 특성화 전문대로 지정, 앞으로 5년간 1조5,000억원을 투입해 직업교육 전문기관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것은 고무적이다. 대학의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4년제 대학들이 전문대와 똑같은 학과를 개설해놓고 수험생들을 끌어들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항공승무원과, 임상병리과, 방사선과, 안경과학과, 피부미용과 같은 학과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 가운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 중 하나가 마이스터고 육성이었다. 2010년 처음 마이스터고로 지정된 21개교에서 작년 2월 처음 배출한 졸업생 3,375명 가운데 93.4%가 취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제 마이스터고에는 성적이 뛰어난 중학 졸업생들이 몰려들고 있어 경쟁률이 치솟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교육부는 ‘능력중심사회 조성방안’을 2014년 12월 제6차 청년위원회에서 발표하였다. 정부는 이 정책을 통해 학업과 일자리가 연계되도록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실무중심으로 개발한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으로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산학협력 기반을 조성하며 체계적 현장실습 및 개인 맞춤형 취업·진로지도를 통해 대학생의 취업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렇듯 우리나라도 학벌이나 토익 점수가 아닌 능력으로 정당히 평가받는 사회에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앞으로 국가차원에서 제도와 정책을 더욱 보완해 무의미한 스펙 쌓기 대신 직무 능력을 키우는 풍토의 대한민국이 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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