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Ⅲ] 2015 대한민국 청소년 보고서
[Special ReportⅢ] 2015 대한민국 청소년 보고서
  • 조재휘 기자
  • 승인 2015.03.02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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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조재휘 기자]




청소년들의 주관적 행복지수, 6년째 OECD 최하위


살인적 학습부담, 소속감 부재…마음 둘 곳 없는 청소년들



'나라와 가족을 떠나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 터키의 시리아 접경 소도시에서 실종된 김모(18) 군은 한국을 떠나기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같이 글을 남기고 떠났다. 학교를 다녔다면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었을 김 군은 성인을 앞둔 나이에 일찌감치 대한민국을 '살고 싶지 않은 나라'로 결론지어버렸던 것이다.




▲IS에 합류한 것으로 추정되는 김 군(18)의 IS 연락 계정



김 군은 왜 IS로 갔을까


  김 군은 홈스쿨링을 하기 전인 중학생 시절 학교 폭력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학교 또래집단을 통해 처음 사회 개념을 갖게 되는 청소년기에서의 이런 경험은 사회적응의 첫단추부터 잘못 꿰게 만든 요인이 됐단 분석이다. 학교 자퇴 후 집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하면서 세상을 접하는 주된 창구는 컴퓨터였다. 안 그래도 삐딱해진 사회인식에 인터넷을 통해 들려오는 나라 안팎의 부정적인 소식이 더해지면서 점점 대한민국에서의 미래 자체를 비관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당장 대학을 진학하기 위해 앞으로 입시전쟁을 치러야 하고, 대학을 졸업해도 ‘하늘의 별 따기’인 취업을 과연 할 수나 있을지 고민했을 수 있다. 또 ‘미생’으로 살아야 하는 직장 내에서의 적응 문제,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는 일, 자녀 교육 문제, 은퇴 후 노후 생활 등 어느 것 하나 녹록지 않은 인생의 단계들에 대한 두려움이 한꺼번에 몰려왔을 수도 있다.


  이런 고민들이 망상적으로 자신을 괴롭힐수록 신(新)세계에 대한 열망은 더 커졌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심리가 결국은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가담이란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일반 남성으로 살면서 얻게 될 것들과 IS에서 받게 될 것들을 냉정하게 비교해봤을 수 있다. 김군은 이런 고심(?) 끝에 IS에서의 삶이 더 낫다는 나름의 판단을 내렸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실제로 김 군이 출국 전 인터넷에서 월급, 자동차 등 IS 가입시 받게 되는 혜택을 검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는 “친구들과 별로 교류가 없었던 김 군으로선 자신의 불안감을 크고 힘 있는 조직에 의존하는 것으로 해소하려고 했을 수 있다”며 “자아 정체성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큰 조직을 접하게 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또 청소년 시기엔 현실이 암울할수록 새로운 자기만의 세계를 찾으려는 갈망이 커지게 된다”며 “한국사회가 지나치게 학업평가와 성적위주로 되다보니까 본인은 우리나라가 요구하지 않는 사람으로 결론을 내렸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번 김 군 사건은 단적인 예지만, 그만큼 우리 청소년들이 대한민국에서의 미래를 비관하는 인식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느끼는 행복의 정도는 6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가 작년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6946명을 대상으로 주관적 행복지수를 조사한 결과 74(OECD 평균은 100)를 기록했다. 이 같은 현실은 김 군 트위터 계정의 팔로어가 하루 사이에 6~7배로 급증한 사실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김 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도 용기가 없어 실행에 옮기지 못한 일을 해낸 사람”이라며 “존경스럽다”는 내용의 글까지 올라오기도 했다.





부모와의 대화 시간이 많을수록 행복감 높아져


  사람은 본능적으로 소속감을 원한다. 청소년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가정이나 학교에서 이를 충족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면서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주는 사람과 만나게 된다. 이런 공동체가 교회나 학원인 아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들은 어떨까. 가정이 온전치 못해 제대로 돌봄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어디든 소속되고 싶은 욕망은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을 끌어 모은다. 최근 청소년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되는 ‘가출팸’(모텔 등에서 집단 생활하는 가출 청소년 무리)이 대표적인 예다. 내성적인 아이들은 ‘은둔형 외톨이’로 세상과 단절해버리기도 한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1월 27일 ‘2014 청소년 종합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해 9월 12~15일 청소년 자녀가 있는 전국 2000가구의 주 양육자와 만 9세~24세 청소년 3000명 등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실태조사는 3년마다 진행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중 한 시간 이상 아버지와 대화하는 청소년은 2011년 23.9%에서 31.8%, 어머니와 대화하는 청소년은 45.2%에서 53.1%로 각각 7.9% 포인트 증가했다. 


  하루 2시간 이상 아버지와 대화하는 청소년이 행복을 느끼는 정도는 4점 만점에 3.25점으로 ‘전혀 하지 않는다’고 답한 청소년의 2.91점 보다 높았다. 어머니와 2시간 이상 대화하는 경우도 3.21점으로 전혀 대화를 하지 않는 경우(2.74) 보다 행복 지수가 높았다.


  청소년 10명 중 4명은 가출 충동을 느끼고 이들 중 1명은 가출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의 40.6%가 가출충동을 느꼈는데 37.6%가 가끔, 2.2%가 자주, 0.8%가 항상 가출 충동을 느끼고 있었다. 가출 충동은 부모의 관심도와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가 무관심할수록 가출 충동이나 가출 경험이 높았고, 부모와의 대화 정도가 많을수록 가출 충동이 낮게 나타났다.


