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소비자의 과시욕
[Inside] 소비자의 과시욕
  • 이경진 기자
  • 승인 2015.03.03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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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이경진 기자]




“나를 좀 봐줘”


소비자의 과시욕을 이용한 기업들의 새로운 마케팅 트렌드





디지털 카메라와 휴대폰 카메라의 등장으로 촬영 즉시 사진전송이 용이해지면서 시작된 인증샷은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밴드 등 SNS의 발달로 전성기를 맞았다. 인증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이제 2030세대의 일상화된 소통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자신을 드러내는 데 익숙한 소비자들을 상대로 마케팅 하는 것이 기업들의 최근 주요 트렌드다.  



자랑의 공간 ‘SNS’


  현대인들은 정작 도움을 요청하고 싶지만 마땅한 사람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자주 외로움을 느낀다. 도시화와 핵가족화로 '함께'가 아닌 '혼자'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내면에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존재하고, 내면의 욕구에 항상 갈증을 느끼며 살아간다. 때문에 타인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여 지는 대해 지나치게 의식하며, 내면의 가치보다 돈, 외모, 스펙에 집중한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터넷과 SNS 등 온라인상의 연결은 증가하고 있다. 


▲최근 소비자들은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좋아요’, ‘팔로워’를 통해 소통보다는 자랑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 주변을 둘러보면 SNS를 안 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SNS는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존재이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트위터, 인스터그램 등으로 지인들, 가족들, 친구들의 안부와 뉴스 속보, 사회 이슈, 취미생활을 주고받고 있다. ‘좋아요’, ‘팔로워’ 등의 지속적인 활동으로 ‘기브 앤 테이크’(Give & Take)를 하며 서로에게 관심을 표현하고, 관계를 유지한다. 이와 같은 현상으로 소비자들은 본인만의 가치(Value)에 부합하는 상품에 지갑을 열고 있다. 최근 급증하는 해외 직구족은 단순히 낮은 가격만으로 상품을 구매하지 않고 주변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없는 제품을 통해 남다른 개성을 추구하는 만족감, 지구 반 바퀴를 건너온 물건을 받는 색다른 기쁨 등 상품에서 느끼는 나의 가치도 구매한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는 자신만의 ‘쓸모’를 찾아 가치를 부여하는 소비자를 ‘쓸로몬’이라 명명했다. 쓸로몬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경험과 취향을 위해 비용을 지불하고 ‘공유’라는 대안을 통해 더욱 합리적이고 혁신적인 소비를 모색한다. 하지만 미국 럿거스 대학교의 교수 키스 햄튼은 SNS를 소통 창구보다는 과시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SNS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은 감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은 경제적 필요와 유용한 정보 취득을 위해 SNS 공유에 동참했지만 폭넓은 소통보다는 자랑의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고 타인의 사진 등을 무단으로 도용하며 자신의 일상으로 둔갑시키는 이들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인스터그램을 통해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며 자신의 사진을 게재하고 있다.




“고객님의 자랑질이 저희 상품의 최고 홍보 방법입니다”


  한국형 제설기 전문기업 ㈜한국설제는 파워블로거로 구성된 온라인 브랜드 서포터즈 운영을 통해 제설기에 대한 폭 넓고 친근한 접근을 모색하고 있다. 광고성 게시물보다 소비자가 직접 작성한 리뷰와 자발적인 콘텐츠를 통해 생생한 정보를 취득하기 위해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 SNS을 이용한다. 한국 설제는 소비자들과의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소통 채널을 넓히기 위해 마케팅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설제 관계자는 “국내에 아직 생소한 제설기 업계 최초로 시도한 브랜드 서포터즈지만 공감할 수 있는 실생활의 생생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다양한 소비자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라며 “단순히 브랜드 서포터즈가 아닌 제품에 대한 의견 교환이 가능한 프로슈머의 역할인 만큼 실제 카페와 블로그를 통한 문의와 관심이 늘어났습니다”라고 말했다.


  CJ오쇼핑이 방송에서 개최한 일반인 모델 선발행사에서 복근과 같은 신체를 노출하며 자신을 드러내고 타인의 시선을 받는 것을 즐기는 소비자가 많이 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식이 여러 가지일 텐데, 일반인 모델 행사나 SNS 이용 마케팅은 기본적으로 타인의 시선을 즐기는 현상에 기초 합니다”라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은 최근 ‘SNS 속에 숨어있는 변화의 트렌드’란 보고서에서 “최근 타인의 시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만족감 때문에 제품을 사는 소비자가 늘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식이 여러 가지일 텐데, 일반인 모델 행사나 SNS 이용 마케팅은 기본적으로 타인의 시선을 즐기는 현상에 기초 합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이슈로 떠오른 허니버터칩의 인기는 SNS의 힘에 있다.



