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사업, 희망인가 도박인가
청년사업, 희망인가 도박인가
  • 김동원 기자
  • 승인 2015.04.29 2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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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동원 기자]

 

 

 

 

 청년사업, 희망인가 도박인가

 

창업을 통한 성공여건 구비하지 않은 채 청년들 등만 떠밀어

 


청년실업률이 걷잡을 수 없이 치솟고 있다. 지난 1월 통계에 따르면 청년실업률은 9.2%로 39만 5천여 명이 취업을 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심각해지는 청년 취업난에 갈 곳 없어진 청년들은 창업을 선택하고 있다. 사업주가 30대 미만인 신설 법인이 지난해 3,494개로 전년보다 34% 올랐다. 정부 역시 최악의 청년 실업률을 해소하기 위해 창업을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청년들의 희망이 된 창업


  청년창업 정책을 이끄는 핵심 부처인 중소기업청은 해마다 '창업선도대학'을 선정한다. 창업선도대학에 선정된 대학교의 창업 동아리는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시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업 지원금과 멘토, 창업공간, 기자재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현재 건국대, 경기대, 단국대, 동국대, 연세대 등 21개 대학이 창업선도대학에 선정됐으며, 이 중 동국대는 '창업선도대학육성사업'에 4년 연속 선정돼 일반형 창업선도대학 중 가장 큰 금액인 25억 원을 지원받은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2017년까지 창업선도대학을 40개로 늘려 더 많은 대학에서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중소기업청은 지난 2월 3일에 ‘중소기업창업 지원법’을 개정하여 창업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시키고 창업 지원업종을 확대했다. 지난해에는 창업진흥원과 더불어 전국 대학창업동아리 300개를 모아 NEST 전국 대학생 창업동아리 연합 조직을 공식적으로 발족하기도 했다. 현재 NEST에는 약 4,000여명의 대학생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청년 내 일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해 전국적인 청년벤처 창업과 공동채용 확대에 관한 교육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지속되는 취업난과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정부의 노력 덕분에 다수의 대학생들이 향후 진로 대안 중 하나로 창업을 고려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전국 대학생 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학생의 창업 의향’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3.3%가 ‘창업 준비 중(4.9%)’이거나 ‘구체적이지는 않더라도 향후 창업에 대한 의향이 있다(58.4%)’고 응답했다.

 

뺏기고 패자부활 기회조차 없는 청년사업의 현실


  창업에 도전하려는 청년들의 인식이 발달되면서 일부 측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청년이 창업에 도전하는 일은 자신의 남은 인생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천만하기 때문이다. 현재 생계형 창업의 경우 1년 안에 절반이 폐업하고 5년 뒤까지 살아남을 확률이 17%밖에 되지 않으며, 과학·기술형 창업 역시 5년 뒤까지 생존할 확률이 33%에 불과하다. 한 특허법 교수는 “지금 한국에서 청년에게 창업을 권하는 것은 펴질지 안 펴질지 모르는 낙하산을 메고 벼랑에서 뛰어내리라고 등을 떠미는 것과 같다”고 경고할 정도다.


  이처럼 창업의 위험성이 제기되는 이유 중 하나는 대기업 위주의 권위주의적 기업문화에 있다. 청년사업가가 뛰어난 아이템을 개발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시장을 장악한 대기업에게서 이를 지켜내기가 쉽지 않다. 일례로 중견기업인 ‘한미 반도체’는 자체 연구·개발한 첨단 반도체 제작 장비를 삼성전자에 납품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세크론이 비슷한 장비를 납품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허 침해를 항의해도 소용이 없자 한미 반도체는 삼성전자의 자회사를 상대로 힘겨운 소송을 벌였다. 주로 중소기업이 피해자가 되고 있는 이러한 특허법 위반 사건에서 기소율은 2008년 6.8%에서 2012년 3.5%로 낮아졌다. 더구나 어렵게 재판까지 간다고 해도 대기업을 상대로 한 중소기업의 특허분쟁 승소율은 2009년 45.2%에서 2013년에는 36.6%로 낮아졌다. 대기업이 뛰어들어 중소기업의 시장을 순식간에 장악할 수 있는 나라에서 아이디어 하나만 믿고 창업을 한다는 것은 무모한 도박과 다름없다.


