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Issue] 자영업의 몰락, 사장(死藏)되는 사장(社長)님
[Society Issue] 자영업의 몰락, 사장(死藏)되는 사장(社長)님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5.03.03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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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자영업의 몰락, 사장(死藏)되는 사장(社長)님

생계형 창업, 인생 역전 아닌 생계가 전부인 그들의 이야기



최근 국내 자영업의 위기가 사실상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수준까지 악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올해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소상공인 경기실사지수는 45.4로 2008년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 1월 38.7과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다. 또한, 지난해 자영업자 가구 소득수준은 4,397만 원으로 임금 근로자 가구 소득수준 4,707만 원을 밑돌았지만 자영업자 가구 부채 규모는 1억 16만 원으로 임금 근로자(5,169만 원)을 두 배가량 웃돌았다. 자영업자들은 낮은 소득과 늘어나는 빚이란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얘기로 해석되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들 대부분은 생계형 자영업자로 자영업 자체의 구조적인 악순환 속에서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갈수록 좁아지는 ‘생존의 문’

  자영업자 수는 2000년 초반에 정점을 기록한 후 감소하다가 2010년 이후 반등세로 돌아섰다. 반면 자영업자 가운데 50대 자영업자 비중은 2009년 27.4%에서 지난해 30.8%로 증가했으며, 생계형 창업비중 또한 2007년 79.2%에서 지난해 82.6%까지 올랐다. 뿐만 아니라 자영업에서 성공하기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창업 후 1년이 지나면 83.8%에 달했던 생존율은 5년 후 29.6%까지 급감했다. 이에 중소기업연구원은 정부가 자영업 성장단계 정책지원보다 자영업을 유지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창업의 문’에서 ‘성공의 문’, 아니 ‘생존의 문’으로 가는 길은 갈수록 좁아지고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프랜차이즈협회와 소상공인진흥원, 창업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창업시장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창업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들었고, 불황으로 인해 기존 자영업자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창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바로 생계 때문이다.


  중소기업청이 전국 16개 시·도 소상공인 사업체 1만 490곳을 대상으로 분석한 ‘2013년 소상공인 창업 현황’은 창업시장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창업 동기에 대해서 ‘생계유지’라고 응답한 사람이 82.6%로 가장 많았다. 성공 가능성을 보고 창업에 나섰다는 응답은 14.3%에 불과했다. 창업이 아무리 가시밭길이라도 어쩔 수 없이 가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세대(1955년 ~ 1963년생)가 대표적이다. 베이비붐세대는 현재 약 715만 명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14만 5,000명이 은퇴할 예정이다.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될 이 시대의 아버지, 어머니들인 것이다.

  은퇴 후 생계 걱정은 비단 베이비부머세대만의 문제가 아닌, 40대 직장인들에게도 아픈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이 내 집 마련을 위한 무리한 부동산 대출과 자녀 교육비·양육비에 발목이 잡혀 있다. 하우스푸어·에듀푸어·실버푸어와 같은 신조어가 등장한 배경이기도 하다. 직장을 떠나야만 하는 상황에 몰리면 어떻게 하든 새로운 수입원을 찾아야 한다. 생계형 창업의 씁쓸한 현실이다. 중소기업연구원 관계자는 “정부는 자영업자에 대한 성장 동력 확충과 지원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라며 “자영업자 연착륙을 위한 구조개선 지원에도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계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 하지만 갈 곳 잃은 자영업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존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의 신규 가맹점 설립을 사실상 막으면서 신생 프랜차이즈 업체가 난립하고 있다. 신생 프랜차이즈는 베이비부머의 가맹사업을 끌어내기 위해 ‘가맹비 무료’ 등과 같은 각종 조건을 내세우며 현혹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경험이 전무한 초보 베이비부머 창업자가 검증받지 않은 프랜차이즈 업체에 선뜻 가맹하다 보면 투자금을 날리는 것은 물론 빚에 몰리는 형국이 펼쳐지게 된다.

  이에 최근, 이러한 베이비부머 창업자를 노린 신종 탈법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국내 유수의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A 기업은 일부 창업컨설팅 업체가 베이비부머로부터 자금을 모아 가맹점 사업에 나서는 것을 포착해 긴급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일부 창업컨설팅 업체가 500만 원을 투자하면 연간 수익률 60%를 보장받는 프랜차이즈 가맹점 ‘사장님’이 될 수 있다며 베이비부머로부터 돈을 모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 이에 대해 A 기업은 가맹점 양수·양도는 가맹 본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베이비부머 예비 창업 인이 이 같은 유혹에 넘어가지 말 것을 호소하고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창업컨설팅 업체를 유사수신행위로 고발하는 등 법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라며 예비 경창업자의 각별한 주의를 요청했다.

