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비정규직 블랙홀
[Inside] 비정규직 블랙홀
  • 이경진 기자
  • 승인 2015.04.2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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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이경진 기자]



비정규직, 블랙홀에 빠지다 


20대와 60대는 정규직으로 전환 될 수 있을까?



 

 



드라마 ‘미생’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 그리고 스펙에 따라 잣대를 달리 하는 우리 사회의 뒤틀린 단면을 꼬집었다. 그리고 열정과 패기, 실력으로 이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사실 역시 보여줬다. 이처럼 계약직 현상이 심화되며 비정규직 블랙홀에 빠지는 20대와 60대가 많아지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비 전형 근로자는 50대에, 시간제 근로자는 15~29세와 60세 이상이 각각 30%에 육박하는 등 청년층과 고령층의 비정규직 비중이 높다고 밝혔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드는 대한민국, 세대 갈등으로 이어지다

 

  2015년 1월 15일, 한국노동연구원의 ‘비정규직 노동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월을 기준으로 5세 단위별 비정규직 비중을 살펴본 결과, 남녀 모두 25세 미만, 60세 이상에서 비정규직이 많은 U자형 형태를 띤다고 보고했다. 또한, 25세 미만(15~24세) 남성근로자의 45.6%는 비정규직이었고, 60~64세의 비정규직 비율은 54.8%, 65세 이상은 73.6%까지 치솟았다. 이는 노동시장 정착기라 할 수 있는 30~34세(17.2%), 35~39세(18.0%)에 비해 3~4배 높은 수치이고, 2003년에도 이 같은 U자 고리는 마찬가지였다. 당시 25세 미만 남성 근로자 가운데 비정규직 비율은 47.0%, 60~64세는 59.6%를 나타났고, 비정규직 비중의 저점인 연령대는 35~39세(20.1%)였다. 국내 노동시장 정착과 이탈과정에서 비정규직화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정규직 일자리 비중이 높다가 30~40대 정착에 성공하며 비정규직 비중이 낮아지지만, 다시 50대부터 주된 일자리에서 퇴장하며 비정규직이 급증하는 것이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후 재취업, 고령화 등과 맞물려 65세 이상 남성근로자의 비정규직 비율은 2003년 63.6%에서 지난해 73.6%까지 치솟았다. 

 

  이 같은 고령화현상은 은퇴 시기 연장과 청년층의 구직난이 빚어내는 현상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추세를 보면 내년 상반기쯤에는 20세 취업자와 60세 이상 취업자 간 역전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까지 100만 명 이상 벌어져 있었던 양 세대 간 취업자 수 격차가 불과 4년 만에 급속도로 좁혀지고 있다. 올해 역시 이 같은 추세는 이어지고 있으며, 20대 취업자 수는 지난해 9월을 제외하고는 올 들어 매달 전년 대비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60세 이상의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만 명 이상씩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이에 정부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은퇴 후 재취업을 하는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고 장년층 취업 증가 원인을 설명했다. ‘100세 시대’가 회자되는 상황에서 50대 후반이나 60대 초반에 은퇴하는 인구들이 자영업이나 단순 노무직 등 다시 일을 찾는 상황이 보편화되고 있다. 반면 20대 취업자가 선호하는 사무직, 전문직 등의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진학이나 취업 등으로 인해 젊은 층의 사회 진출은 갈수록 늦어지고 있다. 저출산·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우리 사회의 인구 구조 변화상 일하는 노년층의 증가는 바람직한 현상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젊은 층의 취업자 수 감소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되며, 사회 활력 유지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노년층 일자리 확보와 함께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을 원활하게 하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차별 없는 사회의 정답은 ‘정규직’전환 

 

  바둑에서 미생(未生)은 완전히 죽은 돌을 뜻하는 사석(死石)이 아닌 완생(完生)할 가능성을 남기고 있는 돌을 말한다. 완생하지는 못했지만 완생할 여지를 남기고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다. 미생이지만 하루하루 성실히 근무하며 완생하기만을 기다려온 인천 중구시설관리공단 계약직 직원들이 하루아침에 사석 신세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중구가 공단의 내부적인 문제를 외부에 발설했다는 이유로 계약직 직원들을 무더기로 해고키로 한 것이다. 구는 계약직 직원들이 1년 이상 근무하게 되면 발생되는 퇴직금이 부담스럽다는 구실을 들었지만, 사실상 보복 차원에서 내려진 조치라고 구와 공단에서 지적했다. 구는 지난해 12월 31일자로 공단 소속 계약직 직원들의 계약을 해지하고, 대체 인력 채용기간을 고려해 올해 1월 한 달간만 근무하는 1개월짜리 계약서를 새롭게 작성하도록 공단에 지침을 내렸다. 구는 또 올해부터 신규 계약직 직원의 근무기간을 11개월로 못 박고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열심히 근무하면 미생에서 완생으로, 계약직에서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믿었던 공단 계약직 직원 36명은 엄동설한에 길거리로 내몰릴 처지에 놓인 것이다. 또한, 전남 나주시는 시장 직속으로 시민 소통실을 만들면서 6급 공무원 팀장급 3명을 계약직으로 채용하기로 해 노조가 반발하고 있다. 

