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Issue]매니 파퀴아오
[Sports Issue]매니 파퀴아오
  • 조재휘 기자
  • 승인 2015.04.2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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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조재휘 기자]




8체급 석권한 세계적 복싱 영웅… 경기 때면 내전도 휴전

악조건을 이겨낸 ‘희망의 상징’, 영웅은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사진/ 매니 파퀴아오 공식 홈페이지

 

 

 

오는 5월 3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가스 MGM 그랜드 호텔에서 플로이드 메이웨더(미국)와 매니 파퀴아오(필리핀)의 시합이 개최된다.  파퀴아오는 오는 5월 3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데뷔 후 20년 동안 무패행진을 기록 중인 메이웨더와 ‘세기의 대결’을 선보인다. 파퀴아오와 메이웨더는 이번 경기로 각각 1억 8000만 달러(약 2000억 원)와 1억 달러(약 1100억 원)의 대전료를 받을 예정이다. 이 천문학적인 ‘전(錢)의 전쟁’은 국내도 그렇고 해외에서도 메이웨더의 승리를 예상하는 평이 훨씬 많다. 그런데 ‘누구의 승리를 원하는가?’라는 선호도 조사에서는 파퀴아오가 압도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메이웨더 vs 파퀴아오, 미묘한 선악 대결의 구도
한국의 스포츠팬들에게 파퀴아오는 조금 낯설다. 프로복싱이 인기가 없어 국내 언론에서 관련 기사를 자주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싱, 격투기 팬들 사이에서 파퀴아오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이 시대 최고의 영웅이다. 

 

  과거에도 ‘세기의 대결’이라는 명목으로 전 세계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수많은 명승부가 존재했다. 1970년대 무하마드 알리와 조 프레이저, 조지 포먼의 헤비급 서바이벌을 거쳐 1980년대 ‘패뷸러스 포(fabulous four)’로 불리던 슈거 레이 레너드, 토마스 헌즈, 로베르토 두란, 마빈 해글러 간의 슈퍼 파이트들은 지금까지도 복싱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경기로 회자되고 있다. 경량급에서는 45전승(44KO)의 카를로스 사라테와 29전승(29KO)의 알폰소 사모라의 멕시코 동문 대결, 체급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 일깨워준 윌프레도 고메스(33전 32승(32KO) 1무)와 사라테(52전승 51KO승) 전, 살바도르 산체스와 고메스 전 등이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대부분의 빅 매치가 그렇듯이 응원하는 팬들은 양분되기 마련이다. 엇비슷한 실력과 막상막하의 업적을 쌓은 팽팽한 톱 복서 간에 자웅을 겨루는 일전이기 때문에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지지하는 팬들의 비율이 큰 격차를 나타낸 경우는 흔치 않았다.   

 

  이 점에서 이번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경기는 좀 특별하다. 객관적으로는 메이웨더의 승리를 예상하면서도 파퀴아오가 승리하기를 바라는 팬들이 국내를 포함하여 해외에서도 압도적으로 많다. 필리핀을 포함한 동양권의 분위기야 당연히 그렇더라도 유럽, 남미뿐 아니라 메이웨더의 조국인 미국에서조차 그런 현상이 감지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메이웨더 팬들이 기분을 상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 대결은 마치 선(파퀴아오)과 악(메이웨더)의 대결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두 선수가 걸어온 길이나 사생활, 경기 스타일에서부터 국적까지, 공통분모를 찾기 어려운 두 선수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메이웨더의 영악한 이미지가 상대적 약자로 평가된 파퀴아오의 선전을 바라는 인간의 근본적인 기대심리를 더욱 증폭시킨 영향도 크다. 메이웨더가 디지털 시대의 퍼펙트한 복싱을 구사한다면 파퀴아오는 아날로그 시대의 투사 정신을 간직한 진정한 파이터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파퀴아오는 복싱 역사상 최초로 8개 체급을 석권한 선수다. 필리핀에서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그는 유명세 덕에 2009년 5월 선거에서 하원의원으로 당선돼 정치인의 길을 걷고 있기도 하다.

