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넷플릭스 한국진출 2년, 대한민국 미디어의 위기
[이슈메이커] 넷플릭스 한국진출 2년, 대한민국 미디어의 위기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8.12.18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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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넷플릭스 한국진출 2년, 대한민국 미디어의 위기

해외 콘텐츠 및 자본 대응할 정책적 가이드라인 필요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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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지 2년이 됐다. 이 기간 동안 국내 지상파 및 케이블 방송에는 큰 변화들이 일어났는데,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국내 미디어산업이 해외 거대 자본에 휩싸여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국내 콘텐츠 기업들은 자체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투입되는 자본의 규모와 인력 등은 넷플릭스에 견줄 수 없는 수준이다. 이에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이 가져온 국내 미디어 업계는 변화의 움직임이 절실한 시점이다.

 

투자 본격화된 대한민국 시장

 

지난달 8일과 9일 양일에 걸쳐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넷플릭스 쇼케이스 행사 ‘시 왓츠 넥스트: 아시아’(See What’s Next: Asia)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한국의 70여 개 매체를 비롯해 11개국 200여 명의 아시아 언론인들이 모였고,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킹덤’은 독특한 소재, 영화 이상의 퀄리티로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으리라 확신한다”고 밝히며 한국 콘텐츠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그렇다면 세계적인 동영상 플랫폼인 넷플릭스가 왜 한국에 집중하는 것일까? 그 해답은 간단하다. 한국은 한류(韓流)라는 독특한 문화를 바탕으로 아시아 전역은 물론 세계 전역을 아우르는 스타와 콘텐츠 생산력을 확보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보급률로 인해 OTT(over the top)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넷플릭스가 정착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으로도 해석된다.

 

올해로 한국에 진출한 지 2년을 맞은 넷플릭스는 사실 처음 한국 진출 시 얻었던 성적은 초라했다. SKT, KT와 손잡고 국내 IPTV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고자 했지만, 터무니없는 조건을 제시해 협력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한국 시장에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자 했지만, 대중들의 반응은 미미했고, 한국 시장의 특성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했던 넷플릭스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2018년을 기점으로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와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에 투자하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넷플릭스는 올해 LG유플러스와 제휴를 맺었고, 유재석이 출연한 한국 예능 ‘범인은 바로 너’, tvN ‘미스터 션샤인’의 방영권을 확보 등에 투자하며 한국 시장 점유율 높이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김은희 작가의 ‘킹덤’과 이나정 감독의 ‘좋아하면 울리는’, 오진석 감독의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이승기가 합류한 ‘범인은 바로 너!’ 시즌2 등이 2019년 방영이 확정된 상태인 데다 이 작품들에는 주지훈, 류승룡, 배두나, 박민영, 김소현, 이승기, B1A4 진영 등 한류스타들이 대거 출연을 예정하고 있어 아시아 전역의 한류 팬들이 넷플릭스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을 허브로 아시아 전역과 넷플릭스가 유일하게 진출하지 못했던 중국의 관심을 얻고자 하는 전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리드 헤이스팅스 CEO는 “우리는 뛰어난 ‘이야기’에 투자한다. 아시아의 뛰어난 영화 제작자들, 스토리텔러들과 함께 한다. 원할 때, 개인화시켜 글로벌로 공유한다. 기대해 달라”고 지난달 See What’s Next: Asia에서 밝혔다.

 

자국 콘텐츠 발전 노력 필요

 

세계 최대 인터넷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기업인 넷플릭스의 한국 시장 점유 본격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아직까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넷플릭스 점유율은 9%에 불과하지만, 지속적인 넷플릭스의 한국 시장 투자로 인해 국내 콘텐츠 업계는 거대 해외 자본으로 다수의 영상 콘텐츠를 빼앗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순천향대학교 글로벌문화산업학과 곽규태 교수는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데 국내 업체는 이 같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며 “다만 대규모 자본 공습으로 국내 제작 시장이 종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글로벌 미디어 환경에서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의 콘텐츠 유통 전략과 과제’ 토론회에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무분별하게 유입되는 해외 콘텐츠 및 자본에 대응할 정책적 가이드라인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지상파 방송사 대표들로 구성된 지상파 사장단의 이효성 위원장은 “변화를 거듭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는 고품질 콘텐츠 제작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며 “건전한 근로환경 조성이 우선인 만큼 방송 종사자의 인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지난 6월 개최된 한국방송협회 회장단 간담회에서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업계가 우려하는 ‘넷플릭스의 시장 잠식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대응에 따라 앞으로의 상황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법무법인 세종의 이종관 박사는 “현재 상황은 2009년 아이폰이 들어올 때와 비슷한 것 같다. 우려만 할 게 아니라 이를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방법을 강구할 때”라고 전했고,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이상원 교수는 “한국은 현재 기술적인 경쟁력이 없지 않다. 어떻게 해야 콘텐츠와 이용자를 효과적으로 연결하고, 최적의 경험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힌다.

 

자체 콘텐츠뿐만 아니라 제휴한 거대 미디어 기업 월트디즈니의 콘텐츠까지 활용하며 ‘넷플릭스발(發) 미디어 빅뱅’을 주도하고 있는 넷플릭스. 이에 비하면 국내 미디어업계는 이들과의 싸움에서 승산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넷플릭스가 주목할 정도로 세계 전역을 아우르는 한류 문화 한류 스타, 그리고 콘텐츠 생산력을 보유한 국가가 바로 우리나라기에 자국 콘텐츠를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이 병행된다면 승산 있는 싸움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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