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예능을 이끄는 힘 김태호·나영석 PD
대한민국 예능을 이끄는 힘 김태호·나영석 PD
  • 김갑찬 기자
  • 승인 2015.03.03 10: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슈메이커=김갑찬 기자]




스타 PD 전성시대의 선두주자


닮은 듯 다른 두 사람의 좌충우돌 예능 성공기






라이벌(rival). 같은 목적을 가졌거나 같은 분야에서 일하면서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겨루는 맞수. 사전에서 라이벌을 이렇게 정의한다. 또한 라틴어로 강을 의미하는 rivus의 파생어인 rivalis가 어원이며 ‘같은 강을 둘러싸고 싸우는 사람들’에서 ‘하나밖에 없는 물건을 두고 싸우는 사람들’의 의미로 발전되어왔다. 정치·문화·경제·사회·스포츠 등 우리 생활의 모든 부분에서 라이벌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들은 때로는 치열한 진검 승부를 펼치는 앙숙이자 경쟁자로, 때로는 동반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동업자인 셈이다. 2015년 이슈메이커 연중 기획 “Rival Match”를 통해 긍정적 경쟁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이 시대의 라이벌을 집중 조명하는 시간을 가진다. 



‘예능 PD의 예술 시대’ 도래


  방송계에도 라이벌, 맞수는 존재한다. 그 어느 산업보다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흥망성쇠가 분명한 방송계에서 라이벌의 존재는 서로가 Win-Win 할 기회이며 때로는 앞서고 때로는 뒤처져도 라이벌의 존재만으로도 이미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흔히들 ‘영화는 감독의 예술,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이라 일컫는다. 이는 영화 제작 과정에서는 감독의 연출력이 지대하며 드라마 제작에서는 작가가 써내려가는 한 마디 한마디가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예능 프로그램의 완성도와 궁극적 목표인 재미를 위해서는 누구의 영향력이 가장 크게 작용할까?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국민 MC라 불린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등의 톱 MC가 예능 프로그램 제작에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 그렇기에 이들을 섭외 가능하다면 시청률과 재미라는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 이를테면 예능 프로그램은 ‘스타 MC의 예술’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른바 스타 PD로 불리는 김태호 PD와 나영석 PD의 등장으로 예능을 ‘PD의 예술’로 바꿔버렸다. 이 두 사람이 2015년 대한민국 예능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상 이상이다. 


  2014년 연말과 2015년 시작은 그야말로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열풍이었다. MBC 무한도전의 특집 기획인 토토가를 통해 90년대 인기 가수들을 재조명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잊힌 과거 스타들의 무대와 그 뒷이야기를 무한도전만의 방식, 아니 김태호 PD만의 연출력으로 승화시켰기에 가능한 일이다. 방송 직후 기억 속 한편에 존재했던 90년대 스타들은 30~40대에게는 추억을 10~20대에게는 신선함으로 다가가며 지금의 아이돌 가수를 뛰어넘는 인기에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실시간 음원 차트에서는 발매 10년도 훨씬 지난 그들의 히트곡이 차트 상위권으로 역주행이며 각종 방송에서는 이들을 섭외하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또한 행사와 섭외 1순위로 떠오르는 90년대 스타들은 김태호 PD의 손에 의해 강제 전성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tvN의 대표 프로그램인 ‘삼시세끼 어촌 편’ 역시 반응이 뜨겁다. 자급자족 유기농 라이프를 표방하며 지난해 방영된 ‘삼시세끼 농촌 편’의 스핀오프 형식으로 제작된 이 프로그램은 본 편의 인기를 뛰어넘으며 순항 중이다. 동 시간대 시청률 절대 강자인 SBS ‘정글의 법칙’이 ‘정글의 법칙 with 프렌즈’라는 이름으로 첫 에피소드를 공개했지만 시청률 부문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지상파와 케이블의 방송 환경 차이와 화제성을 놓고 본다면 삼시세끼 어촌 편의 압승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더욱이 MBC 예능 부활의 신호탄인 ‘나는 가수다 시즌 3’ 역시 재정비 이후 첫 방송을 시작했지만 나영석 PD의 신작에 밀려 예전의 명성을 찾지 못하며 시청률 답보상태다. 1월 31일 방송 기준으로 케이블 방송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10.4%의 시청률을 달성한 삼시세끼 어촌 편은 방송 시작과 동시에 광고가 완판되었으며 주요 출연진인 차승원과 유해진을 향한 광고계의 러브콜도 끊이질 않는다.



무한 도전 정신의 김태호 PD


  2002년 MBC에 입사한 김태호 PD는 2003년 시트콤 ‘논스톱4’에서 조연출을 맡으며 입지를 다졌다. 그 후 2006년 저조한 시청률로 폐지 논란에 휩싸인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연출을 맡아 새로운 예능의 패러다임을 열었다. 그는 마치 시청자의 마음을 대변하는 자막과 CG, 그리고 예능 프로그램 최초로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기존의 예능 프로그램의 틀을 벗어난 획기적인 시도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폐지 위기 속의 무한도전이 그의 손을 통해 ‘대한민국 예능은 무한도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이야기가 생겨날 정도로 무한도전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어냈다. 



