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Cover Story] 혼돈의 동영상 시장 속 경쟁 즐기는 젊은 수장
[이슈메이커_Cover Story] 혼돈의 동영상 시장 속 경쟁 즐기는 젊은 수장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9.03.13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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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혼돈의 동영상 시장 속 경쟁 즐기는 젊은 수장

실패의 경험 속에서 성공의 열쇠를 찾다

 

ⓒFlickr/Collision Conf
ⓒFlickr/Collision Conf

 

현대 문화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콘텐츠’라 할 수 있다. 중세시대에 주로 구전으로 전달되던 이야기는, 인쇄기술이 발달하며 콘텐츠의 복제가 가능해진 이후 다양한 활자 매체를 통해 정보 전달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과학의 발달은 이미지와 영상을 통한 콘텐츠의 생산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 흐름 속에 이제 영상 콘텐츠는 전체 웹 트래픽의 약 80%를 차지할 정도로 메시지 전달에 가장 최적화 된 매체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유튜브’와 닮은 듯 다른 ‘비메오’

영상 콘텐츠 시장의 성장은 플랫폼의 다변화를 불러왔다. 물론 그 중심에는 매일 10억 시간에 달하는 영상이 시청되고 1분마다 400시간이 넘는 분량의 새로운 영상이 올라오는 유튜브가 있다. 하지만 유튜브가 시장을 장악하는 것과는 별개로 여전히 차별화 된 수많은 플랫폼들은 자신만의 확고한 영역을 공고히 하며 이용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하다.

사용자가 직접 제작한 동영상을 업로드하고 공유하며 볼 수 있는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비메오(VIMEO)’ 역시 그렇다. 지금까지 8,000만 명 이상의 창작가들이 이용한 비메오는 여러 가지 면에서 유튜브와 가장 많은 비교를 받는 플랫폼 중 하나다. 업계 전문가들이 어떤 영상을 봤을 때 “이건 유튜브에서 만들어졌고, 다른 영상은 비메오에 올라왔던 것이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을 정도로 콘텐츠 형태가 독특하기 때문이다. 이는 비즈니스 차원에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배급하는 데 있어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비메오는 이미 2007년부터 최초로 컨슈머 HD를 지원하는 영상 서비스의 지위에 오를 정도로 다른 플랫폼들과 달리 상당히 높은 비트레이트를 지니고 있다. 또한 불법으로 업로드하거나 다른 이가 만든 영상을 복사해서 올릴 수도 있는 유튜브와는 달리 비메오는 직접 찍거나 만든 영상만 올리는 게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전문적인 영상이 필요하고, 이를 의뢰하려는 기업들은 특정 요구사항이 필요해 고급 지원이 가능한 비메오를 활용하는 일이 많다. 국내 한 모션 그래픽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디자이너는 “그래픽 기반의 디자인 작업이나 아트웍을 할 때 유튜브보다 비메오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하기도 했다.

 

특히 비메오는 기업을 겨냥한 패키지 형태의 가격 정책 모델을 운영 중인데, 이를 통해 다양한 수준의 기술 지원을 제공하며 영상 전문 지식이 없는 기업에게 좋은 기회가 큰 도움이 된다. 단순히 동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하는 것에 더해 비밀번호 보호 옵션을 추가하거나 특정 이용자에게만 공유할 수도 있고, 광고 역시 허용하지 않고 있어 특정 틈새시장에서 노출 될 수 있는 독창적인 커뮤니티를 찾는 경우에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2004년 비메오를 설립한 공동창업자인 잭 클라인과 제이크 로드윅 ⓒWikimedia Commons
2004년 비메오를 설립한 공동창업자인 잭 클라인과 제이크 로드윅 ⓒWikimedia Commons

 

16년 차 기업의 새로운 도전

비메오는 유튜브보다 1년 앞선 2004년 잭 클라인과 제이크 로드윅에 의해 창립되었다. 클라인은 현재는 교육 벤처기업의 CEO이자 오두막을 짓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블로그 ‘캐빈 폰(Cabin Porn)’을 운영하고 책을 출간하며 더 유명한 인물이기도 하다.

 

비메오는 2000년대 중반 UCC 열풍 속에 시장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안착했고, 2006년 인터액티브코프(IAC)로 인수된 뒤 본격적인 성장의 길을 걷게 된다. 최초의 HD 재생 지원을 비롯해 온디맨드 유료 콘텐츠와 주문형 인터넷 영화 서비스 등으로 외연을 확장해왔고, 지난 2011년 튀니지에서 시작된 ‘재스민 혁명’ 당시 정부가 유튜브를 차단시키자 현지 청년들이 비메오를 통해 참혹산 실상을 전하며 플랫폼 인지도를 넓히기도 했다. 2015년 8월부터는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했고, 2017년 라이브 서비스와 전용 카메라 등 다양한 기술을 새롭게 선보이며 새로운 분기점을 맞게 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현재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젊은 경영자 안잘리 수드가 있다.

 

지금은 음원 스트리밍 업체인 사운드클라우드의 CEO로 활동 중인 케리 트레이너의 뒤를 이어 CEO가 된 수드는 2014년 마케팅 책임자로 처음 비메오에 합류했다. 불과 3년 만에 매출액만 1억 2,500만 달러를 상회하는 거대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된 것이다. 그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한데, 펜실베니아 대학의 와튼 경영대학원의 선임 연구원 출신으로 투자은행에 취직하기 위해 수십 번 지원했다 낙방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때의 실패는 ‘성공을 위해 실패는 필수’라는 수드의 핵심 가치관을 나타내는 좋은 자산이 된다.

