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Ⅲ] 중독의 두 얼굴…좋거나 나쁘거나
[중독 Ⅲ] 중독의 두 얼굴…좋거나 나쁘거나
  • 김갑찬 기자
  • 승인 2015.04.27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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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갑찬 기자]



부정적 중독 요인 방치 시 막대한 사회 문제 발생 


정부와 지역사회의 유기적 협조가 절실  

  


중독의 폐해는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가정이 무너지는 것은 물론 질병으로 이어지거나 범죄를 일으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해외에서 인터넷게임 중독자가 잔인한 총기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빈번하며 중국에서는 20대 게임 중독자가 게임 장비를 사려고 이웃집에 침입 후 일가족 6명을 살해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4월 게임 중독에 빠진 20대가 28개월 된 아들을 살해하고 시신을 방치한 사건이 벌어져 국민들을 충격에 빠지게 했다. 또한 알코올 중독자에 의한 유아 성폭행 등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4대 중독을 개인적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로 접근해 국가가 총체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중독의 또 다른 덫 연쇄 중독

 

  인터넷게임·도박·알코올·마약은 사회를 병들게 하는 ‘4대 중독’으로 꼽힌다. 중독 문제를 계속 방치한다면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부담은 날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중독은 한번 빠지면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일단 중독 성향이 있게 되면 다른 중독에 빠지기는 더 쉬워진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잇따라 새로운 중독을 경험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 방송을 통해 소개된 30대 남성 박 모 씨의 인생은 연쇄 중독의 이어짐으로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고등학교 1학년 때 시작한 게임에 중독됐다. 이 때문에  두 차례 정신병원에 입원하기까지 했다. 지금 그는 알코올 중독자이기도 하다. 대학 졸업 후 조리사 자격증을 따서 식당에 취직했지만 알코올 중독이 문제가 돼 수차례 해고를 당했다. 박 씨는 “술을 마시면 게임만큼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금방 기분 전환이 되고 훨씬 강렬합니다”고 연쇄 중독의 위험성을 설명했다. 관동대 명지병원 김현수 교수는 “박씨가 마음을 다스리려고 게임이 주는 보상에 의존했던 것이 이제는 알코올에 의존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라며 “10대 시절의 게임 중독이 중독생활의 뿌리가 됐다”고 설명했다.

 

  술 도박 약물과 달리 인터넷게임은 아동·청소년에게도 허용되는 부분이며 이에 대한 중독이 연쇄 중독의 시발점이 된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밤 10시 이후 피씨방 출입금지나 자정 이후 게임을 못하도록 막는 ‘셧다운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게임 자체를 중독 행위로 규정하며 적극적으로 관리하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게임업계와 문화계를 중심으로 게임과 중독의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게임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월, 대만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을 보면 과도한 인터넷 사용이 음주로 이어지는 ‘중독의 연쇄성’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2000년 16세 청소년 1,468명의 인터넷 사용 실태를 조사한 다음 4년 뒤 20세가 된 이들의 음주 여부를 추적 조사했다. 결과는 16세 때 피씨방을 드나들며 학업과 무관하게 인터넷을 이용했던 청소년들의 고위험 음주율이 피씨방 출입을 하지 않았던 경우보다 2.7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468명 가운데 25.9%는 20세가 되면서 술을 마시게 됐고, 이 가운데 16% 정도는 한 달에 3번 이상 과도하게 술을 마시는 고위험 음주군에 속했다. 가톨릭대 의대 이해국 교수는 “청소년기에 오락 목적으로 인터넷을 지나치게 사용하는 것이 지나친 음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입니다”라고 말했다. 대만은 우리나라와 경제 수준이 비슷한 데다 밀집된 도시에 거주하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사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긍정적 중독은 과연 있을까? 

 

  누구나 중독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부정적인 생각부터 하게 될 것이다. 개인은 물론 가족과 사회를 병들게 하는 중독. 과연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 긍정적 의미의 중독이란 존재할까? 일부 전문가들은 운동, 일, 사랑 등에 긍정적 중독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도 결국에는 부정적 의미를 내포할 수밖에 없다. 반면 최근 ‘리더들은 모두 활자 중독’이라는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밝혀져 화제가 되고 있다.    

 

  많은 리더들은 활자를 사랑했다. 리더 대부분은 많은 사람과의 대화에서도 아이디어를 얻지만 주로 책이나 신문 등 활자 미디어를 통해 인생과 경영 그리고 정치의 법칙을 읽어낸다. 듣는 내용을 모두 기억하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하다. 읽어서 이해하고 그것을 다시 읽어 제 것으로 만드는 게 자연스러운 지식습득 방법이다. 리더들은 이 단순하고도 위대한 진리를 좇아 매일 활자를 접하고 이를 중히 여긴다.