  뿐만 아니라 일반 프랜차이즈 업체가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편의점 창업으로 쏠리는 베이비부머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말 편의점 수는 2만 650개로 2010년보다 21.9% 늘었다. 편의점의 경우 창업비용이나 물류비용 상당 부분을 본사에서 담당하고 있어 프랜차이즈보다 다소 사정이 낫다고 볼 수도 있지만 손에 쥐는 수입이 적어 생활 유지에 어려움이 많다고 평가된다. 실제 편의점 점주의 월수입은 200만 원을 채 넘기기 힘든 게 사실이다. 또한,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의 특성 탓에 가족에 소홀할 수밖에 없으며, 편의점 본사가 매출 40%를 로열티로 가져가고, 명절과 기념일 이벤트 상품의 재고가 쌓이면 이는 고스란히 점주의 몫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때문에 경영을 포기하려는 점주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5년간의 의무적인 계약기간으로 인해 이 역시 여의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한 창업전문가는 “퇴직한 베이비부머는 막상 할 만한 일이 없어 결국 자영업에 뛰어들지만, 요즘처럼 내수불황이 장기화될수록 이들이 주로 하는 도·소매업이나 숙박업, 음식점 등은 직격탄을 맞게 되고 그렇다고 사업을 접는 것도 투자 원금이나 담보 부담 등 때문에 쉽지 않은 결정”이라며 “이들로서는 진로도 퇴로도 꽉 막힌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자영업은 ‘대박’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인생역전과 같은 큰 욕심을 내는 것이 아닌, 안정적인 삶의 일터를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접근해야 한다. 짧은 기간 준비해서 높은 수익을 내고 빠르게 빠지는 것이 아니라, 업계의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제대로 준비해서 생존력과 경쟁력을 높여야만 한다. 벤처 창업은 말 그대로 모험형 창업이지만, 생계형 창업은 생계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기형적인 자영업계 구조, 현실적인 정책 마련 시급

  “경기가 사상 최악입니다. 지난 IMF 때 보다 더 힘듭니다. 이젠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어 폐업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30대 B씨는 서울에서 소규모 가게를 운영하는 젊은 사업주다. 남편과 함께 부부가 가게를 운영하면서 아르바이트생을 쓰고 있다. 하루에 세 명씩 3교대로 돌아가는 아르바이트생은 말 그대로 ‘보조’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정직원을 두고 가게를 운영하고 싶긴 하지만 비용을 생각하면 엄두가 안 난다. 부부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번갈아가며 가게를 봐도 두 사람 월급 정도 버는 수준인데 4대 보험료까지 부담하는 정직원을 두는 것은 너무나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또한, 최저임금도 못 버는 자영업자가 150만 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게 4곳 중 한 곳은 무늬만 사장이 존재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자영업자가 비정규직보다 부채와 노동시간은 많지만 소득은 비슷한, 사실상 사회적으로 가장 열악한 계층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자영업자 몰락 현상에 대해 정부는 ‘자영업의 과잉 진입과 영세화가 전체적인 몰락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가능하다면 자영업으로의 진출을 최소화하고, 한계에 직면한 자영업자는 ‘퇴로’를 마련한다는 것이 정책의 기본 방향인 것이다. 중소기업연구원 전인우 선임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는 자영업자들이 정책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심화되지 않도록 자영업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자금이나 고용 등 부분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보다 현실적으로 맞춰갈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충분한 준비기간을 바탕으로 전략적 창업 필요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상공인들이 창업에 들인 준비 기간은 평균 8.6개월로 나타났다. 이 중 23.9%가 창업 준비 기간을 3개월 이내라고 답했고, 3개월에서 6개월간 준비한 이들도 26.2%에 달했다. 창업자의 60.1%가 6개월 이내에 창업에 나설 정도로 서두른다는 것이다. 예비 창업자들이 제대로 준비하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로 분석된다. 비어가는 은행잔고를 하염없이 바라볼 수는 없기에 생계를 위해 급하게 창업하는 경우와, ‘자신은 다를 것’이란 자만심이 바탕 된 경우다. 후자는 지인으로부터의 정보, 전문가의 자문, 짧은 창업 교육 이수 후 스스로 모든 요건을 갖췄다고 믿는다. 김갑용 이타창업연구소 소장은 “선택한 아이템이 본인과 맞는지 안 맞는지 따져보지 않고 돈이 된다고 하면 성급히 들어오는 관행이 남아있다”라며 “정부·학계·업체·언론 모두 창업에 대해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는데, 냉정히 현실을 알려주며 창업 문화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매년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창업을 해야만 한다면 길은 하나다. 독하게,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창업 전문가들은 시장 흐름을 파악하고 정부 정책과 관련 제도를 익히는 데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임영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사무국장은 “과도하게 투자하거나 무턱대고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 자기 적성을 고려해서 선택해야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준비가 부족한 창업이 성공할 확률은 당연히 낮으며, 단 몇 주 만의 교육으로 업종과 정책을 이해하긴 더욱 당연히 어렵다. 실패 확률을 줄이려면 직접 인근 상권을 살피며 창업 전략을 세워야 한다. 유동인구, 가까운 경쟁업소, 본인의 역량과 특·장점을 파악한 다음 전문가를 찾아 상담을 받을 필요가 있다. 발로 뛰어다니면서 정보를 수집하고도 고배를 마시기 쉬운 게 창업이다. 자영업자가 살아야 한국경제가 살아나는 만큼, 사회 곳곳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을 위한 적절한 정책과 대책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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