  정리하자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부모와의 대화 시간이 많을수록 행복감은 높아지고, 스트레스와 가출 충동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통계 자료를 분석한 유성렬 백석대 사회복지학부 교수(청소년학)는 “2011년 조사보다 전반적으로 행복감이 늘어난 것은 일상생활에서 부모와의 대화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행복지수가 높아졌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4 청소년 종합 실태조사’를 보면 청소년 행복지수는 3년보다 5%P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81.4%에서 지난해 86.4%로 상승했다는 것인데 실제로는 여기에 머리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다.


  입시라는 거대한 명제 앞에 공부에 짓눌린 청소년들의 현실과는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청소년 행복도가 OECD 국가 중 꼴찌라는 복지부의 발표와도 상당한 거리가 있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 전문가들은 표본 선택의 ‘맹점’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총 3000명인 조사대상 표본 선정을 3년 전과 달리한 것이다.


  즉 지난 2011년 17.6%였던 월 소득 200만원 미만인 가정의 청소년이 지난해엔 4.7%로 3분의 1 이상 줄어든 반면 월 소득 400만 원 이상 가정의 청소년은 13,4%pP나 늘어난 것이다. 다시 말하면 ‘행복하냐’는 질문에 대답할 청소년을 정하면서 ‘잘사는 집’ 아이들은 늘리고 상대적으로 ‘가난한’ 집 아이들은 줄였다는 의미다, 여가부는 이런 표본선택의 함정에도 불구하고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청소년이 늘어났다고 발표를 해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 여가부는 ”조사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2011년과 동일한 경향을 보인다”며 ”2011년 대비 200만원 미만 가구는 4%P 감소했으며, 400만 원 이상 가구는 10.4%P 증가한 경향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조사를 담당한 통계청 관계자도 "학생 표본은 여러 상황을 고려해 엄격한 기준으로 선택하며 소득 문제는 극히 일부분의 문제일 뿐"이라고 해명해했다.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매년 공개하는 '한국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이하 행복지수)'의 조사결과는 여성가족부의 조사와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여가부의 조사에 앞선 작년 7월 공개된 행복지수에서 우리 아이들이 느끼는 '주관적 행복지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100)을 기준으로 6년째 최하위(74.0)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유니세프(UNICEF·유엔아동기금)의 행복지수 모델을 적용해 전국 초·중·고교생 6946명에 대한 설문조사 등을 거쳐 산출됐다.


  왜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자기 삶에 대해 행복하다고 느끼는 비율이 낮을까? 전문가들은 "부모와의 관계가 원만치 않다는 점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우선 우리 청소년은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67.6%로 OECD 국가 평균(85.8%)보다 크게 낮았다. '가정 등에 대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청소년들은 13%(OECD 평균 6.7%), '외롭다고 느낀다'는 청소년은 18%(OECD 평균 7.4%)로 OECD 평균보다 배 가까이 높았다. 초등·중학생이 행복의 조건으로 '화목한 가정'을 꼽은 것도 이런 불만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부모님과 일주일에 서너 번 이상 저녁식사를 하는 비율'은 59.6%로 OECD 평균(77.9%)에 크게 못 미쳤다. '부모님과 일주일에 서너 번 이상 대화하는 빈도'도 44.2%로 OECD 평균(60.8%)보다 매우 낮았다. 그마저도 '부모와 나누는 대화 내용'은 '학교 및 학원 생활'(29.6%), '공부와 성적'(17.9%) 등 주로 학업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공부와 성적'을 주제로 부모와 대화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아이들은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경우나 상황'에 대해서는 '성적에 대한 압박'(23.3%)과 '학습 부담'(20.8%) 등을 가장 많이 꼽았다. 공부와 성적을 주제로 부모와 주로 대화하지만 여전히 전체 어린이·청소년의 절반 이상이 공부, 성적으로 인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은 부모들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한 방증이란 얘기다.






혼자가 아니라는 소속감 심어줘야


  학교를 다니지 않는 ‘학교 밖 청소년’으로 고개를 돌리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이들은 보통 가정에서도 소속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여성가족부는 올해를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원년의 해’로 선포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올해 5월부터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 여성가족부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 운영에 관한 세부적인 사항을 전달하고 ‘학교 밖 청소년 지원사업’을 공유하기 위해 5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 국제회의장에서 ‘2015년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사업설명회’를 개최한다고 이날 밝혔다. 설명회에는 지자체 등의 청소년 관련 업무 담당자 등이 참석한다.


  여성가족부는 현재 학교 밖 청소년이 28만 명에 이르며, 이들이 약물 등에 쉽게 노출되는 등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까지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지원은 54개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시행됐지만, 올해 5월부터 중앙에서 기초지자체 단위까지 지원센터가 전격 가동될 계획으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 200개소가 전국적으로 운영된다. 이 사업이 본격화하면 학교와 연계, 빅데이터 분석, 실태조사 등을 통해 학교 밖 청소년 발생 시 지원 프로그램을 즉시 연계하고 진로 설정부터 목표 달성 후 사후 관리까지 지원이 가능해진다.


  1997년 광주에 ‘맥지(麥志) 청소년사회교육원’을 설립, 17년간 자비를 털어 방황하는 청소년 1800여명을 지원해 학교 밖 아이들의 ‘대부(代父)’로 불리는 이강래 원광대 경영학부 교수는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위기의 아이들에게 안정된 소속감을 주는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강조하며 “틀에 박힌 대안 활동을 벗어나 아이들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심어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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