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Since 1949 포항 1호 제과점이 돌아왔다
[이슈메이커] Since 1949 포항 1호 제과점이 돌아왔다
  • 김갑찬 기자
  • 승인 2018.12.10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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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갑찬 기자] 

 

Since 1949 포항 1호 제과점이 돌아왔다
 

소중한 포항의 가치와 추억을 다시 잇다

최근 ‘빵지순례’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빵 애호가들은 지역별 유명 빵집을 찾아다니며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하고 있다. 특히 지역민과 함께 성장해온 베이커리 브랜드는 오랜 시간만큼이나 다양한 스토리와 맛 이상의 감동을 선사한다. 이들이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의 잠식으로 침체한 베이커리 산업에서 지역을 넘어 전국 단위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포항 시민이 기억하는 시민 제과의 모습

대전에 이성당, 군산에 성심당이 있다면 과거 포항에는 시민 제과가 있었다. 1949년 그 시작을 알린 시민 제과는 포항 1호 식품접객업소이자 제과점으로서 포항시민에게 과거 타지역을 대표하는 베이커리의 명성 그 이상의 존재였다. 1990년대까지 화려했던 전성기를 뒤로하고 대기업 프랜차이즈 매장의 공세에 밀린 시민 제과는 2005년 포항 시민에게 잠시만 쉬어가자며 작별 인사를 남겼다. 당시 건넨 잠깐의 이별이 이렇게 오랫동안 이어질 줄 몰랐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나고 포항 시민들의 기억 속에 아련한 추억 속 한 페이지 정도로 잊힐 때 쯤 시민 제과가 예전 그 모습 그대로 돌아왔다.


  포항이 고향인 기자 역시 시민 제과의 재오픈 소식이 누구보다 반가웠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손을 잡고 처음 마셔본 밀크셰이크가 시민 제과에서였고 꿈많던 학창 시절 친구들과 빵 한 조각을 나눠 먹으며 울고 웃었던 장소도 이곳이었다. 기자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부부의 인연을 맺게 된 첫 만남의 장소도 시민 제과였으니 이곳은 기자에게 단순히 빵집 이상의 의미이다. 기자뿐 아니라 그 시대를 함께 살아왔던 지역민들이라면 저마다의 추억과 스토리로 시민 제과를 기억할 것이다.


  시민 제과 진정하 대표를 만나고자 이곳을 방문했을 당시 예전 첫사랑을 다시 만나러 가는듯한 설렘이 앞섰다. 진 대표가 이곳의 주소를 알려주지 않았지만 발걸음은 자연스레 예전 그 장소로 향했다. 마침내 시민 제과 앞에 다다랐을 때 이곳은 예전 그 모습 그대로 기자를 반겼다. 현대식으로 새롭게 단장한 시민 제과의 겉모습과 유리창을 통해 비친 소년에서 어른이 된 기자의 모습이 다소 낯설게 느껴졌지만, 당시의 위치, 빵과 음료의 종류, 빵 굽는 냄새,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미소 등 모든 것이 예전 그대로였다.

 

시민 제과의 재오픈은 숙명이었다


그 어느 해보다 무더웠던 지난여름, 13년 만에 시민 제과가 포항 시민 곁으로 다가왔다. 1949년 창업주인 故 진석률 대표가 ‘시민옥’이라는 이름으로 포항 1호 제과점을 오픈했으며 이후 ‘시민양과홀’이라는 이름을 거쳐 현재의 시민 제과가 탄생했다. 창업주의 둘째 아들인 진상득 대표가 2대째 시민 제과를 운영하며 전성기를 이끌었으나 2005년 아쉽게 문을 닫게 되었다. 그로부터 13년 후인 2018년 진상득 대표의 아들인 진정하 대표가 3대째 가업을 이으며 새로운 시민 제과의 탄생을 알렸다. 진정하 대표는 “시민 제과의 재탄생은 저와 우리 가족뿐 아니라 포항 시민에게도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 것 같습니다. 시민 제과의 재오픈 소식을 알렸을 당시 받았던 격려와 감사 인사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라고 밝혔다.


  사실 어린 시절 진 대표에게 시민 제과는 큰 의미로 다가오지 못했다. 그는 제과점이 1년 중 가장 바쁜 크리스마스 이브에 태어나 아무도 생일을 챙겨주지 않았기에 서운한 마음으로 매년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가족 모두가 늘 바빴던 탓에 진정하 대표는 가업을 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고 포항 시민에게 시민 제과가 어떤 의미인지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게 평범한 어린 시절을 보낸 진 대표는 어른이 되어 대기업에 입사하며 안정된 삶을 이어갔다. 누구도 그에게 다시금 시민 제과를 오픈하길 강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안정된 삶이 이어지니 특별함을 찾게 되었고 이러한 과정의 반복에서 그는 의미 있는 삶, 가치 있는 삶을 꿈꾸게 되었다. 어느 순간 진정하 대표에게 시민 제과의 재오픈은 숙명처럼 다가왔다.


  진정하 대표는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가업을 잇기로 했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 더욱이 많은 사람에게 특별한 의미인 시민 제과의 새로운 시작을 급하게 진행하긴 싫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조금씩 현실화했다. 그동안 국내에서뿐 아니라 프랑스 명문 요리학교인 ‘에꼴 페링디’ 제과 과정도 수료하며 제빵사로서의 전문성도 키웠다. 그가 시민 제과의 재오픈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도움의 손길도 많았다. 특히 아버지의 도움이 컸다. 당시의 레시피를 복원하고자 아버지의 오래된 노트를 다시 펼쳐보았고 당시 시민 제과와 함께했던 직원들도 이곳의 새로운 시작에 힘을 보탰다.


  오랜 준비 과정을 거친 후 새롭게 포항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시민 제과. 이를 향한 포항 시민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특히 이곳의 향수를 간직했던 이들뿐 아니라 학생과 어린아이들까지 남녀노소 시민 제과를 통해 새로운 스토리와 추억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진정하 대표는 “시민 제과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며 그동안의 명성에 흠이 가지 않도록 예전 이곳만의 DNA를 복원하는 것에 중점을 뒀고 이에 대한 부담도 컸습니다. 다행히도 많은 분이 시민 제과의 맛을 기억해줘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직은 과거의 추억이 깃든 예전 메뉴들의 인기가 높지만 저만의 새로운 맛과 도전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시민 제과라는 매개체를 통해 세대 간의 소통과 화합을 이뤄낼 수 있었고 이 점이 제가 시민 제과를 다시 시작할 수 있었던 중요한 가치였기 때문입니다”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13년 만에 포항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시민 제과가 포항을 넘어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새로운 빵지순례의 중심이 되길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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