 

수드는 어린 시절부터 많은 도전과 시련을 겪은 인물이었다. 1983년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나 플린트에서 10대 생활을 보냈는데, 즉흥적으로 매사추세츠의 필립스 아카데미라는 유명한 기숙학교에 지원해 합격하며 불과 14세의 나이에 부모의 품을 벗어났다. 수드는 한 인터뷰에서 당시를 회고하며 “다른 사람에 뒤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했다”며 “아마도 보통의 14살 소녀들이 좀처럼 겪어보지 못할 고생을 경험하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비메오는 수많은 플랫폼들의 범람 속에서도 자신만의 확고한 영역을 공고히 하며 이용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Vimeo
비메오는 수많은 플랫폼들의 범람 속에서도 자신만의 확고한 영역을 공고히 하며 이용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Vimeo

 

애널리스트에서 글로벌 기업의 CEO로

학교를 졸업하고 열 차례가 넘게 투자은행에 취직하려는 시도가 실패했지만 수드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마침내 그는 ‘세이전트 어드바이저’라는 작은 회사의 애널리스트로 취직했다. 그곳에서 수드는 대부분의 투자은행 직원들이 하지 않는 일들을 경험하며 훗날 자신의 성공에 큰 도움이 된 기술들을 배우게 된다. 당시 그는 신참 애널리스트들을 고용하고 교육해서 회사의 사업을 글로벌화 시키는 데 기여했는데, 현재 비메오에서 진행 중인 사업의 방향성과도 유사한 부분이 많다.

 

세이전트를 떠난 뒤에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아마존에 입사했다. 당시 수드는 직장을 너무 많이 옮기지 말고 한 곳에 집중하라는 주의 사람들의 충고도 받았지만 이를 무시했다. 자신의 다양한 경험들이 경영자이자 의사 결정자가 되는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수드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아마존에서 다시 비메오로 직장을 다시 옮긴 뒤 글로벌 마케팅 팀장으로 업무를 시작한 그는 비메오의 성장을 위해서는 콘텐츠 제작자에게 보다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의 인터뷰에서 수드는 “그것은 정말 가치 있는 비즈니스 기회였고, 아직 아무도 집중하지 않은 분야였다”면서 “내가 그렇게 주장했기 때문에, 결국 회사를 경영할 기회가 주어졌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리더십이란 어려운 일이나 옳은 일을 하는 것이다. 때론 인기 없거나 사람들이 이해 못 하는 결정도 내려야 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새로운 길을 끊임없이 개척하려는 열망과 결단력이 취업마저 어렵던 한 젊은이를 CEO로 만들어준 것이다.

 

 

안잘리 수드는 자신의 성공에는 분명 실패가 도움이 되었다며 두려움을 떨치라도 조언한다. ⓒFlickr/Hubert Burda Media
안잘리 수드는 자신의 성공에는 분명 실패가 도움이 되었다며 두려움을 떨치라고 조언한다. ⓒFlickr/Hubert Burda Media

 

“성공하기 위해서 실패는 필수”

수드는 자신의 성공은 분명 실패가 선행되었기에 따라온 것이라 말한다. 비록 주위 사람들로부터 한 가지 길을 걷기를 요구받았지만 그는 “성장 과정에서 아버지가 ‘항상 세상을 멀리 바라봐라. 두려움에 사로잡혀 결정하지 말고 자신을 믿고 결정해라’고 가르쳤고, 그 덕에 초조함을 덜 수 있었다고 전했다.

 

물론 이것이 실패마저 지워버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일찌감치 실패를 겪으면 그것이 오히려 힘이 되어 줄 때가 있다”며 “성공하기 위해서 실패는 필수다”고 말했다. 이처럼 젊은 시절부터 겪은 여러 가지 좌절은 주변에서 지나치게 큰 야망을 품지 말라고 충고하는 사람들이 생겨도 수드가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걷게 될 수 있는 내력이 되었다. 그래서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큰 꿈을 가지기를 조언한다. 수드는 “나 역시 비메오 같은 규모의 회사 최고경영자처럼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너는 그 일에 어울리지 않아’라고 말하도록 두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수드의 현재까지 여정은 진정 성공하고 싶다면 주변 사람들의 충고를 때로는 무시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 주는 좋은 사례이다. 사실 이러한 일은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비롯해 우리 주변에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저 그런 인생을 살며 적당한 수준의 돈을 벌며 평생을 사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아니라면, 그 충고들을 반대로 되새겨 볼 필요는 있다. 수드와 마찬가지로 세상을 좀 더 멀리 바라보면서 가슴이 시키는 대로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것도 그리 나쁜 선택만은 아닐 것이다.

 

현재 수드는 비메오의 동영상 제작과 유통, 상업화를 위한 클라우드 기반 전문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전히 대중적 콘텐츠 부족이나 플랫폼 시장의 과열 경쟁 속 관계성 서비스의 부족은 해소해야 할 과제로 꼽히지만 현재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2013년 2,200만 정도이던 회원수는 9,000만 명에 육박했고, ‘비메오 스탁(Stock)’이나 ‘링크드인’과의 협업을 통해 전문화 된 영역 개척에도 힘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수드는 지난해 ‘포츈’이 선정한 ‘40세 미만 비즈니스 리더 4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동영상 콘텐츠 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작금 전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30대 CEO로 꼽히는 수드의 리더십이 2019년에는 어떻게 발현될지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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