  최근 핫 이슈로 떠오른 허니버터칩의 인기는 소비자들의 생각이 반영되는 SNS의 힘에 있다. TV광고도 하지 않은 신제품이지만 타인이 제품을 구매하고 경험한 사례를 소비자들에게 직접 확인하며 입소문이 빠르게 진행됐으며 인스타그램으로 확산된 ‘인증샷’이란 트렌드와 자발적 후기가 더해지며 파급력이 커졌다. 양성욱 AK몰 SNS 마케팅 GM은 “허니버터칩의 광풍에는 주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라며 “SNS 마케팅은 필수라는 것과 체험단 포스팅 등을 통해 인지도와 존재감을 알렸습니다”라고 전했다. 


  불황 속에서도 ‘대박’을 내고 있는 딸기 뷔페는 ‘드러내기’ 문화를 짚은 데서 성공의 비결을 찾았다. 디저트 음식을 먹는 데 4만 원 이상의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해야 하지만 인터컨티넨탈 호텔 딸기 뷔페에는 하루에 500~600명 이상의 소비자들이 방문한다. 뷔페 이용객들이 분주하게 사진을 찍고 있는 것에서 인기의 배경을 설명할 수 있으며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등 다른 호텔도 지난 2월 말까지 이미 예약이 찼다. 딸기 뷔페는 음식을 즐기는 것 이상의 즐거움과 자신이 경험한 것을 SNS 등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기회’까지 얻을 수 있다. 실제로 딸기 뷔페는 음식을 맛보기에 앞서 전문가용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등 ‘사진이 먼저’인 이용객들을 쉽게 볼 수 있으며 ‘딸기 뷔페’로 인터넷 검색을 하면, 공들여 찍은 사진이 담긴 블로그들을 몇 페이지에 걸쳐 볼 수 있다. 직장인 이씨는 “딸기 뷔페뿐만 아니라 조금 특별하고, 멋있는 장소에 가면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인증샷을 많이 찍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딸기 뷔페에는 하루에 500~600명 이상의 소비자들이 방문하고 있다.




‘남’을 위한 소비가 아닌 ‘나’를 위한 소비 필요


  과거와는 달리 글로벌 시대인 현재는 국적, 거리에 상관없이 무작위적 관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현대 문화 속에서 ‘아들러 심리학’에 관한 독자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 책에서 행복해지려면 미움 받을 용기와 평범해질 용기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움 받을 용기는 타인의 인정을 얻기 위한 ‘인정욕구’를 과감히 포기하는 것이고, 평범해질 용기는 ‘내가 특별해야 한다’는 콤플렉스에서 해방되는 것을 말한다. '미움받을 용기'를 감수한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은 “남의 이목에 신경 쓰느라 현재 자신의 행복을 놓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라며 “내가 아무리 잘 보이려고 애써도 나를 미워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니 미움받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했다. 독자 김연주씨는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다른 사람의 평가에 전전긍긍하는 태도가 저를 힘들게 한 것 같습니다”라며 “타인이 아닌 저 스스로의 기대를 만족시키는 삶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라고 전했다. 


▲딸기 뷔페는 음식을 즐기는 것 이상으로 SNS 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기회’로 사용되고 있다.



  진화심리학 교수인 제프리 밀러는 현대인들의 소비문화에서 ‘과시욕’이 강하다고 주장 했다.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몰고 공정무역 커피를 마시는 이유도 남에게 과시하기 위한 욕구라고 말했다. ‘당신의 능력을 보여 주세요 ○○카드’,'대한민국 1%가 타는 차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를 말해 줍니다. ○○아파트'와 같은 광고 문구는 모두 우리 귀에 익숙한 것들이다. 이 같은 광고들은 모두 상품의 필요성에 주목하기보다는 상품의 특정 이미지를 내세워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남들보다 우월하고자 하는 과시 지향적인 소비 욕구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광고나 남의 시선 따위가 만들어 내는 가짜 욕구를 과감히 뿌리치고 합리적이고 주체적인 소비자의 자세를 지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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