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의 덫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한민국
오류의 덫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한민국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9.04.09 17: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오류의 덫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한민국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

 

ⓒpixabay.com
ⓒpixabay.com

 

지난달 유치원 개학 연기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대해 많은 시민은 사립 유치원들의 횡포와 한유총(한국유치원 총연합회)의 집단 이기주의로 인해 발생된 것이라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부 사립 유치원의 비리 및 감사 결과로 다른 사립 유치원까지 비리를 저지른다고 일반화해 나가는 것은 모순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에게 퍼진 이 일반화의 오류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이 퍼진 상태다. 이번 한유총 사태뿐만 아니라 그동안 사회 혹은 일상에서 일어났던 일반화의 오류는 수없이 많다. 우리는 왜 이 같은 일반화의 오류를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것일까?

 

일반화의 오류는 매우 위험한 논리적 사고

대한민국의 3월을 혼란에 빠트렸던 가수 승리의 일명 ‘승리게이트’의 여파가 크다. 연루된 다수의 연예인들은 경찰과의 유착 의심 혐의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었고, 꼬리에 꼬리를 문 성 접대, 도박, 성폭행, 동영상 유출, 마약 등의 문제로 조용할 날이 없었다. 이 중 정준영 동영상 사건에 대한 논란이 엉뚱한 곳으로 번지기도 했다. 정 씨가 불법으로 촬영해 유포한 동영상의 행적을 묻는 일부 네티즌들 때문이다. 유출 영상을 찾아보겠다는 시도가 이어졌고, 실시간 인기 검색어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일부 네티즌은 온라인커뮤니티 사이트에 이 동영상의 좌표(링크)를 문의하는 글들을 게시하고 있어 많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이를 본 다른 네티즌들은 ‘일부의 반응이라도 허탈하고 속상하다’, ‘최소한의 상식이 무너진 세상에서 사는 것 같다’, ‘남자들이 자신들의 재미나 즐거움을 위해 여성을 소비하는 것을 너무 당연시 여기는 것 같다’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네티즌의 생각 없는 발언으로 남성에 대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범해지고 있다.

 

이 같은 일반화의 오류 사례는 분야를 막론하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령 ‘조선족 = 무법자’, ‘고령 운전자 = 높은 교통 사고율’, ‘초보운전 = 김 여사’, ‘성형한 여자 = 된장녀’ 등 다양하다. 실제로 방송인 강한나가 지난해 한 일본 방송에 출연해 “한국 연예인 100명 중 99명이 성형한다”는 식의 발언을 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있기도 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던 ‘가짜뉴스’ 역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의 덫에서 자유롭지 않다. 많은 대중은 자신이 허위조작정보를 쉽게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한 연구팀은 “뉴미디어에 친숙한 청소년들도 80%가 뉴스성 광고를 진짜 뉴스라고 착각한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사실이 아닌 정보와 뉴스를 근거로 잘못된 주장을 하고, 이를 스스로 판단해 개인과 사회에 큰 피해를 주지만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외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비판적인 시각으로 정보를 해석하고 창의적으로 검토하여 재창조하는 능력) 능력의 부재’라는 개념으로 가짜뉴스의 해악을 다루고 있는데도 말이다. 미디어 리터러시가 가짜뉴스의 일반화의 오류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지만, 실상에서는 대중들이 같은 능력을 갖추기가 어렵기에 오류의 덫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한 전문가는 “일반화의 오류의 유형 중에는 ‘과잉일반화’라는 개념도 있다. 인지적 왜곡의 한 유형으로 한 두 건의 사건에 근거해 일반적인 결론을 내리고 무관한 상황에도 그 결론을 적용시키는 것이다”며 “성별·인종·국적·언어·나이·종교·피부색·출신 지역 등에 대한 과잉일반화는 정치적·젠더적 차별의 근거로 통념화되기도 하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논리적 사고이기에 이 같은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첨언했다.

 

 

 

일명 ‘승리게이트’의 여파로 문제가 됐던 정준영 동영상 논란, 초점을 벗어난 일부 네티즌의 시각이 남성에 대한 일반화의 오류를 야기했다.
일명 ‘승리게이트’의 여파로 문제가 됐던 정준영 동영상 논란, 초점을 벗어난 일부 네티즌의 시각이 남성에 대한 일반화의 오류를 야기했다.

 

마음으로 생각 다듬고 정리하는 태도 필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란 불확실한 증거를 기반으로 둔 귀납적 일반화 오류의 논리적 오류를 일컫는 말이다. 쉽게 말해 일반적으로 모든 개체군 중 비효율적으로 일부 집단만을 통계로 조사해 이를 바탕으로 폭넓은 결론에 도달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일반화에 힘을 싣기 위해서는 많은 자료와 통계를 근거로 제시해야 하는데, 일부분을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오류를 우리는 일상생활에서도, 사회적 이슈에서도 자주 범하고 있다.

 

그렇다면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 유의해야 하는 사항은 무엇이 있을까? 이는 두 가지로 정의할 수 있다. 먼저 사례(표본)가 충분한지 따져보고, 이 같은 사례들이 대표성이 있는지를 알아봐야 한다. 소수의 표본으로 모집단에 대해 추론할 경우 성급한 일반화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 하나의 사례로 전체가 ‘그러할 것이다’라고 추론하는 경우가 이 같은 사례 중 하나이며, 대표성 없는 편향된 표본으로 모집단에 대해 추론할 경우 역시 일반화의 오류로 볼 수 있다.

 

국민대학교 경영학과의 조성권 객원교수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란 부분을 전체로 착각하여 범하는 생각의 오류를 말한다”며 “‘현상의 단면만 보고 저것은 당연히 저럴 것이다’라고 미리 짐작하여 판단하는 오류를 일컫는데, 예를 들어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것과 ‘농구 경기나 축구 경기를 할 때 공을 보지 말고 사람의 몸을 보라’고 하는 것들이 모두 일반화의 오류를 지적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고 전했다.

 

이어 상명대학교 한국언어문화학과 김미형 교수는 “세상이 복잡해진 만큼 우리의 말과 글은 중심을 잡아야 한다”며 “우리가 어떻게 말을 하고 글을 써야 할지 충분히 생각하고 행동해야만 한다. 생각이 말과 글로 직결되기에 진리 조건을 지키고 논리 관계를 따져야만 생각이 건강해질 수 있고, 사회가 건강해질 수 있다. 순간의 기분이나 감정에 생각이 표류하지 않도록 마음으로 생각을 다듬고 정리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8길 11, 321호 (여의도동, 대영빌딩)
  • 대표전화 : 02-782-8848 / 02-2276-1141
  • 팩스 : 070-8787-897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손보승
  • 법인명 : 빅텍미디어 주식회사
  • 제호 : 이슈메이커
  • 간별 : 주간
  • 등록번호 : 서울 다 10611
  • 등록일 : 2011-07-07
  • 발행일 : 2011-09-27
  • 발행인 : 이종철
  • 편집인 : 이종철
  • 인쇄인 : 김광성
  • 이슈메이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슈메이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1@issuemaker.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