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Ⅱ] 중독의 시대
[중독 Ⅱ] 중독의 시대
  • 민문기 기자
  • 승인 2015.04.27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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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민문기 기자]



“당신도 무언가에 중독돼 있지 않습니까?”


물질중독뿐만 아니라 행위중독도 늘어나…

 

 




중독이라고 하면 크게 독으로 지칭되는 유해 물질에 의한 신체적 중독(intoxication, 약물 중독)과 알코올, 마약과 같은 약물 남용에 의한 정신적 중독(addiction, 의존증)으로 나뉜다. 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게임, 알코올, 도박, 약물 등 4대 중독에 빠진 인구는 618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중독에 의한 사회적 비용은 연간 109조 5,000억 원에 이른다. 정신적 건강을 개인의 문제로만 생각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 우리 사회는 육체적 건강만큼이나 정신 건강에 대한 문제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물질중독으로 물든 사회

 

  물질중독은 특정한 물질에 심신이 익숙해져 해당 물질이 사라지면 생활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는 것을 말한다. 인체는 물질에 중독될 경우 내성이 생겨 섭취를 중단했을 때 고통을 느끼는 금단 현상이 수반된다.  

 

  가장 보편적인 물질 중독에는 ‘알코올중독’이 있다. 이는 알코올 남용에 따른 중독으로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기능에 장애가 오는 것을 뜻한다. 알코올 남용이 심한 경우 알코올 의존에 이르게 된다. 

 

  2004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 년에 소비하는 술의 양은 소주의 경우 인당 94병, 맥주는 97병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알코올 분해 효소가 서양인에 비해 적은 동양인은 술로 인한 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한다. 2007년 발표된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결과는 국내성인 인구의 5.6%에 이르는 180만 명 정도가 알코올 중독 혹은 그에 준하는 상태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정했다. 

 

  알코올 중독의 원인으로는 유전적인 원인, 생물학적 원인, 심리적 원인 등 다양한 요소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최근 가장 큰 원인으로 떠오르는 것은 사회문화적 요인이다. 술을 마심으로써 스트레스와 긴장을 떨친 사람은 이후에도 같은 이유로 술을 찾게 될 가능성이 높다.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이런 행동이 알코올 중독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학설이 최근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 사회 분위기가 음주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음주에 대해 관용적인 사회 분위기와 폭탄주, 술잔 돌리기 등 잘못된 회식 문화들이 알코올 중독자를 증가시킨다.  

 

  알코올 중독자는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의 정신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뿐만 아니라 알코올성 치매와 간질환과 같은 중증 합병증이 수반되는 경우도 있다. 알코올 중독은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지난 1월 인천시 한 아파트에서 알코올 중독자인 A씨가 흉기를 휘둘러 아내를 살해하려 한 사건도 있었다. A씨는 10년간 10차례에 걸쳐 중독 치료를 받았으나 상태가 호전되지 않고 이와 같은 범행을 일으켰다.

 

  담배로 인한 니코틴 중독도 물질중독의 대표적 예다. 올해 초 담뱃값이 2,000원 오른 뒤 급감했던 판매량이 최근 다시 증가하고 있다. 금연을 포기하고 다시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흡연자 대부분은 ‘니코틴 중독’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국내 니코틴 중독의 유병률은 6%로, 알코올 중독 5.6%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지 못하는 것을 니코틴의 강력한 중독성 때문이라고 말한다. 니코틴 중독은 담배를 피우지 않을 시 초조함, 불안함 등의 금단 증상을 보이며, 더 많은 담배를 찾게 되는 질환이다. 니코틴으로 인한 신체적 중독보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정신적 중독이다. 특정한 상황에 부닥쳤을 때 담배를 피웠던 기억은 평생 뇌 속에 남는다. 그러므로 그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면 금연을 한 기간과 상관없이 흡연 욕구를 느끼게 된다. 

 

 

▲영화 <맥스페인3>

 

 

 

 

행위중독도 무시할 수 없어

 

  과거에는 술과 담배, 마약과 같은 물질중독에 대해서만 부각됐다. 하지만 최근 물질뿐만 아니라 특정한 행위에도 중독되는 경우가 증가하며 ‘행위중독’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인터넷, 성행위, 쇼핑 등의 과도한 반복은 물질중독과 마찬가지로 내성과 금단증상이 일어나 대인관계와 사회적 기능의 장애를 일으킨다. 이러한 행위를 의학적으로는 ‘행위중독(behavioral addiction)’이라 부른다.

