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Ⅱ] “우리 가족이 위험하다”
[Special Report Ⅱ] “우리 가족이 위험하다”
  • 김동원 기자
  • 승인 2015.04.27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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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동원 기자]

“우리 가족이 위험하다”


함께 한 끼 식사조차 못하고, 관심받기 위해 범죄까지 저질러


 

 

 

 


현재 방영중인 TV 예능 프로그램 중 가족의 모습을 담은 프로그램이 대세다. 이처럼 가족 프로그램이 대중에게 인기를 받는 이유는 현대사회 가족의 모습이 TV프로그램과 대조되게 소통과 관심이 부재하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주말을 포함해도 하루 평균 1시간 남짓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TV의 모습과 다르게 대부분의 가족들은 한 끼의 식사조차 함께 하기 힘들 정도로 단절된 생활을 보내는 게 현실이다.



국민 절반이 가족과 식사조차 함께 못해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19세 이상 남녀 7,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족과 함께 아침식사를 하는 사람의 비율은 46.1%로 전체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아침 가족동반 식사율은 조사가 처음 시작된 2005년 62.9%에서 2008년 58.6%, 2012년 51.3%로 줄곧 낮아져 2013년도에는 처음으로 50% 아래로 추락했다. 저녁 가족동반 식사율도 2005년 76.0%, 2008년 68.8%, 2010년 68.0%에 이어 2013년 65.1%로 매년 줄고 있다. 조사 대상자 3명 중 1명은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족 구성원이 학교나 직장에 있는 시간인 점심은 가족동반 식사율이 14.4%로 가장 낮았다. 이 수치 역시 2005년 21.6%에서 점차 줄어들었다.

 

  가족끼리 식탁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하는 모습은 보기 어려워졌다. 이처럼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가족 구성원들의 외부 활동이 과거보다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광고 회사에 근무하는 51살 김동민 씨는 “가족끼리 식사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느끼지만, 회사에 일도 많이 있고 야근까지 하다 보니 시간적 여유가 안 됩니다. 그래서 가족끼리 멀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라고 응답했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1인 가구의 증가가 꼽힌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1인 가구 수는 1990년도의 102만 가구에 비해, 2012년도에는 454만 가구를 기록할 정도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전체 가구 수와 비교해 보면,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네 집 중 한 집으로 그 수준이 심각하다. 

 

  금융회사 근무하고 있는 29살 이승호 씨는 “회사가 집과 멀지 않는 곳에 위치했지만, 야근과 일이 많아 회사 근처에 월세를 구해서 거주하고 있습니다. 주말에 가족끼리 식사를 하고 싶지만, 주말에도 출근하는 일이 잦아서 집에 가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라며 가족과 식사를 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가족 간의 식사조차 하지 못하는 현상은 자연스럽게 소통의 부재를 낳았다. 그리고 가족 간의 소통 부재는 사회적으로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가족의 관심을 받기 위해 범죄 저질러

 

  지난 3월 22일 수원남부경찰서에 긴급전화로 ‘강도에게 흉기로 찔리고 8만원을 뺐겼다’는 A씨의 신고가 접수됐다. A씨는 동수원병원 인근 청소년문화공원을 산책하던 중 괴한이 접근해 금전을 요구했고, 몸싸움 끝에 왼쪽 복부를 칼에 찔려 길이 1cm, 깊이 1.5cm 자상을 입었다고 진술했다. 수원남부경찰서는 약 3일간 강력 6개 팀과 생활범죄 1개 팀 등 총 7개 팀 경력 30여명을 동원해 용의자 파악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조사결과 A씨가 과도를 이용해 스스로 상처를 낸 뒤 강도를 당했다며 허위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6개월 전 직장을 그만두고 부모와 다툼이 잦았다”며 “가족의 관심을 받고자 위와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실토했다.

 

  이처럼 가족의 관심을 받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전문가들은 ‘뮌하우젠 증후군’이라고 설명한다. 뮌하우젠 증후군은 주로 신체적, 정신적인 징후나 증상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내서 자신에게 관심과 동정을 이끌어내는 정신적인 질환을 뜻한다. 뮌하우젠 증후군이 발생되는 이유로는 사회와 가정에서 관심과 애정을 받지 못한 이들이 상처 받은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 잘못된 수단으로라도 관심을 받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최소 1,200여 건의 사례가 보고되고 있으며, 다른 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비율로 발생하고 있다.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현대인의 상징적 질병은 정신병인데, 현대인은 대부분 자신이 우울하다고 믿고 있으며 그 원인 중 하나로 가정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가족 간의 관심과 소통 부재가 개인에게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가족동반 식사율은 점차 감소하여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모습은 보기 어려워졌다. ⓒ SBS 별에서 온 그대

 

 

 

멀어지는 가족, 대책 필요해

 

  가족 간의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기업을 비롯한 공무기관들은 ‘패밀리데이(Family Day)’나 ‘해피프라이데이(Happy Friday)’ 등 일찍 퇴근하여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과부한 업무와 진급 등의 문제로 가족과의 시간을 포기하고 일에 매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일주일 중 하루 일찍 퇴근한다고 하더라도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보다 개인적인 휴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과 같은 정책으로는 가족과 멀어지는 현상을 멈출 수 없다는 결론이다.

 

  개인적으로도 가족과 시간을 보낼 경우 대화를 하기 보다는 TV를 보거나 스마트 폰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개인주의가 강화되고 세대 갈등이 이뤄지면서 가족 간의 대화가 잔소리처럼 여겨지는 등 소통체증이 발생하여 자연스럽게 대화 기피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황미구 전문심리상담센터 원장은 “기성세대들은 ‘가족의 성공이 곧 나의 성공’이라고 여겨 조언을 하게 된다”며 “결혼이나 출산 등을 선택으로 바라보는 젊은 세대에게 불필요한 잔소리로만 여겨질 뿐”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소통 체증으로 인해 가족 해체가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가족 간에 서로 충고를 앞세우기보다 격려하고 북돋아주는 문화를 회복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다. 또한, 가족끼리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회적인 제도가 시급하다고 설명한다.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그 어느 때보다 가정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과 관심이 필요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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