 

  유럽을 평정했던 프랑스의 나폴레옹은 전쟁터에서도 말 위에 앉아 책을 읽었다는 일화가 있다. 나폴레옹이 야심만만한 전쟁광이 아니라 영웅으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대문호 괴테와 음악가 베토벤을 매료시킬 정도로 빼어난 학식과 교양, 예술적 감각 덕택이었다. 이는 모두 그가 책을 항상 손에 쥐는 습관에서 나온 결과다. 21세기형 영웅으로 떠오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도 바쁜 일과 중 매일 밤 한 시간씩, 주말에는 두세 시간씩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고, 출장 때마다 항상 책을 챙긴다. 대중문화의 본산인 할리우드에도 열렬한 독서광이 많다.  '타이타닉'을 연출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나 ‘다이하드2’ ‘클리프행어’를 연출한 레니 할린 감독 등 최고의 흥행감독과 영상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인물들은 어렸을 때부터 책벌레였을 뿐 아니라 현역 생활 속에서도 꾸준히 독서를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성공한 경영인 중에서도 고전이나 문학 등 인문학 전공자가 많다는 사실은 독서로 쌓는 인문학적 교양과 창조력이 경영의 핵심역량임을 잘 보여준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도 대단한 독서광이다. 선대 이병철 회장에게서 늘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라는 의미로 ‘경청(傾聽)’이라는 휘호를 받은 이건희 회장은 독서가 ‘경청’을 실천하는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들 리더는 신문이나 책 등 활자에서 미래를 보았다. 자기 일에 필요한 지식이나 태도를 결국 활자를 통해 습득했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우리는 엄청난 속도의 경제발전을 이뤘지만 아직 ‘1등 국가’라 말하기에 스스로 주저한다. 1등 국가와 2등 국가의 차이 중 하나는 활자문화의 성숙도라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읽고 쓰고 판단하고 말하고 결론을 내리고 대안을 이끌어내는 그 힘이 아직 부족한 것이다. 2등이나 3등은 시간과 노력만 투자하면 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도 최고 자리에 오른 사람들은 반드시 무언가 읽는 활자 중독자가 많다는 점은 중독의 긍정적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중독치료 키워드는 ‘공감적 청취’

 

  앞선 활자 중독처럼 일부 예외적인 경우 중독이라는 개념이 긍정적 효과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중독은 치료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와 같은 중독환자에게 필수적으로 시행되는 정신치료에 있어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공감’과 ‘공감적 청취’라는 조언이 나왔다. 정신건강의학과 최명환 박사는 한국 중독정신의학과 춘계학술대회에서 ‘중독 환자에 대한 정신치료’라는 주제로 공감 및 공감적 청취를 통해 금단 증상으로 나타나는 정서적 불편감을 해석하는 등의 역할이 수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여기서 말하는 공감적 청취는 적극적으로 환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비판하거나 비난하지 않는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도록 받아주는 태도를 일컫는다. 최명환 박사는 “공감은 인지적 공감과 경험적 공감으로 나타나는데, 이런 공유 경험은 치료자와 환자 사이에 유대를 만들고, 이런 유대를 통해 이전에는 감내하기 어려웠던 감정들을 환자가 참을 수 있게 되는 등의 효과가 나타납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공감이라는 감정을 적용한 정신치료법도 있다. 이는 ‘가속공감치료’로 다반루의 집중단기역동정신치료(IS-TDP)로부터 발전된 단기정신치료로 역동과 경험적 요소들을 동시에 포함하는 단기치료이다. 최 박사가 제시한 AET 주요 치료전략에 따르면 치료자의 코멘트에 대한 환자의 전반적인 반응을 포함해 상호작용하며 의논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또 환자에게 자기 대상 기능을 제공하고 정신 역동적 해석을 제공한다. 여기에는 긴장조절, 자기 위안, 자존감 조절 등이 포함돼 있다. 최 박사는 "AET를 시작하기에 앞서, 환자를  처음 만났을 때 환자의 불안을 감소시키고 안전하고 함께 협력한다는 느낌을 만들기 위해 환자에게 치료에 관해 설명해줘야 합니다"고 피력했다. 이어 그는 "몇몇 연구결과를 보면, AET는 치료자가 환자와 상호작용 시 다른 치료법처럼 도전과 압박을 사용하는 대신 환자와 치료자 사이의 견해 차이를 존중하고 이런 차이를 치료로 이끌어갈 중요한 자료로 보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추가 치료법으로도 추후 고려해볼 만합니다"고 말했다.

 

  우리 주위에는 여전히 다양한 중독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세상은 자연스럽게 더 편하게, 더 빨리 기쁨과 행복감을 느낄 방법을 찾게 된다. 빠른 속도로 세상이 변하는 만큼 간편하게 행복감과 쾌감을 주는 활동들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음주와 흡연, 도박과 인터넷 게임, 마약 등은 빠른 시간 내에 간편한 행복과 쾌감을 주는 행동의 아주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 주변에는 중독을 부추기고 장려하는 자극적인 환경들이 너무도 많이 존재하는 반면, 정작 중독 문제를 겪는 사람과 그 가족들에 대한 치료적 시각은 너무나도 미흡하여 중독의 문제를 한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해버리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중독은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신의학과 전문의들은 “중독에 대한 낮은 인식, 중독 유발 물질에 대해 관대한 문화가 각종 문제를 발생시키고 그로 인한 심각한 사회문제를 가져오기에,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중독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지역사회가 스스로의 중독 문제를 파악하여 이에 대해 대비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공통된 견해를 펼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독 없는 세상을 위한 하나의 노력을 위해 정부는 물론 지역 사회와 가정, 그리고 개인의 공존이 절실히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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