 

  업무와 공부에 과도한 시간을 보내며 스트레스를 감수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며 ‘스트레스 중독’이 급증하고 있다. 만성적 스트레스는 아드레날린과 코티솔을 지속해서 분비시켜 신체장애를 일으킨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오를로프 교수는 스트레스 중독에 대해 “사람들은 피곤하면서도 일을 급하게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 아드레날린 중독자는 일 중독자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스트레스 중독자가 급증하는 현상에 대해서 오를로프 교수는 “사람들은 더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더 나은 기회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끊임없이 생각한다. 돈을 잘 버는 사람이 더 가치 있는 사람인 것처럼 생각하도록 만드는 사회가 일 중독 현상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업무 중독으로 번아웃 증후군이란 증상도 등장했다. 이 증후군은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하던 사람이 신체적, 정신적인 극도의 피로감으로 무기력증, 자기혐오, 직무 거부 등에 빠지는 증상을 말한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지난해 평균 근무시간은 하루 10시간 30분에 이른다. 과도한 경쟁사회로 일 중독에 시달리는 국민들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번아웃 증후군은 단순한 스트레스를 넘어 우울증, 인지능력 저하와 같은 정신적 질환까지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2010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세계 정상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섹스 중독’에 빠졌다. 그는 결국 치료를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학계에서는 최근 섹스 중독도 중독 행위의 하나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성 중독자 단체(sexaholics anonymous, SA)에서는 성욕에 중독된 사람을 성 중독자(sexaholics)로 정의했다. 성 중독자는 무엇이 옭고 그른지를 더 이상 판단하지 못하고 성적 조절 능력과 선택권을 상실하게 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정신과 교수팀은 성에 중독된 사람의 뇌는 마약 중독자와 똑같은 반응을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성 중독자들은 뇌의 배측선조체와 배측전대상피질, 편도체가 특히 활발한 반응을 했으며, 성관계에 대한 열망이 커질수록 세 부위의 연결 네트워크도 더욱 강화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중독도 진화한다 

 

  맛있는 음식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인간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음식도 뇌에 마약과 같은 중독효과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신시내티대학교 연구팀은 음식을 탐닉하는 사람의 뇌가 마약중독자의 뇌와 비슷해지며 배고프지 않아도 음식을 찾게 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음식을 찾을 때 뇌 상태를 관찰하기 위해 실험용 쥐에게 초콜릿을 정기적으로 먹이다가 쥐가 초콜릿을 먹을 것이라 예상하는 시점에 초콜릿을 주지 않고 뇌의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쥐의 뇌에서는 ‘오렉신’이라 불리는 신경 전달 물질이 활성화됐으며, 이 상태는 마약중독자가 코카인을 찾을 때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밀가루가 중독을 일으킨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밀가루 단백질인 ‘글루텐’이 뇌 속으로 들어가 모르핀과 같은 중독현상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음식중독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박용우 박사가 집필한 <음식중독>이란 책에서는 음식중독을 우리 사회의 환경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다양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이 습관적으로 고당질, 고지방의 음식을 먹게 된다고 설명했다.

 

  충동조절장애의 일환으로 ‘쇼핑중독’이라 불리는 중독현상도 등장했다. 쇼핑중독은 ‘단순한 과소비를 넘어서 필요하지 않은 상품을 구입하고 자신이 구매한 상품을 제대로 기억 하지 못하고, 쇼핑을 중단하면 심리적, 육체적 부작용이 일어나는 상태’로 정의된다. 

 

  2006년 영국 정신과 의사들은 쇼핑중독을 정신병의 일종으로 분류했다. 연구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보다 9배나 높은 중독현상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을 기준으로 쇼핑중독 환자에게서 강박장애의 유병률은 12~30%에 달한다고 나타났다. 국내의 조사결과도 쇼핑중독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2011년 행정안전부의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쇼핑의 상용조절이 안 된다’고 응답한 성인여성은 13.5%에 이르렀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영철 교수는 “쇼핑에 중독된 사람들은 충동 통제를 못 하는 전형적인 충동조절장애 환자로 특별히 구입할 것이 없어도 무엇을 살지 고민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몸짱 열풍’과 함께 자신의 건강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과도한 운동을 하는 ‘운동중독’ 역시 최근 눈에 띄는 중독현상이다. 운동을 하면 우리의 신체에서는 ‘베타 엔도르핀’이 평소의 5배 이상 증가한다. 이 신경 물질은 마약과 화학 구조가 비슷해 최상의 행복감을 느끼게 하고 운동이 주는 근육의 고통을 잊게 하는 역할을 한다. 베타 엔도르핀의 과다 분비로 흥분상태를 경험한 사람들은 같은 희열을 느끼기 위해 운동에 빠져들게 된다. 운동중독을 겪는 사람은 운동을 중단할 시 불안, 긴장, 신경과민, 근육 경련 등 다양한 금단 증세가 나타난다. 이런 경우 운동이 삶을 지배하게 되며, 생활에 있어서 다른 선택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가 급격하게 변화하며 다양한 중독현상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하는 것은 백해무익(百害無益)하다. 현대인들이 중독에서 벗어나 삶의 질을 높일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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