  청년 창업이 위험한 두 번째 이유는 우리나라 금융제도 문제에 있다. 우리나라의 금융회사는 창업의 성공가능성 같은 부분은 따질 필요 없이 창업자에게 충분한 담보만 있으면 돈을 빌려주는 대출 관행을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이 파산하게 되면, 기업뿐만 아니라 그 창업자가 본연히 책임을 지게 된다. 이러한 금융제도에 의하여 창업성공의 부푼 꿈을 안고 도전한 청년 CEO가 파산과 동시에 감당할 수 없는 빚쟁이로 전락하는 모습은 수없이 존재해왔다.

 


포드사와 월트 디즈니가 파산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벤처창업 원조국가인 미국의 창업 제도는 여러 문제점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먼저, 미국에서는 불공정거래 행위가 적발되면 아무리 영향력 있는 회사라도 강력하게 처벌받는다. 때문에 미국의 대기업은 새로 창업한 기업의 아이디어가 뛰어나다고 생각되면 그 신규기업에 거액을 투자하거나 높은 가격을 제시해 회사를 아예 사들이는 방법을 택한다. 그래서 미국의 혁신가들은 아이디어만 좋으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너도나도 창업에 나서게 된다. 또한, 미국에서는 청년 창업자가 파산하게 되면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도 엄중한 책임을 묻는다. 따라서 돈을 빌린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모든 책임을 지울 수 없다. 그 결과 파산을 하더라도 기업만 금융회사에 넘기면, 특별한 잘못이 없는 한 창업자에게는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 이와 같은 금융회사에 불리한 시스템 덕분에 실패한 창업자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얼마든지 재기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뿐만 아니라 금융회사들은 돈을 빌린 기업의 상환 능력을 검증하고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는 첨단 리스크 관리 기법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인 포드사의 창업자인 헨리 포드는 1899년 몇몇 후원자들의 도움을 얻어 자동차 회사인 ‘헨리 포드 회사’(Henry Ford Company)를 만들었다. 하지만 젊은 포드가 완벽주의를 고집하는 바람에 2년 동안 고작 20대 밖에 생산하지 못했고, 결국 1901년에 파산하고 말았다. 하지만 포드는 이런 실패를 바탕으로 2년 뒤 포드 자동차 회사(Ford Motor Company)를 설립해 마침내 세계 자동차 시장을 선도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자인 월트 디즈니(Walt Disney)도 파산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1922년 짧은 광고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회사를 세웠다. 하지만 배급업자에게 사기를 당하는 바람에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해 자금난에 빠졌고, 그 결과 회사를 만든 지 1년 만에 파산을 하고 만다. 하지만 여기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1928년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한 캐릭터인 미키 마우스(Mickey Mouse)로 놀라운 재기에 성공했다. 창업에 성공할 수 있는 강력한 시장 감시 시스템과 파산을 극복할 수 있는 효율적인 파산·회생 제도가 없었다면 포드는 물론 미키 마우스도 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창업 권장하려면 성공할 수 있는 토양부터 준비해야


  나무를 심기 전에는 나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야한다. 나무가 햇빛을 보지 못하거나 토양이 고르지 못하면 그 나무는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청년 창업을 들여다보면 생존할 수 없는 환경에 나무를 심는 것과 다름없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일자리가 없으니 창업을 하라고 청년들의 등을 떠밀고 있다. 대학가에 가보면 ‘죽을 만큼 스펙 쌓으면 나도 취업할 수 있는 겁니까? No! 더할 나위 없는 창업(creative up) 활동! Yes!’ 등의 창업을 권장하는 현수막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창업자들을 보호해 줄 공정하고 강력한 시장 감시 시스템이 없다. 뿐만 아니라 사업에 실패할 경우 그들에게 패자부활의 기회조차 제공하지 않는다. 이런 현실 속에서 무조건적으로 청년들에게 창업을 하라고 등을 떠미는 행동은 위험하다. 창업에 도전한 청년의 인생에 커다란 위험이 따를뿐더러 우리나라의 경제마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청년들에게 창업을 권하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창업으로 성공할 수 있는 조건부터 구비돼야 한다. 또한 그들이 실패했을 경우 회생할 수 있는 대안부터 준비해야 한다. 취업하기 힘든 현실 속에서 청년들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내세운 창업이 오히려 그들을 추락시키고 우리 경제를 나락으로 끌고 가는 요인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시장의 시스템 보완과 금융제도 개선이 시급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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