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Ⅰ] 중독으로 물드는 세상
[중독 Ⅰ] 중독으로 물드는 세상
  • 김동원 기자
  • 승인 2015.04.27 17: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슈메이커=김동원 기자]



중독, 양의 탈을 쓰다


또 하나의 만성질환, 예방이 중요하다


 

 



중독은 ‘물질이나 행위에 심리적 혹은 신체적으로 의존되어 스스로 조절이 어려워진 상태’라는 부정적 의미를 내포한다. 하지만 영화제목이나 노래가사부터 일상 대화에 이르기까지 ‘중독’이라는 용어가 빈번하게 사용되면서 중독의 의미가 변화되고 있다. 현대인이 자주 사용하는 ‘사랑 중독’이나 ‘일 중독’처럼 긍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고, 부정적인 결과라도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중독에 관대한 나라

 

  한국에서 가장 심각한 중독으로 꼽히는 5대 중독은 ‘약물, 알코올, 도박, 인터넷 게임, 담배’이다. 중독포럼은 국내에서 담배를 제외한 4대 중독을 앓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국민의 수는 330만 명이며, 사회경제적 비용은 총 105조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반해 의료기관 등에서 치료를 받는 사람의 비율은 매우 낮다. 중독연구소를 운영하는 한 교수는 “우리나라의 5대 중독 중에서 알코올중독을 치료받는 사람은 5%밖에 되지 않고, 다른 중독은 그보다 적다”며 “일상생활에서 중독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 우리 사회는 매우 관대한 편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때론 중독으로 인해 이미 신체적, 심리적, 경제적, 사회적 손해를 경험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실감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중독에 대해 사회적으로 관대한 이유로는 중독의 의미가 순화된 점이 꼽힌다. 중독의 의미가 긍정적으로 순화되면서 한 가지 운동이나 취미에 열중하는 것도 중독으로 불리게 됐다. 이런 중독이 일시적으로 진행될 경우 삶의 활력소가 되고, 새로운 학습을 경험하게 하는 동기를 부여하기 때문에 ‘중독의 순기능’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독의 순기능을 실현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들은 “중독을 겪는 대부분의 사람은 절제에 대한 의지력이 없기 때문에 중독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전했다.

 

 

뇌의 반응으로 나타나는 중독

 

  중독은 의학적으로 바라볼 때 내적, 외적 자극으로 인해 통제가 불가능하게 되는 뇌의 질병으로 분류된다. 중독은 1954년 신경과학자 제임스 올즈와 피터 밀너의 실험에 의해 최초로 밝혀졌다. 그들은 실험용 상자에 쥐를 넣어두고 쥐가 스스로 지렛대를 누를 때마다 머리에 전기 자극을 받는 실험 장치를 고안했다. 이 실험에서 대부분의 쥐는 전기가 통하자마자 불쾌한 심사를 드러낸데 반해, 뇌의 보상중추에 전기를 연결한 쥐는 스스로 전기 스위치를 천 번이 넘게 누르는 행동을 보였다. 이처럼 중독은 보상중추에 의한 뇌의 반응으로 나타난다. 

 

  어떤 행동의 즐거움을 주면 그 행동을 반복하고 싶은 욕구가 강화되는데, 이는 뇌의 보상중추를 자극한 결과이다. 특히, 코카인과 같은 중독성 물질은 뇌에 직접적으로 작용해 흥분과 안도를 느끼게 하고, 행동의 강화를 부추긴다. 중독성 물질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을 때의 감정, 도박에 승리했을 때 경험하는 감정 역시 뇌의 신경 회로를 강화해 중독으로 이어진다. 중독 상담소의 한 상담가는 “과거에는 마약, 술, 담배와 같이 몸 안에 들어가는 물질에 의해서만 중독이 발생된다고 생각됐지만, 요즘에는 도박이나 게임과 같은 행위 역시 신경계의 학습과 보상 기전이 동일해 중독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해

 

  전문가들은 중독은 무엇인가에 의존하게 되는 생각과 행동에서 비롯된다고 전한다. 좋아하는 행동을 못했을 경우 불안, 초조, 짜증, 집중력 저하, 소화불량, 두통, 피로 등이 동반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중독을 의심해야 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중독은 삶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원인”이라며 “중독자의 경우 가족에게도 관심을 갖지 못하고, 기본적인 사회생활도 하기 어렵기 때문에 긍정적인 중독이여도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중독의 문제점이 가중되면서 정부에서도 중독해소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정부는 향후 5년간 17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인터넷과 게임 중독 문제해결에 나선다고 밝혔다. 또한 전국적으로 중독 상담소를 운영하며 중독으로 받는 사람들을 치료하고 있다. 하지만 중독은 금연이나 금주가 입증하듯이 치료가 쉽지 않다. 중독예방 힐링센터의 한 전문가는 “중독자 중 3% 정도만 자가 회복이 가능하고 ‘예방’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 할 정도로 중독치료는 너무 어렵다”며 “중독도 만성질환과 함께 평생 관리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중독이 개인적인 문제를 넘어 사회적으로 확신되는 요즘, 중독 예방과 치료를 위해 개개인의 노력이 더욱 필요한 이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8길 11, 321호 (여의도동, 대영빌딩)
  • 대표전화 : 02-782-8848 / 02-2276-1141
  • 팩스 : 070-8787-897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손보승
  • 법인명 : 빅텍미디어 주식회사
  • 제호 : 이슈메이커
  • 간별 : 주간
  • 등록번호 : 서울 다 10611
  • 등록일 : 2011-07-07
  • 발행일 : 2011-09-27
  • 발행인 : 이종철
  • 편집인 : 이종철
  • 인쇄인 : 김광성
  • 이슈메이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슈메이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1@issuemaker.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