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Cover Story]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정쟁에 또 발목 잡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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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성지 기자
  • 승인 2019.05.03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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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임성지 기자]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정쟁에 또 발목 잡히나

강원도 고성·속초 산불 이후 국민의 80%이상이 찬성

 

 

 

지난 4월 4일 축구장 742배에 해당하는 7,140㎡ 산림을 잿더미로 만든 강원도 고성·속초 산불로 사유공공시설 3,398개소가 피해가 발생했고 1,16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특히, 속초 시내 진입로에 LPG 저장소 2곳이 있어 산불을 속초 시내를 불바다로 만드는 재앙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정부의 초기대응과 소방청, 국군의 적극적인 대응 등으로 41시간여 만에 진화되었다. 산불 이후 소방관들의 노고가 알려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에 대한 청원에 20여만 명이 동참했다. 이미 2016년 소방청 개청과 소방관 국가직 전환을 골자로 한 ‘소방관 눈물 닦아주기 법’을 국회에 제출되었으나 여야의 정쟁에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강원도 고성·속초 산불의 대응대형 산불로 역대 세 번째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강원도 고성·속초 산불에 정부는 초기 발화 2시간이 지난 후 이낙연 국무총리의 긴급지시가 있었고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긴급지시가 있었다. 재난 사태와 특별재난 지역 선포에 이어 전 부처가 비상대기체제로 가동되었다. 익명을 요구한 재난 관련 전문가는 청와대와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전 부처가 빠르게 대응했기에 그나마 큰 인재를 막았다고 평가했다. 이번 정부의 총력대응은 ‘중대 재난재해의 컨트롤타워는 청와대’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기본 인식하에 대형 재난 관리를 위한 제반이 마련되었음을 보여주었다. 화재 발생 다음 날은 5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심야 긴급회의를 주재했고 “가용자원을 모두 동원해 총력 대응하라”고 전 부처에 지시했다. 청와대는 24시간 위기관리센터를 가동하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필두로 산불 진화와 피해 수습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방안을 마련했다. 이후 정부는 재난 대응 수준을 최고단계인 3단계로 격상하면서 국가적 대응 체계를 구축했고, 24시간 동안 소방공무원 3,251명, 펌프차 등 소방차 872대, 소방헬기 6대 등 사상 최대 규모의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해 화재 진화에 나섰다. 2005년 산림 180헥타르(ha)와 가옥 161채, 그리고 낙산사를 태운 ‘양양 산불’에 소방차 163대와 소방관 600명이 동원된 것과 차이가 있다.

 

 

청와대
ⓒ청와대

 

이처럼 즉각적으로 소방자원이 투입된 것은 2017년 7월 소방청이 독립기관으로 분리된 점이 작용했다. 이전에는 119구조대가 관할지역을 넘어 출동하려면 국민안전처 장관의 지시가 있어야 했지만 2017년 이후 소방청장의 판단에 따라 전국의 소방차가 화재 현장에 집결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 소방청은 지난 4일 오후 9시 화재 대응 최고 수준인 3단계를 발령, 제주를 제외한 전국 시도에 지원을 요청했다. 출동 명령이 떨어지자 전국 각지의 소방차들이 강원도로 향했다. 강원도로 진입하는 양양고속도로에는 전국에서 몰려오는 소방차로 가득했다. 이 소방차들의 행렬은 고속도로 CCTV영상이 공개되며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산불 피해가 확산됨에 따라 군도 화재진압과 구조작업에 총력을 기울였다. 정경부 국방구 장관은 5일 새벽 대통령 주재 긴급 대책회의 직후 국방부 긴급 재난대책회의를 주관하며 “국가적 총력 대응이 가능하도록 군은 작전·훈련 등을 조정해 장비와 인원을 투입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5일 일출과 동시에 군 헬기 32대, 군 보유 소방차 26대, 장병 1만 6,500여 명이 산불진화와 인명구조에 투입되었다. 정부와 소방청, 국방부 등의 적극적인 화재 진압에 따른 노력으로 고성·속초산불은 6일을 기점으로 진화가 마무리 되었다.

 

 

고성·속초 산불 화재 현장 ⓒ청와대
 고성·속초 산불 화재 현장 ⓒ청와대

 

화재진압의 영웅 소방공무원, 그러나 현실은?