  무한도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김태호 PD의 강점은 말 그대로 무한도전이다. 남다른 창의력을 바탕으로 그는 매 회 독특한 시도를 하며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400회 이상의 방송을 연출하며 매회 다른 포맷의 예능을 선보인 셈이다. 또한 무한도전이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정상의 자리를 유지해올 수 있었던 또 다른 힘은 시청자와 소통을 중시하는 김태호 PD의 태도가 크게 한몫했다. 특히 지난해 방송된 ‘라디오스타’ 특집에서도 멤버들이 한 명씩 MBC 라디오 프로그램 DJ 체험을 하지만, 웃기는 소리를 할 때마다, 그리고 재밌는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듣는 사람의 모습과 반응을 카메라가 비춰준다. 버스 기사나 승객, 식당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 사무실에서 일하는 여직원, 세탁소에서 일하는 아저씨, 학생 등 일반 청취자의 모습을 카메라가 담는다. 이처럼 냉철해 보이지만 시청자와의 진정한 소통에 귀 기울이는 그만의 진정성에 시청자는 감동한다. 

 


관찰과 편집의 귀재 나영석 PD


  2001년 KBS에 입사한 나영석 PD는 지난 2007년 KBS ‘1박 2일’의 연출을 맡으면서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다른 PD들에 비해 자신의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을 비치는 빈도가 높았던 그는, 강호동을 비롯한 1박 2일의 출연진들과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줬다. 정든 1박 2일을 뒤로한 채 tvN으로 전격 이적을 결심한 나영석 PD는 케이블 방송이 갖는 소재의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 ‘삼시세끼’ 등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자신의 진가를 증명해 보였다.


  액션과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화려한 변화를 선보이는 김태호 PD와 달리 나영석  PD는 상대적으로 소소한 주제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그가 이적 후 처음 선보인 예능인 꽃보다 할배는 함께 여행을 떠난 출연진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1박 2일과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등 평소 예능에 좀처럼 출연하지 않았던 '할배' 출연진의 진솔한 속마음을 프로그램에 녹여내면서 호평을 받았다. 이는 그가 가진 특유의 관찰력이 없다면 불가능한 부분이다. 배우 이서진과 2PM의 옥택연이 출연했던 삼시세끼 농촌 편과 배우 차승원, 류해진, 손호준이 출연하는 삼시세끼 어촌 편에서도 나영석 PD의 관찰력은 돋보인다. 최고의 스타를 산골 마을과 어촌 마을에 데려다 놓은 그는 이들이 자연과 어우러지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며 시청자들에게 어필했다.



김태호 VS 나영석


  김태호 PD와 나영석 PD는 늘 본인들은 아니라고 하지만 모든 사람이 방송계의 대표적 라이벌이라고 말한다. 특히 나영석 PD가 CJ E&M으로 옮기기 전 KBS에서 근무할 때는 두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더욱 강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두 사람의 성향은 완전히 다르다. 먼저 김태호 PD 같은 경우 매주 다른 포맷을 기획해 연기자들에게 늘 새로운 도전과제를 던진다. 반면 나영석 PD는 하나의 포맷 안에서 다양한 시도를 한다. 또한 나영석 PD는 연기자들이 미션을 할 때마다 등장해 긴장감 넘치는 기 싸움을 벌이는 등 전형적인 한국식 예능 프로그램을 선호하고 있다. 



 어쩌면 김태호 PD의 무한도전과 나영석 PD의 삼시세끼 어촌 편이 최근 맞이한 출연진 논란  대처법에서도 둘의 라이벌적 성향은 두드러진다. 지난해 무한도전 멤버 노홍철이 음주운전 혐의로 적발되자 김태호 PD는 분량을 최대한 편집하고 때로는 모자이크 처리를 통해 굴욕적일 정도로 그의 빈자리를 지워나갔다. 또한 노홍철의 잘못을 제작진 이하 모든 출연이 반성하되 유머 요소도 가미해 반면교사의 시간 마련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진정한 사죄는 물론 웃음까지 함께 전달했다. 삼시세끼 어촌 편에 출연하기로 한 장근석이 탈세 의혹을 받자 나영석 PD는 방송 예정일을 한 주 늦추는 초강수를 두며 그가 출연한 모든 분량을 편집해냈다. 일주일 후 방영된 첫 방송에서 장근석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기에 시청자들은 나영석 PD의 편집 마술에 놀라워했다. 또한 게스트로 참여한 배우 손호준을 정식 출연진으로 포함 시키며 프로그램을 발 빠르게 안정시키고 있다. 


  물론 두 사람은 스타 PD, 창의적인 아이디어 뱅크라는 공통점도 존재한다. 라이벌인 듯 라이벌 아닌 두 사람, 유행가 가사의 한 소절처럼 김태호 PD와 나영석 PD가 만들어 낼 긍정적 ‘썸’이 앞으로 대한민국 예능 프로그램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성장할 이들의 자양분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8길 11, 321호 (여의도동, 대영빌딩)
  • 대표전화 : 02-782-8848 / 02-2276-1141
  • 팩스 : 070-8787-897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손보승
  • 법인명 : 빅텍미디어 주식회사
  • 제호 : 이슈메이커
  • 간별 : 주간
  • 등록번호 : 서울 다 10611
  • 등록일 : 2011-07-07
  • 발행일 : 2011-09-27
  • 발행인 : 이종철
  • 편집인 : 이종철
  • 인쇄인 : 김광성
  • 이슈메이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슈메이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1@issuemaker.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