 


왜 복싱 팬들은 파퀴아오에 열광하나
 

  아시아 출신 스포츠 스타 중 최고 인기를 누리는 사람은 누구일까? 프로스포츠의 세계에서 인기는 결국 돈이 말한다. 경량급으로 대전료 2000만달러를 넘긴 최초의 선수. 그가 바로  필리핀이 배출한 복싱 영웅 매니 파퀴아오(37)다. 파퀴아오는 2011년 ESPN이 조사한 스포츠 스타 부자 순위에서 MLB 뉴욕 양키스의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함께 3200만 달러(약 350억 원)를 벌어들여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을 선정했는데, 이 중 스포츠 선수는 골프의 타이거 우즈, 테니스의 나달, 복싱의 파퀴아오 3인이었다. 

 

  2013년 필리핀 국세청이 홈페이지에 게재한 개인 납세자 순위에 따르면 파퀴아오가 지난 2013년 한 해 동안 납부한 세금은 총 1억6384만 페소(약 40억 원)로 필리핀에서 가장 많은 세금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2위(후아니토 알칸타라, 사업가)와의 납세액 격차가 무려 15억 원이 날 정도로 그가 낸 세액은 독보적이었다. 

 

  메이웨더(38)의 수입도 만만치 않다. 그는 프로 데뷔 후 47경기 무패로 5체급을 석권했고, 2014년에는 미국 경제지 포브스지 선정 전세계 스포츠 스타 수입 순위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하였다. 플로이드 메이웨더는 2013년? 벌어진 사울 알바레즈의 시합과 2014년 5월 달에 벌어진 마르코스 마이다나와의 시합에서 무려 1억 500만 달러(약 1071억 원)을 벌어들여 2위를 기록한 크리스티안 호날두(축구)의 총수입과도 무려 2500만 달러의 차이가 있을 만큼 엄청난 수입을 기록하였다. 

 

  그런데 왜 세계의 복싱팬들은 메이웨더보다 파퀴아오에 더 열광할까? 우선 파퀴아오의 신체 조건을 보자. 신장 169㎝에 팔길이 170㎝. 플라이급이나 밴텀급에서나 통할 수 있는 체격 조건이다. 메이웨더는 팔길이가 183㎝. 파퀴아오는 모든 면에서 희망의 상징이고 인간승리의 주인공이다. 미국에 사는 수백만 명의 필리피노들은 그의 경기가 벌어질 때마다 필사적으로 티켓을 산다. 그는 프로복싱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강력한 ‘티켓 파워’다.

 

  파퀴아오의 인기를 보여주는 가장 극적인 사례. 민다나오섬은 알려진 대로 수십 년째 이슬람 게릴라와 정부군 사이의 교전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그동안 12만 명 이상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진 지역이다. 그러나 파퀴아오가 링에 서는 날 양측은 휴전을 한다. 뿐만 아니라 필리핀 전체가 텔레비전 앞에 모인다. 범죄율은 제로가 된다.

 


빈민가의 소년에서 두려움을 모르는 파이터로
 

  파퀴아오는 1978년 12월 17일 필리핀 민다나오섬의 키바웨하루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하루 한 끼도 제대로 먹기 힘든 집안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아버지가 다른 여자가 생겨 가족을 버리면서 졸지에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그는 열세 살 때부터 민다나오 거리를 돌아다니며 꽃, 담배, 도너츠, 아이스크림을 팔았다. 그러나 민다나오에서는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일생일대의 결단을 내린다. 열다섯 살에 가족과 고향을 떠나 배를 타고 수도 마닐라로 갔다. 복서로 인생을 개척하기 위해서였다. 1995년 1월, 열여섯 살에 마닐라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이었다. 

 

  파퀴아오가 세계 플라이급 챔피언이 되었을 때만 해도 세계 복싱계는 그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플라이급에서 으레 필리핀을 비롯해 한국, 일본 등 아시아권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파퀴아오의 인상은 무척 순박하다. 그러나 일단 사각의 링 안에 서면 무자비한 인파이터로 돌변한다. 어떤 상대와 만나도 물러나거나 주춤거리는 법이 없다. 그러다 한번 기회를 잡으면 마치 기관총을 난사하듯 펀치를 날린다. 그 결과 파퀴아오와 붙어 패한 선수들은 비참한 몰골이 된다. 복싱 팬들은 이런 두려워할 줄 모르는 인파이터 스타일에 매료된다. 펀치 스피드, 맷집, 회피·방어 능력 또한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 복싱 권위지 ‘링’은 파퀴아오를 올해 최고의 선수로 2회 선정하기도 했다. 또한 모든 선수가 체급 차가 없다고 가정해 최강의 복서를 가리는 ‘파운드 포 파운드(pound for pound)’에서 1위를 차지했다. 

