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느슨한 관계맺기 즐기는 2030세대
[이슈메이커] 느슨한 관계맺기 즐기는 2030세대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9.01.03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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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느슨한 관계맺기 즐기는 2030세대
관계의 공허함에서 찾게 되는 오아시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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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오프라인 커뮤니티 ‘살롱문화’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살롱(Salon)이라고 하면 흔히 프랑스 귀족의 사교모임이 먼저 떠오른다. 프랑스어로 ‘방’을 뜻하는 살롱은 18세기 지성인과 예술인들이 모여 토론하고 지식을 나누던 공간이었다. 이에 착안해 최근 국내에서 새로운 방식의 소통을 찾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살롱 문화를 접목한 커뮤니티가 등장하며 하나의 사회현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취향 따라 비싼 회비 내며 모임 즐겨
 
30대 직장인 A씨는 매달 독서모임에 참가해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토론을 나누는 취미활동을 즐긴다. 지난 분기에 30만원이 넘는 회비를 냈지만 전혀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는 “온라인 공간에서 펼치는 소통과 실제 만남은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며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며 내 삶에 대한 깊은 통찰도 할 수 있어 인생수업의 수강료를 낸다는 생각하니 전혀 비용이 비싸다는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적인 것을 추구하는 취향 모임으로 살롱이 서울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반적인 동호회와는 조금 궤가 다르다. 책을 주제로 한 살롱에서부터 미술, 음악, 여행 등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이 주축이 되어 평소 주변 사람들과 나누기 어려운 대화를 나누는 모임들까지 다양하게 운영된다. 적지 않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몰리는 이유는 역시 그만한 가치를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A씨의 사례처럼 유료 멤버십 제도이기 때문에 모임의 퀄리티를 보장받을 수 있고 참여율도 높은 편이다. 윤성은 평론가는 한 방송에서 “요즘 업무라든가 어떤 만남들이 사이버 상에서 이루어지다 보니까 거기에 또 염증을 느낀 인구들이 늘어난 거 같다”며 “직접 만나서 얼굴을 맞대고 토론하고 대화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라고 살롱 문화의 열풍 요인을 분석했다.
 
익명성 보장받는 느슨한 인간관계
 
이처럼 오프라인 살롱문화가 전파되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평소 접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불특정다수와의 교류를 통해 다양한 생각을 나누고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기도 한다. 같은 장소에서 긴 시간 일하는 직장인들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다. 커뮤니티는 이들의 니즈를 파악해 살롱을 제공하고 사교의 장을 마련하기 위한 콘텐츠를 기획한다.
 
또 한 가지 핵심은 익명성이 보장된 소통이다. 살롱모임을 기획하고 운영 중인 기업들은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서로 간에 공유하지 않는다. 그저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환경과 공간만 조성해 줄 뿐이다. 낯선 장소나 사람에 대한 경계심을 없애주기 위해 가구 배치나 컨시어지 서비스를 통해 편안한 환경 속에서 회원들이 즐겁게 소통하도록 배려해주는 것이다.
 
더불어 프랑스 살롱 문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개방성’에 있어서도 장점이 있다. 해당 분야와 관련된 지식이 아예 없고 인맥이 없어도 누구나 자유롭게 참석할 수 있다. 혹은 자신이 모임을 주도해 살롱을 제안하고 개설할 수 있는 자율성도 있다. 여기서도 운영진은 제안한 살롱을 좀 더 가다듬는 보조 역할만 수행한다. 이에 대해 박성준 평론가는 “살롱을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되는 이유는 사회에서 따지는 기준이나 학연, 지연 대신 자신의 관심사와 가치관을 공유하면 되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온라인 세대가 오프라인 모임 찾는 이유는?
 
이러한 살롱 문화에는 역설적인 지점이 있다. 온라인 문화에 가장 친숙한 2030세대가 오프라인 모임을 찾는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의 배경에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과 함께 찾아온 ‘워라밸’이나 ‘소확행’과 같은 라이프 스타일 변화가 있다고 말한다. 또한 현대인이 느끼는 대면 소통에 대한 갈증에 대해서 주장하기도 한다. 기술 발달로 비대면 방식의 다양한 소통 창구가 등장했지만, 역설적이게도 소통 부재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러한 피로도가 쌓여 ‘디지털 디톡스’를 하거나 오프라인에서의 대면 소통에 나서며 살롱을 찾게 되는 것이다. 살롱 문화에 기반한 스타트업 취향관의 박영훈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살롱 문화는 느슨한 관계 속에서 각자가 자기다움을 찾아가도록 도와주고 있는 것 같다”며 “어떤 목적과 기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나누기 위해 기꺼이 대화하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살롱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탓에 체계적인 시스템이 부재해 불만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가벼운 친목 도모를 위해 살롱을 찾았다가 실망감을 얻기도 하고 심도 깊은 토론을 위해 살롱을 찾았지만 높은 비용 대비 만족감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고, 이에 고개를 끄덕여 주거나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이들의 관점을 듣는 일이 즐거운 사람들을 위한 살롱은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한 해의 시작, 많은 일을 계획하고 실천하기 좋은 시간이다. 작심삼일이 싫고, 혼자 이루기 힘들 것 같다면 소셜 살롱의 문을 두드려 보는 것은 어떨까. 혼자보다는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 힘이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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