 

  반면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광주시교육청 로비에서 농성을 벌인 광주지역 유치원 기간제 교원들의 ‘교원 공채 폐지’요구를 광주시교육청이 수용했다. 이를 통해 무기 계약직 전환은 시간을 두고 더 협의하기로 마무리 되었다. 광주시교육청은 광주지역 유치원 기간제 교원들의 조합인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광주지부와 협상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노조는 현 교원을 교육 공무직(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하고, ‘2015 광주유아교육운영계획’에 수록된 불공정 계약 조항 삭제 등을 요구했다. 

 

  전자상거래업체 쿠팡은 입사한 지 6개월이 지난 비정규직 배송기사 6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 지난해 3~6월 입사한 200여명의 비정규직 배달 기사를 대상으로 같은 해 12월 평가를 시행해 이 중 60여명을 정규직 사원으로 전환했으며, 1월 15일, 해당 직원들에게 정규직 전환 여부를 통보했다. 쿠팡은 이번 평가에서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지 않은 배송 기사들에 대해선 6개월간 계약을 연장하고, 오는 6월 재평가를 할 계획이다. 현재 쿠팡맨으로 근무하는 직원은 1000여명이다. 회사는 이 가운데 먼저 입사한 200여 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정규직 전환 평가를 처음 시행했다. 쿠팡 관계자는 “자체 배송 서비스는 쿠팡의 핵심 사업 전략이며, 앞으로 쿠팡맨의 입사시기에 따라 차례대로 정규직 전환 평가를 시행해 정규직 비중을 늘려갈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합병 조건으로 제시한 ‘무기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무기 계약직을 대졸 군대 미필직원과 같은 6급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건 은행권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대변인은 “외환은행 노조의 지속적인 요구를 받아들인 하나금융의 이번 결정은 금융권에서는 처음 있는 의미 있는 결정으로 하나금융의 정규직 전환 사례들이 앞으로 금융권을 포함한 사회 전반에도 긍정적인 대안과 성공사례로 자리 잡아 나가길 기대 한다”고 밝혔다.

 

 

▲차별 없는 사회의 정답은 ‘정규직’전환 서브와 같이 배치해 주세요. 캡션은 외환은행은 ‘무기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국가와 기업의 노력으로 계약직 철폐 확대해 나갈 것 

 

  통합진보당 이상규(사진) 의원은 지난해 7월 24일 지방자치단체 무기계약직의 총액인건비 격차가 심각하다며, 이에 대한 정부의 합리적인 산정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상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자체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에 있어서 여러 걸림돌이 있지만, 그 중 지자체장과 기관장들이 문제삼는 걸림돌이 바로 총액인건비제”라며 “무기 계약직들의 업무 성격, 노동 강도와 근무시간의 차이가 크지 않음에도 각 지역별 총액인건비 단가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네덜란드의 경우 파트타임 노동자 비중이 37.8%로 유럽 평균의 2배가 넘지만 시간비례보호의 원칙이 철저하게 지켜져 고용의 유연성과 생활의 안정성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또한, 스페인은 정규직 보호기제가 강한 것으로 평가받는 나라다. 임시 계약직이 비정규직의 대다수를 차지하며, 비정규직 비율도 높지만 1990년대 두 차례에 걸쳐 정규직의 고용보호를 완화하는 정책을 펴서 새로운 정규직을 만들어냈다. 정규직의 해고수당을 1년 근무당 45일치로 낮추는 새로운 정규직을 만들었고, 그 결과 스페인의 실업률이 떨어졌다. 

 

  이같이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2월 29일 내놓은 비정규직 종합대책에서 3개월 이상 근무한 기간제·파견근로자에게 퇴직급여 적용을 확대해 단기계약 관행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퇴직연금계좌를 통해 이직시에도 퇴직연금과 연계해 노후소득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며, 이와 함께 ‘기간제근로자 고용안정 가이드라인’을 제정, 정규직 전환과 차별대우 개선을 유도해 가기로 했다. 고용부는 기간제 근로자 다수고용 사업장을 대상으로 가이드라인 준수를 위한 노사자율협약 체결을 지원하고 전문가 컨설팅을 제공하는 한편 준수여부를 수시로 점검해 이 같은 사업장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또한, 정규직 전환 촉진을 위해 중소·중견기업 기간제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임금인상분의 50%를 1년간 지원하기로 했고, 공모 방식으로 접수 받아 선정하며, 심사 시 근무경력 인정, 임금인상 등 처우개선 여부를 기준에 반영하기로 했다.

 

  기간제와 파견근로자 확대, 정규직 해고 보호 완화 등 노동시장 개혁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독일의 하르츠 개혁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시작한 것을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어받아 완성할 때까지 6년이 걸렸다. 네덜란드·스페인 등도 하나같이 오랜 기간 대화와 협상을 통해 타협을 이끌어 냈다. 이처럼 우리나라 역시 정부와 기업의 장기적인 투자를 통해 차별 없는 대한민국이 만들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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