 

 

▲파퀴아오는 어느 자세, 어느 각도에서도 펀치를 날린다. 그런 그의 파이팅 스타일 앞에 수많은 강자들이 무너져 갔다. 사진은 2013년 매니 파퀴아오 대 브랜든 리오스 경기 모습 (사진 - Nicky Loh / Getty Images)

 

  

  그는 어떻게 완벽한 인파이터 복서가 되었을까. 마닐라에서 그는 두 번째 결단을 내린다. 프로복싱의 본고장인 미국으로 가기로 한 것이다. 미국 LA에서 프레디 로치와 만난 게 그를 바꿔놓았다. 로치 코치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레프트 펀치에만 의존하는 공격과 방어기술이 평범한 선수였다. 그러나 로치 코치는 파퀴아오에게 라이트 펀치도 강력하게 사용하는 법을 가르쳤다. 이와 함께 방어기술도 눈에 띄게 향상시켰다. 공격과 수비에서 신체조건의 불리함을 극복할 완벽한 인파이터로 조련시킨 것이다.
  

“정계의 정상에 서고 싶다”
 

  파퀴아오는 세상 사람들의 편견을 가차 없이 깨부쉈다. 플라이급에서 시작한 복서가 체급을 올려 하나씩 하나씩 정복해 나갔다. 플라이급, 수퍼밴텀급, 수퍼페더급, 라이트급, 웰터급, 수퍼웰터급 등 8체급에서 세계 메이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플라이급(48~51㎏)과 웰터급(63~67㎏)의 체중 차이는 거의 20㎏.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다이어트로 체중을 5㎏만 줄여도 몸이 날아갈 듯 가볍다는 말을 한다. 반대로 체중이 10㎏ 늘면 몸이 둔해진다. 그런데 파퀴아오는 몸무게를 20㎏ 늘리고도 플라이급 때와 똑같은 발놀림과 펀치 스피드를 유지한다. 복싱 전문가들이 그에게 경탄하는 이유다. 한국에서도 홍수환과 문성길 정도만이 2체급을 정복한 프로복서였다. 2014년 9월 프로레슬링 전문 매체 '프로레슬링 뉴스레터'는 WWE, 복싱, UFC 선수들의 올해 구글 검색 순위를 공개했는데 파퀴아오는 3위를 차지했다.   

  파퀴아오는 필리핀 현역 국회의원이기도 하다. 2009년 5월 선거에서 고향인 산토 토마스 사랑가니의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그는 '필리핀 영웅'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잊지 않았다. 2013년 태풍 하이옌으로 필리핀이 고통받을 때 대전료 191억 원을 모두 기부했다. 이런 파퀴아오를 향해 차기 대통령 선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실제 파퀴아오는 2013년 5월27일 프랑스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정계의 정상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어 그는 “복싱을 시작했을 때 챔피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그 목표를 향했다”면서 "정계에서도 복싱과 같은 생각이다. 하지만 그건 아직 더 앞날의 일이다. 신의 의지를 따르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장애물이 있다. 파퀴아오는 지난 2008년과 2009년 벌어들인 22억 페소(약5 43억 원)에 대한 소득세와 관련해 국세청과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파퀴아오측은 당시 파퀴아오가 미국 정부에 세금을 냈고, 미국과 필리핀은 이중과세 방지 협정을 맺었기 때문에 필리핀 정부에 세금을 추가로 낼 의무가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필리핀 국세청은 파퀴아오가 미국 정부에 세금을 납부한 사실을 증명할 서류를 제대로 제출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수많은 편견과 악조건을 이겨내고 복싱계의 정상에 오른 매니 파퀴아오. 그가 필리핀의 대통령 직까지 거머쥘 수 있을지 전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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