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주택의 유무가 사회적 계층을 나누다
[이슈메이커] 주택의 유무가 사회적 계층을 나누다
  • 김갑찬 기자
  • 승인 2019.03.0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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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갑찬 기자]

주택의 유무가 사회적 계층을 나누다
아파트 거주 여부를 넘어 브랜드까지 중요시되는 사회
 
 

 

새해의 시작과 함께 우리금융 연구소에서는 2019년 경제 신조어 6가지를 내놓았다. 이 중 눈에 띄는 것은 ‘하우스 디바이드(House Divide)’다. 이는 부동산 가격이 날로 상승해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높아져 주택의 유무가 사회적 계층을 나눈다는 의미다. 미국에서 1990년대 중반 정보화 격차에 따라 계층의 격차가 벌어졌던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처럼 전문가들은 하우스 디바이드 역시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하고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당신은 ‘빌거’, ‘휴거’를 아십니까
얼마 전 결혼한 30대 직장인 최 모씨는 집들이에 초대한 오랜 친구와 큰 말다툼 끝에 지금은 연락도 왕래도 하지 않는 사이가 됐다. 싸움의 발단은 친구가 빌라를 신혼집으로 장만한 자신을 무시했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들의 지인은 두 사람의 싸움이 이미 오래전부터 감지됐다고 한다. 최 씨의 집들이가 있기 몇 달 전 먼저 결혼한 친구는 자신의 집들이에 그를 초대했다. 결혼 선배로서 친구가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던 중 신혼집 마련이라는 주제에서 서로의 조금씩 목소리를 높아졌다. 서울에서 신규 아파트를 분양받아 입주한 친구는 최 씨가 경기도 지역의 빌라를 신혼집으로 마련한다고 하자 극구 만류했지만, 최 씨는 자신의 형편이 어려워 어쩔 수 없고 아내도 큰 반대는 없다며 자신의 소신을 강조했다. 최 씨는 “사실 지난번 친구를 만났을 당시부터 감정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초대를 받았기에 저도 어쩔 수 없이 친구를 초대했지만, 친구는 집들이를 축하하긴커녕 ‘빌라는 역시 주차가 어렵다, 골목이 어두운데 위험하지 않냐, 빌리 입구에서 쓰레기 분리수거가 이뤄지지 않아 냄새가 나더라, 윗집 발소리도 들리는 것 보니 층간 소음도 문제가 되겠다’며 불평을 이어갔습니다. 심지어 다른 친구들 앞에서 저에게 웃으며 말로만 듣던 ‘빌거’ 아니냐는 말까지 내뱉었습니다”라고 전했다. 여기서 ‘빌거’는 빌라에 사는 거지의 줄임말로써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나 아이들 사이에서 빌라에 거주 중인 사람들을 비하하는 말로 사용된다. 최 씨 역시 처음에는 친구가 자신을 걱정해서 건넨 말이라고 생각하며 참았지만 빌거라는 단어가 언급되지 결국 참지 못하고 싸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주택보유 여부와 아파트 거주 여부는 어른들 사이에서만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다. 초등학생 아이를 둔 40대 주부 윤 모 씨는 얼마 전 아이가 친구와 싸운 이유를 듣고 미안한 마음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윤 씨는 결혼 후 10년 넘게 서울 외곽의 어느 빌라에 거주했지만, 지난해 지역 맘카페 모임에서 다른 참석자가 아들이 빌거라고 친구들에게 놀림 받았다는 이야기에 충격을 받았다. 자신의 아이에게도 빌라 거주가 혹여나 놀림거리가 될 것 같아 남편과 상의 후 경기 지역의 한 아파트로 이사를 결정했다. 비록 서울에서의 삶보다는 불편하지만 부부 역시 아파트에서의 삶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가 친구가 싸운 이유는 이들 가족이 임대 아파트에 거주 중이었기 때문이다. 아이의 친구는 ‘휴거’라고 자신을 놀려 싸우게 됐다고 윤 씨에게 털어놨고 ‘휴거(LH의 임대주택 브랜드인 휴XXX에 사는 거지)’의 뜻을 알게 된 그는 또다시 아이에게 상처를 주게 될까 다른 곳으로 이사를 준비 중이다. 이처럼 최근에는 주택 보유 여부를 넘어 아파트 거주 여부, 심지어 거주 중인 아파트의 브랜드까지 어른들은 물론 아이들에게도 중요해졌으며 이를 통해 사회적 계층이 나뉘고 갈등을 유발한다.
 
연령별 하우스 디바이드 현상
얼마 전까지도 사회적 갈등의 논란이 임금 격차였다면 최근에는 주택의 유무, 지역별 집값의 격차가 심각할 사회적 갈등으로 번져나갈 것처럼 보인다. ‘자산의 격차에 따른 사회 갈등이 고착화될 것을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하우스 디바이드 현상을 통한 사회적 갈등 특정 세대만의 문제만이 아니다. 청년층부터 노년층까지 세대를 불문하고 하우스 디바이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결혼을 앞둔 20~30대에게는 직장과 연봉 못지않게 집 주소 역시 하나의 스펙이자 계급이 됐다. 소개팅과 맞선 자리에서는 물론 배우자의 부모들 역시 서울에서의 거주 여부를 주요 관심사에 두기 때문이다. 이들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을 다니더라도 결혼 후 서울에서 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지금 서울에 아파트를 여러 채 보유 중인 이들은 정상적으로 돈을 벌어 산 것이 아니라는 불신과 박탈감이 심하다. 40~50대 직장인 역시 하우스 디바이드 현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직장에서도 모임에서도 심지어는 명절 가족과 만남에서도 주택보유와 가격은 주된 관심사가 된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신뿐 아니라 아이들이 혹여나 상처를 받게 될까 걱정을 두 배가 된다. 60~70대 노년층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자식에게 서울에 번듯한 집 한 채를 물려줄 수 없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며 주택보유자라도 소득은 없이 세금만 내는 것이 부담스러워 보유 중인 아파트의 매매를 고려하는 이들이 많다.
 
하우스 디바이드 현상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견해 역시 대부분 부정적이다. 모 대학 교수는 "하우스 디바이드는 미국의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이 남북전쟁 당시 나라의 분열과 갈등으로 미국이 양극단으로 분리되는 것을 묘사하며 처음 사용한 용어입니다. 주택시장에 이런 극단적인 용어가 등장한 것은 그만큼 시장의 양극화가 심하고, 이것이 곧 계층화로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입니다"라고 분석했으며 모 심리학 교수는 “주택으로 인한 우울증이 번지고 있는 건 짧은 기간 비상식적으로 집값이 뛰면서 나타난 우리 사회의 독특한 단면입니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자본 격차가, 정보화 시대에는 정보 격차가 사회 문제를 야기했듯이 이제는 주택 격차가 새로운 사회 문제로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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