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머니가 달라졌어요
우리 할머니가 달라졌어요
  • 김동원 기자
  • 승인 2015.04.29 1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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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동원 기자]

 

 

 

우리 할머니가 달라졌어요

 

자신을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할 줄 아는 할머니들

 

 

 

▲▲ⓒ KBS 2TV 마마도

 

 

 

할머니 세대를 새롭게 표현하는 용어가 생겼다. 바로 ‘어번그래니(Urban Granny)'다. 1950년대 후반에서 1960년대 초반, 베이비붐 시기에 태어난 이들이 손주를 보기 시작하면서 할머니 문화에 일대 변화가 일어났다. 예전과 달리 고등교육을 받고 직장 생활 경험이 풍부하며, 가난한 시대와 고소득 시대를 두루 경험한 이들에게 품 넓은 희생정신의 상징이었던 할머니의 모습을 보기 힘들다. 어느 정도의 경제력까지 손에 쥔 어번그래니는 이제 가정과 자녀라는 족쇄를 벗고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50·60대 할머니 문화의 변화


  서울 방배동에 사는 이모(64·여)씨는 최근 스파에 재미를 들였다. 동네 친구들과 일주일에 한두 번씩 스파를 찾는다. 이씨는 “집에 있으면 바깥양반 잔소리를 듣고 아직 결혼 안 한 자식 뒤치다꺼리를 해야 한다”며 “스파에 가서 손주 자랑하면서 땀도 빼고 즐기는 것이 삶의 즐거움”이라고 털어놨다. 경기 시흥시에 거주하는 박모(62·여)씨는 최근 들어 스마트폰 쇼핑에 빠져있다. 예전에는 백화점에서만 샀던 제품들을 모바일에서 더욱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백화점과 온라인 쇼핑몰 사이에서 가격이나 서비스 등을 꼼꼼하게 따져 구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희생의 아이콘이던 할머니의 이미지가 변하고 있다. 소비사회를 경험하기 시작한 베이비붐 세대들을 주축으로 멋쟁이 할머니들이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인구규모는 전체 인구의 14.3%에 달하는 713만 명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새롭게 형성되어 증가하는 신세대 할머니 문화를 두고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에서는 도회적이고 세련된 할머니라는 뜻의 ‘어번그래니’로 지칭했다.


  어번그래니들은 본인의 건강관리에 관심이 높고 여행과 운동 등 취미활동에도 적극적이다. 롯데백화점의 60대 이상 구매 회원 수 비중은 수년 째 증가하여 지금은 8%에 이르렀고, 매출 역시 9.9%로 증가했다. 30, 40대들이 찾는 의류 브랜드를 방문하는 젊은 감각의 50, 60대 고객도 해마다 증가해 이들이 차지하는 매출이 23%에 달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실버마케팅 행사에 50, 60대층이 거의 응모하지 않자 ‘실버 마케팅’이라는 단어를 아예 없앴다. 신세계백화점 패션담당 관계자는 “앞으로 자신을 가꾸는 50, 60대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화장품, 잡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50대 이상 고객들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여행사 하나투어에는 최근 50대 이상 여성들의 여행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올해 설 연휴 기간 동안 여행을 떠나는 50대 이상 여성 고객이 전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전했다.

 

소비풍속도의 변화에 따른 갈등, 미리 준비해야


  할머니들의 문화가 변화하게 된 이유로는 경제적 여유, 고등교육을 받은 세대라는 점과 더불어 짧아진 양육기간이 꼽힌다. 과거에는 자녀가 많아 양육 기간이 길었지만 지금은 평균 자녀수가 2명이기 때문에 50대면 양육이 종료된다. 짧아진 양육기간 덕분에 신세대 할머니들은 자기 시간을 갖고 자기계발을 할 수 있게 됐다.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50·60대 여성들은 손주가 있지만 신체적·정신적으로는 할머니가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그는 "길어진 평균 수명과 더불어 자기 욕구가 커가는 상황에서 50·60대 여성들의 정체성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과거의 사회 규범을 기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전했다.


  어번그래니가 그려나갈 새로운 소비 풍속도는 사회와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실례로 요즘 자녀들은 부모님 생신 선물로 주름을 개선해주는 '팔자필러' 정기이용권을 선물하기도 하고, 비만, 피부관리부터 여성질환 예방까지 종합적으로 관리해주는 5060 전용 토탈 에스테틱숍도 호황이다. 하지만 어번그래니는 상대적으로 교육 수준이나 소득계층이 높은 집단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때문에 50·60대 여성들의 사회적·경제적인 격차가 증대될 우려도 있다. 따라서 당장의 소비시장 확대에 만족하기보다 새롭게 생성되는 갈등의 씨앗을 완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어번그래니 현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경제적, 사회적인 요건들이 충족되는 할머니 세대의 증가로 인해 지금보다 더욱 증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는 장수를 축하하기 위해 61세가 되면 시행했던 환갑잔치가 무색해졌다. 어번그래니라 통칭되는 50·60대의 여성들은 더 이상 할머니로 불리기를 원치 않는다. 그들도 여전히 자신을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할 줄 아는 여성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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