서울 경기뿐만 아니라 전남의 소방차가 영동지방의 화재를 진압하러 달려왔다. 제주도를 제외한 각지에서 출동한 소방차는 872대로 화재 사건에는 단연 최초이자 최고였다. SNS에서는 국토 최남단 전남 해남에서 밤을 새워 소방차를 몰고 와 속초에서 화재를 진압 후 다시 해남으로 돌아가는 소방관들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다. 특히, 속초의 진입로에 있던 LPG저장소에 불씨가 넘어오지 못하게 헌신한 소방관들의 노고는 큰 감동을 주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소방관은 “산등성이를 타고 내려오는 불씨에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소방청은 LPG 저장소에 4대의 소방차와 소방관을 동원했고, 산불 현장 곳곳에서 들리는 폭발음에도 불구하고 소방관들은 현장을 지키며 불길을 잡아갔다. 이처럼 소방관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국민들은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에 80%가 찬성하고 나섰다. 한 여론조사 국방부 직할부대 및 기관이 ‘지방직 신분인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에 대해 조사를 한 결과 찬성 의견이 78.7%에 달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그러나 현재 소방공무원은 지방자치단체 소속 지방직 공무원이다. 지자체 예산이 각각 다르니 지원되는 소방 인력과 장비 규모가 천차만별이고 인력도 편차가 있다. 또한, 소방관들은 산업재해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평균수명이 58.9세에 불과하다.

 

소방청의 ‘5년간 소방공무원 공상현황’에 따르면 2013년 291명이었던 공상자(부상자)는 2018년 728명까지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소방관의 인력 및 장비 부족 등 열악한 처지는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업무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서울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2015년 63만9,948건이던 구조·구급·소방대원 출동 건수는 지난해엔 72만5,733건으로 약 8만5,000건 증가했다. 전국적으로 5만8,000명의 소방공무원이 필요하지만, 현장 인력은 4만 명에 불과하다. 재정이 부족한 도 단위의 경우 문제는 심각해 충북의 경우 법정 기준 2,596명이지만 현장 인력은 1,483명에 불과하고 충남도 법정 기준 4,126명인데 현장 인력은 2,322명에 불과하다. 인원뿐만 아니라 장비부족은 너무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이번 산불 진화에 큰 활약을 한 산불진화용 소방 헬기는 산림청 소속 47대와 지자체가 민간으로부터 임차한 66대를 포함해 모두 157대지만, 대부분 정비에 들어가 화재나 산불 발생 시 즉각적인 조치가 어렵다. 특히, 이번 강원지역 화재처럼 해가 진 뒤 산불이 발생했을 때 출동할 수 있는 헬기는 사실상 전무하다. 이에 따라 국가직 전환으로 지역간 소방인력 충원, 최신 장비 구비 등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산불을 지켜본 소방방재 관련 전문가는 “앞으로 화재는 더 위험하고 다양해질 수 있다”며 “국가직 전환은 미래를 위한 필수이다”라고 강조했다.

 

 

ⓒ산림청
ⓒ산림청

 

소방공무원 국가직, 정쟁이 맞는 것인가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는 이미 5년 전 정치권에서 합의했고,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소방관을 국가직화하려면 소방기본법, 소방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등 법률을 개정해야 하지만 지난 3월 국회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에 4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은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법안 처리를 국회에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은 소방공무원의 처우 개선뿐 아니라 소방 인력과 장비 등의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해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치적 쟁점이 크게 있는 법안이 아닌 만큼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관련 법안이 신속하게 처리돼 올해 7월부터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국회의 협조를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야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청와대와 정부의 산불 대응과 소방공무원 국가직화 무산 책임 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앞에 나온 것이 화재 발생 5시간 후, 소방 대응 3단계 격상 2시간 30분 후였다”며 “청와대가 초대형 산불에 너무 한가한 것 아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은 초 단위로 알리라고 그렇게 난리 치지 않았느냐”고 비난했고, 이에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하나는 대응에 실패했고 하나는 대응에 성공했다”고 반박했다.

 

현재 민주당은 법안소위 당시 자유한국당의 원내지도부 전화 지시로 의원들이 자리를 떠나 정족수가 미달 됐다며 자유한국당을 지적하고 있다. 권미혁 민주당 의원도 “한국당 원내지도부가 통과시키지 말라고 지시해 법안 처리가 무산됐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가 지방분권에 역행한다는 이유와 각 부처 간 조율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유로 관련 법안 통과에 반대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부와 여당의 발목잡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가 되었으나 자유한국당은 민주당의 주장에 국가직 자체에 반대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자유한국당에 대한 비판여론이 크자 나경원 원내대표는 소방관의 처우 개선과 소방 장비 완비를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한 점은 찬성한다. 그러나 이를 소방관의 국가직화로 할지 아니면 다른 방식의 재정 지원을 통해 할지는 논의해봐야 한다며 입장을 밝혔다.

 

30kg의 소방장비를 입고 매일 사투를 벌이는 소방관, 현재 각계각층에서 고성·속초 산불로 인한 이재민 구호를 위한 기부와 함께 소방관 처우 개선을 위한 지원과 격려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 80%가 찬성하는 소방공무원 국가직전환이 정쟁에 발목이 잡혀야 될지 의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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