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한국 정치 고질병 II] 닮은 듯 다른 정치적 ‘파벌’과 ‘팬덤’
[이슈메이커_한국 정치 고질병 II] 닮은 듯 다른 정치적 ‘파벌’과 ‘팬덤’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9.04.03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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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닮은 듯 다른 정치적 ‘파벌’과 ‘팬덤’

냉정하고 객관적인 현실 인식이 필요

 

 

 

정치가 가진 검의 양날이 날카로워지고 있다. 파벌을 넘어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라는 식의 질투와 이념의 정치로 날은 더욱 시퍼렇게 변해가고 있다.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정치가 국민들의 숨통을 더 죄는 모습을 띠고 있다. 대체 무엇이 정치의 날을 더욱 날카롭게 만들고 있는 것인가?

 

‘그들만의 잔치’가 ‘정치’를 만났을 때

어떠한 대중적인 특정 인물이나 분야에 지나치게 편향된 사람을 묶어 정의한 팬덤(fandom).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의 모임이나 연예인을 대상으로 형성돼오던 이 팬덤이 점차 정치적 영향력을 갖기 시작했다. 자신과 다른 타 집단에 대한 무조건적 배척은 물론, 그들 사이에서도 집단 충돌 현상이 일어나기까지 하며 이 팬덤은 점차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념의 대립이 가장 좋아하는 숙주는 바로 정치다. 좌와 우, 여와 야로 나뉜 이 정치는 이념의 대립으로 발전하기도, 혹은 쇠퇴하기도 한다. 물론 건강한 이념적 대립이 형성됐을 때의 말이다. 하지만 최근의 정치권에서는 건전한 이념의 대립은 찾아보기 힘들다. 서로 ‘막말’을 일삼고, 같은 단체 내에서 계파를 나누기도 한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에 이제 더는 ‘이상한 현상’이라고 느껴지지도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이러한 그릇된 이념의 대립에 무신경할 때 정치는 팬덤의 숙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사실 정치적 팬덤 현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 정치 이전에 학문과 종교, 민족 등 선택에 따른 상대적 우월감을 느낄 수 있는 숙주가 있었던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말이다. 그 이면에는 개인적 이기주의와 타인과 다른 집단에 대한 배타주의 혹은 공격주의가 만연해있다. 이 표현은 익숙하다. 오랜 시간 대한민국 정치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받았던 ‘파벌’이 떠오른다.

 

팬덤은 다분히 대중적인 키워드다. 소위 ‘그들만의 잔치’와 맥을 함께하는 팬덤은 저급한 문화로 치부된 적도 있었으나, SNS의 흐름과 함께 이제는 가장 대중적인, 그리고 가장 오락성 넘치는 친숙한 문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팬덤이 지나치면 자신이 속한 집단이 타 집단보다 우월하다고 느끼는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 쉽다. 바로 이 같은 팬덤의 특성이 정치와 만나게 되면 이념의 대립을 가속하는 촉매 역할을 하게 된다. 자신이 속한 단체에 대한 팬덤이 높아질수록 자신과 정치인, 그리고 일반 대중 각자의 역할을 구분하지 못하고 무조건적인 이기주의와 배타주의가 형성되기도 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자 눈과 귀를 닫게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정치 선진화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은 행태다.

 

한 칼럼니스트는 “‘팬덤 문화’가 너무 극단적인 양상으로 치달으면 정치문화를 극단과 갈등의 분위기로 몰아가기도 한다”며 “특정인에 대해 맹목적인 지지를 보이면 정치는 패권주의로 변해가기도 하는데, 이때 팬덤 정치가 가세하게 되면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혐오는 가중된다”고 밝혔다. 이어 “패권 정치와 팬덤 문화는 ‘그들만의 도덕성’, ‘그들만의 승리 이데올로기’, ‘질투의 정치’라는 공통점을 보인다. 때문에 패권과 팬덤이 치장된 정치는 정당의 올바른 이념과 정체성이 사라지고 ‘그들만의 잔치’로 변해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팬덤의 활동으로 자연스레 진보 미디어와 보수 미디어 대립의 상징이 된 ‘TV 홍카콜라’(위)와 ‘알릴레오’(아래).ⓒ Youtube ‘TV 홍카콜라’ 페이지 ⓒ 네이버TV ‘유시민의 알릴레오’ 페이지
팬덤의 활동으로 자연스레 진보 미디어와 보수 미디어 대립의 상징이 된 ‘TV 홍카콜라’(위)와 ‘알릴레오’(아래).ⓒ Youtube ‘TV 홍카콜라’ 페이지 ⓒ 네이버TV ‘유시민의 알릴레오’ 페이지

 

대중 스스로 만드는 팬덤의 오류

정치와 팬덤 문화의 결합이 시민들의 정치 참여를 촉진하고 관심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대다수의 전문가는 과열된 정치 팬덤 문화가 오히려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정세균 국회의장의 퇴임 간담회에서 정 전 국회의장이 발언한 “대결적 정치문화를 청산하고 다당체제에 걸맞은 협치의 모델을 확립해 나가야 한다”는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미 정치권에서 대결적 정치문화가 만연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새로울 것 없는 사실이지만 최근의 정치 팬덤 문화를 봤을 때 이 지적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된다.

 

계명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김관옥 교수는 “우리 정치문화를 봐도 서로 당을 존중해주기보다는 서로를 배제하는 굉장히 배타적인 정치문화를 갖고 있다”며 “그것이 한국의 정치지도자를 지지하는 지지 모임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일례로 대한민국 최초의 정치 팬클럽으로 알려진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는 노무현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그 정도가 지나치기도 해 노무현 정권에 위기를 안겨준 장본인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알릴레오’와 ‘TV 홍카콜라’의 사례를 예로 들어보자. 진보·친노를 중심으로 팬덤이 형성된 알릴레오와 보수층 전반을 중심으로 팬덤이 형성된 홍카콜라는 이념적 대립이 극명하게 나타난다. 보수를 비판할 목적으로, 혹은 홍카콜라의 대항마를 자처해 알릴레오가 시작된 것이 아니지만, 구독자들과 충성도 높은 팬들은 유시민 이사장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알릴레오를 보수의 반대편에 굳건히 자리 잡게 했다. 홍카콜라 역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진보를 견제하고자, 혹은 알릴레오와 대립하고자 시작한 것이 아니지만, 팬덤의 활동으로 자연스레 진보 미디어의 대항마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더불어 팬덤은 아니지만, 형성된 팬덤을 등에 업고 자신들의 주장에 힘을 더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달 18일 김창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나왔던 ‘홍준표는 안되고, 유시민이 된다는 이유가 뭐냐’로 시작된 야당 의원의 발언을 일례로 볼 수 있다.

 

편향된 정책은 민심의 왜곡으로 이어진다. 특히, 다당제 구도인 현재의 대한민국 정치권에서는 그 정도가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왜곡된 민심의 피해는 우리에게 부메랑이 되어 날아온다. 때문에 변질된 파벌인 정치 팬덤 문화의 오류를 막기 위해서는 대중의 냉정하고 객관적인 현실 인식이 필요할 것이다. 서로 간 정치적 이념의 대립으로 인해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또 이들을 중심으로 팬덤이 형성되기도 하지만 현실을 직시하는 냉철한 눈을 가질 수 있다면 대중들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팬덤의 오류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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