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아프니까 청춘’ 대신 ‘아프기만 한 청춘’
[이슈메이커] ‘아프니까 청춘’ 대신 ‘아프기만 한 청춘’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9.04.24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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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아프니까 청춘’ 대신 ‘아프기만 한 청춘’

기회의 사다리 박탈 속 세대 간 갈등 커져

 

 

ⓒPixabay
ⓒPixabay

 

최근 청년세대들에게는 ‘부모보다 못 사는 첫 세대’라는 좋지 않은 꼬리표가 붙고 있다. 물론 어떤 세대이건 힘든 때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장밋빛 미래’와 같이 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오늘날의 청년들은 희망조차 잃어가고 있다. 이들이 가진 허탈한 마음이 커지면서 세대 간 갈등도 증폭되는 양상이다. 더 큰 문제는 사회의 핵심 동력이 되어야 할 2030 세대의 우울증과 공황장애 같은 질환을 앓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부모보다 못 사는 첫 세대’ 꼬리표

정규직 취업 준비만 6년째라는 20대 A씨는 “아무 고민 없이 잠이 든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아르바이트와 계약직 생활을 통해 생활비는 겨우 마련해왔으나 돈을 모으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는 “열심히 노력해도 좋아질 것이라는 보장도 없어 결혼을 포기한지 오래”라며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늘어나면서 점점 무기력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같다”고 감정을 전했다.

 

이처럼 번듯한 직장생활과 결혼, 출산, 육아 등 과거에는 당연히 거쳐야 하는 과정으로 여겨지던 일들이 청년세대에게는 감당하기 버거운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동안 유행처럼 번지던 ‘아프니까 청춘’이란 말은 더 이상 청년들에게 위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분노하게 만들 뿐이다.

 

작금의 청년 문제의 본질은 취업난이다.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하니 대학 졸업 이후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 최근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돈’과 ‘일자리’였다. 지난 3월 고용동향에 의하면 15~29세 청년 실업률은 10.8%를 기록했다. ‘잠재경제활동인구’까지 포함한 ‘청년 확장실업률’은 무려 25.1%다. 2015년 관련 통계를 발표한 이후 최고치다.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가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높은 수준을 가진 것과는 대비되는 수치다. 이는 자연스레 청년들의 박탈감을 불러오며 기성세대를 향해 ‘사다리를 걷어찼다’며 분노하기도 한다.

 

청년세대 우울증 경험자 급속 증가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면서 우울한 마음을 토로하는 비율도 20대가 장년층을 앞지르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2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 등을 느낀 비율을 뜻하는 ‘우울감 경험률’이 2012년 9.3%에서 2015년에는 15%에 육박하게 되었다. 2017년 기준 20대 우울증 환자만도 7만 6천여 명에 달할 정도이다. 또한 서울대 보라매병원 정희연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발표한 조사에서는 4년제 대졸 취업준비생 7명 중 1명은 취업 스트레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어렵사리 취업에 성공해도 또 다른 어려움으로 인해 우울감은 이어진다. 일상이 된 야근과 직장 내에서 일어나는 ‘갑질’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부른다. 30대 직장인 B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퇴사에 대한 욕구가 솟아오르지만 재취업 도전에 대한 두려움과 당장의 생계가 걱정돼 울며 겨자 먹기로 회사에 다니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대표적인 노인질환으로 불리던 당뇨 환자수의 최고 증가율을 보인 세대가 20대이며 화병 환자 수 역시 증가하고 있다. 이는 불행하게도 2030 세대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 되는 현상을 만들었다.

 

가정과 사회, 정부의 도움과 지혜 요구

더 큰 문제는 도움을 요청하거나 털어놓을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기댈 수 있는 언덕이 되어주는 대신 ‘노력이 부족한 너희들 탓’이라 전하는 기성세대의 야속함은 사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높은 집값과 사교육비로 인해 목돈이 드는 결혼과 주택구입, 자녀양육을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생기지 않은 청년 세대의 입장에서 미래는 암흑세계일 뿐이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처한 환경이 지나치게 경쟁적인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어린 시절부터 치열한 경쟁 체제 속에서 자라온 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항상 쫓기는 듯이 살면서 건강까지 헤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청년들의 고민을 들어줄 수 있는 통로의 필요성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최근 청와대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 간담회에서 시민사회단체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의 엄창환 대표가 청년문제에 대해 발언하던 중 대통령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울먹인 모습 역시 소통의 창구가 필요한 청년층의 절실함이 투영된 장면이기도 했다.

 

이에 발맞춰 정부는 지난해 성과가 나타난 청년일자리 사업을 중심으로 올해 구직과 채용, 근속 단계별 지원을 강화해나가야 할 계획이다. 하지만 많은 청년단체들은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주거와 부채, 건강 등에 관한 종합적인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청년기본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마음의 병으로 방황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하다고 볼 수 없다. 한양대학교 교육학과 장형심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사회를 바꿔나갈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정치적 목소리도 내야 한다”며 ‘자아 탄력성’을 키워나갈 것을 주문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기회의 사다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우울증에 빠진 청년세대의 마음의 병이 더 깊어지기 전에 가족과 사회, 국가가 험난한 현실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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