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증오의 대상 된 男과 女
[이슈메이커] 증오의 대상 된 男과 女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9.01.07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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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증오의 대상 된 男과 女
성숙한 논의와 합리적인 합의점 도출 필요한 때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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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사회 일부에서 표출되고 있는 남녀 간 혐오는 이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일상에서 쌓인 서로에 대한 피해의식과 공포가 작은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큰 사건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현재의 대한민국의 남성과 여성은 서로를 관심의 대상이 아닌 증오의 눈으로 바라본다. 지난 11월 이수역 인근 주점에서 발생한 폭행사건이 단순 술자리에서 벌어진 다툼이 아닌 성 대결 구도로 번지는 양상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수역 폭행 사건’ 본질 논란
 
지난 11월 13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도와주세요. 뼈가 보일 만큼 폭행당해 입원 중이나 피의자 신분이 되었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오면서 전 국민의 관심을 받게 된 이수역 폭행 사건. 피해자라고 주장한 여성은 머리를 짧게 잘랐다는 이유로 남성에게 무자비한 폭행을 당했고, 경찰 역시 피해자인 사진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응은 즉각적이고 뜨거웠다. 해당 글은 게시된 지 일주일 만에 조회 수가 20만을 넘어섰고, 사건의 공론화를 주장하는 국민들의 서명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서 단숨에 35만을 돌파했다.
 
하지만 이내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목격자의 증언과 경찰 조사내용 등이 전해지면서다. 피해를 주장한 여성들이 먼저 시비를 걸고, 입에 담기 힘든 폭언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 그러자 이번엔 해당 여성에 대한 비난과 조롱이 가득차기 시작했다.
 
이처럼 ‘이수역 폭행사건’은 작금의 우리사회가 품고 있는 숙제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사건의 본질은 사라지고, 성별 대결이라는 틀에 박힌 구도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원인 규명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보다는 욕설이 SNS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한 기고에서 “사회가 혼란스럽고 불안정할수록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는 강력한 집단에 소속되고 싶은 욕구는 이런 광신적 혐오를 계속 부추길 것이다”며 “서로 간에 처참한 상처만이 남는 ‘혐오 만연 사회’가 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전파된 혐오
 
남녀 간 집단적 혐오 표출의 시작은 온라인 공간이었다. 일간베스트 저장소와 같은 극우 사이트를 중심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여혐 표현과 여성 사진 무단 게시 등은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남성 혐오 사이트 ‘워마드’에는 남성들의 행위에 대한 ‘미러링(의도적 모방행위)’이라며 여혐 표현에 대응하는 남성 비하 용어들이 반복적으로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번져나가던 갈등은 지난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오프라인 현상으로 퍼져나갔다. 당시 범행을 저지른 김모씨는 경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여성에게 자꾸 무시를 당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고, 강남역 일대에서는 여혐 범죄를 규탄하는 추모행렬이 이어졌다. 경찰은 범행이 조현병에서 비롯됐다며 여혐 범죄 가능성을 부인했지만 여성 안전이 위협받는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여성들이 길거리로 나와 대규모 집회를 열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여성이 가해자였던 ‘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 수사가 편파적이라며 수만 명의 여성들이 모여 ‘혜화역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시위대의 극단적인 구호가 등장하면서 2030세대 남성들을 중심으로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한다. 여성을 더 이상 차별받는 약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큰 젊은 세대 남성들의 경우 ‘극단적 페미니즘’에서 주장하는 바를 체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혐오가 혐오를 낳고, 이를 계속해서 쌓아나가는 형국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서로가 차별에 대한 피해자라 생각
 
남성들 사이에서는 젊은 세대 여성이 차별받는 것이 아닌 남자가 역차별 받는다고 억울함을 토로하고, 여성들은 기성세대가 인지하지 못한 불편함이 이제야 표출되는 것일 뿐 여전히 여성에 대한 차별은 여전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대립의 프레임에서 조금 벗어나 이제는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봐야 할 때라고 말한다. 박성준 문화평론가는 “서로가 차별의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것이 혐오 문제의 시작이다”며 “각자가 느끼는 차별적 사회구조를 가져온 원인과 이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되풀이되는 갈등을 끝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항섭 국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역시 한 인터뷰에서 “사회에서 다른 집단, 세대, 성별에 대해 자존감을 해치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근본적인 경쟁 풍토부터 바꿔야 혐오가 줄어들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갈등이 나타나는 과정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인데 젠더 이슈로만 접근하다보면 해법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어린 아이들까지 적대적이고 혐오적인 표현을 쓰기 시작한 현재의 상황은 잘못되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심각해진 남녀갈등을 풀기위해선 사회 전반적으로 보다 성숙한 논의와 합리적인 합의점 도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양측의 대결 프레임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들어볼 필요가 있고, 여기서 갈등이 심화되지 않도록 합리적인 공론장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중요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혐오는 어떠한 문제도 해결할 수 없고, 문제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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