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자원봉사 제도 실태
학생 자원봉사 제도 실태
  • 박경보 기자
  • 승인 2015.03.03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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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경보 기자]



자원봉사 의미 퇴색한 채 ‘무급 아르바이트’ 변질

행정업무, 판매용 손수건 포장 등에 이용돼


영국에서 처음 발생한 것으로 전해지는 자원봉사는 국내에서도 자원봉사 단체가 셀 수 없을 정도로 일상화되고 크게 증가했다. 학생들도 진학이나 취업을 위해서 일정한 봉사 실적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 일상이 된 요즘이다. 그런데 이러한 학생들의 현실을 악이용해 당초 자원봉사의 취지에 맞지 않는 아르바이트성 봉사활동을 운영하는 복지단체들이 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무늬만 자원봉사이지 실상은 무급 아르바이트인 셈이다. 이에 따라 학생 자원봉사활동의 실태와 문제점에 대해 알아보고 그 해결책에 대해 모색해보고자 한다.    


자원봉사자, ‘무급 아르바이트’ 같은 단순업무에 이용

  행정자치부에서 운영하는 1365자원봉사포털은 전국 모든 지역의 자원봉사 활동을 관리하고 봉사자와 봉사활동이 필요한 곳을 연결해 주는 사이트다. 전국 246개 민간 자원봉사센터의 모든 정보가 이 사이트에 담겨 있다. 이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다양한 봉사활동 분야가 게재돼 있고, 이곳에서 인증한 기관에서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하면 그 실적을 인정받게 된다. 문제는 학생들이 하는 일이 봉사활동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봉사활동 분야는 그야말로 천태만상이다. 도서관 사서 정리나 행사 도우미를 비롯해 주차장 도우미와 엑셀 등을 다루는 행정업무에 나서기도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심지어는 지극히 상업적인 일에 자원봉사자들이 동원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모 사립대에 다니는 4학년생 김모 씨는 작년 여름 다소 황당한 경험을 겪었다. 졸업을 위해 의무적으로 채워야하는 봉사활동 시간이 있는 데다 평소 자원봉사에 관심이 많던 그는 동네의 한 복지관에 자원봉사 신청을 하게 됐다. 그러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봉사활동을 기대했던 그에게 돌아온 것은 허탈한 실망감 뿐이었다. 그가 찾은 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이랍시고 한 것은 손수건을 박스에 담아 예쁘게 포장하는 것이었다. 김씨는 이 손수건들이 소외계층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박스에는 또렷하게 특정 유통마트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판매용 손수건이었던 것이다. 김씨는 “굉장히 실망했어요. 거창한 건 아니더라도 남을 도울 수 있는 보람있는 일을 기대했는데 이런 상업적인 일에 자원봉사자가 이용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거든요”라고 실망감을 토로했다. 


  이와 같은 사례를 비롯해 학생들의 봉사활동 대부분이 책과 서류 정리 등 단순업무에 그치고 있다. 이들 대학생들에 따르면 도서관 같은 곳은 찢어진 책장과 표지를 풀과 테이프로 붙이는 작업을 하거나 책상 배열 등의 업무를 하는 곳도 많았다. 1365자원봉사포털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도 ‘도서관 환경미화 및 도서정리’다. 

  이처럼 학생들의 봉사와 희생 정신을 고취시키기 위해 개설된 봉사활동 제도들이 형식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직원들의 단순잡무를 도와주는 등 봉사정신의 취지에 맞지 않는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복지 당국과 기관에서 자원봉사를 일회성으로 그치거나 귀찮은 존재로 여기고 있을 뿐더러 값싼 노동력으로 오인해 착취하거나 봉사가 아닌 허드렛일을 시켜도 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대학입시와 스펙쌓기용으로 전락한 자원봉사

  하지만 국내의 학생 자원봉사의 문제는 비단 복지 당국과 기관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순수한 취지로 봉사를 하는 학생들보다 취업 스펙용으로 봉사를 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양질의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곳이 적어지게 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반대로 말하면 애초에 ‘보람있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하는 학생들 자체가 별로 없다는 말이 된다. 수요가 없으니 공급도 자연스레 적어지게 되는 셈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자원봉사자는 무려 5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아직 봉사활동의 질적인 수준이나 내용은 크게 떨어지고 있다. 대학생 한모씨는 “한 재단에서 봉사활동을 했는데 하루 5시간 정도만 캠페인을 했는데 서명 200장을 받아오라고 하더라구요. 지인들 통해서 서명 받아 오니까 그냥 확인서를 줬고 개인 시간을 안 뺏겨서 좋았어요”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처럼 봉사활동은 대학 졸업과 취업뿐만 아니라 입시 등 다방면에서 요구되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학업과 취업, 진학 등으로 시간적 여유가 없는 학생들은 서류정리와 같은 단순업무 봉사를 선호하고 있는 실정이며, 한술 더 떠서 본인을 대신해 가족을 참가시키는 등의 편법도 난무하고 있다. 자원봉사를 통해 사랑의 실천을 통한 자아실현을 이루고 공동체라는 의식을 갖는 이점은 상실되고 스펙이나 경험, 자기 자랑을 위한 방편으로 치부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비록 스펙을 위해 시작한 봉사활동일지라도 결국 보람을 느껴 봉사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아 강조하고 있다. 선진국을 말할 때 꼭 빼놓지 않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시민의식이다. 사회의 일원으로서 시민의식이 보편화되어 있는 곳에서는 봉사와 기부가 곧 생활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올바른 자원봉사 문화가 국내에 확립될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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