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시장의 중심 루비족
소비시장의 중심 루비족
  • 박경보 기자
  • 승인 2015.02.1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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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경보 기자]



아줌마는 옛말, 이제 누나라 불러다오


뷰티·패션업계 특명, 루비족을 잡아라!





젊어지고 싶은 욕망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도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안티에이징을 넘어 아예 세월을 거슬러 오르는 다운에이징까지 관심을 받는 세상이 왔다. 이에 따라 돈과 여유를 갖춰 건강과 젊음에 적극적인 중장년층이 경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소비시장의 중심세력이기도한 이들은 자신에게 투자하는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미모와 패션이 뛰어난 중년여성을 일컫는 루비(RUBY)족이 대표적이다. 

 



뷰티·패션업계의 큰 손이 된 루비족


파마 머리에 후줄근한 옷차림의 아줌마는 이제 옛말이 됐다. 세련된 삶을 추구하는 ‘루비족’들이 최근 패션과 미용업계를 움직이는 큰 손으로 자리잡으며 업계 트렌드까지 좌지우지하고 있다. 루비족(RUBY)족이란 신선함(Refresh), 비범함(Uncommon), 아름다움(Beautiful), 젊음(Young)의 단어 첫 글자를 따서 조합한 말로, 평범하고 전통적인 아줌마를 거부하는 4~50대 중년여성을 일컫는다. 루비족은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헌신하던 예전의 어머니와는 다르게 자기 자신을 가꾸는 데 매우 열성적이다. 수십만 원에 이르는 미용 시술을 애용하고, 실제보다 어려 보이기 위해 젊은이들의 옷 매장에서 옷을 구매하는 등 자기 자신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이런 트렌드에 따라 업계에서는 루비족을 위한 전용 라인을 앞다투어 선보이거나 이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새로운 큰 손으로 부상한 루비족 모시기에 여념이 없다. 


  실제로 피부과에는 2~30대 젊은층보다는 40대 중반에서 60대 초반에 이르는 중장년층이 귀하신 손님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들은 1회 시술 비용이 수십만원에 이르는 보톡스 시술은 물론, 얼굴 주름을 다림질하듯 싹싹 펴준다는 써마지, 자가지방이식, 필러를 이용한 팔자주름 없애기 등 다양한 시술을 애용한다. 고가의 레스토랑들도 루비족들이 점령한지 오래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서울 청담동의 럭셔리 카페나 브런치 식당들은 루비족들로 꽉 들어찬다.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미용, 쇼핑 정보를 나누며 요즘 주목받는 레스토랑들을 순례한다.


  패션업계도 루비족 모시기에 한창이다. 루비족의 영향력으로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는 업계 중 하나가 바로 명품시계다. 전형적인 남성 명품 카테고리로 통하던 고급시계가 이제는 여자들의 손목을 탐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명품시계의 가치를 알아보는 루비족들이 늘어나자, 관련 업계에서는 여성 전용 상품을 잇따라 선보이는 등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패션브랜드들도 루비족의 움직임에 시시각각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모피, 디자이너 브랜드 등 전통적인 상품군이 아닌 젊은 감각의 브랜드에 대한 루비족들의 요구가 확대되면서 백화점에서도 루비족 전용 편집매장 키우기에 한창이다. 







남편도 자식도 아닌 ‘나’를 위해 투자


루비족의 왕성한 소비력은 중장년층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특징과 함께 현재의 4~50대 계층에만 나타나는 세대적 정체성이 결합되면서 나타난다. 100세 시대로 접어들고 기대수명이 높아지면서 이들 연령층은 더 이상 많은 나이가 아닌 만큼 미래를 위한 준비가 필요해진 것이다. 이들이 과거의 같은 세대보다 젊고 활력 있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다. 이에 대해 한 사회 전문가는 “현재의 4~50대 중장년층은 가장 소득이 많은 세대이면서 신체적 노화로 갱년기가 오는 시기인 데다 자식들이 모두 성장해 상대적으로 스스로를 위한 소비에 눈을 돌릴 수 있는 시기입니다”라고 분석했다. 기대수명이 높아짐에 따라 80대까지 거뜬히 사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현역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젊게 생활하려는 50대들의 소비력이 더욱 늘어나게 됐다는 설명이다. 루비족의 소비패턴은 주로 ‘젊어지기 위한 소비’와 연결된다. 신체적으로 젊어 보이기 위한 의류, 패션잡화, 화장품, 건강식품 등의 소비가 늘고, 심리적으로도 활력을 찾기 위해 커뮤니티 활동, 레저, 스포츠, 여행, 취미 등 다양한 활동들을 한다. 그렇다고 젊은 세대의 소비를 무리하게 따라가고 모방하기보다는 새로운 트렌드를 창조하기도 한다. 최근 중장년층이 아웃도어 시장에서 주역으로 떠오르며 이 시장을 선도한 것도 대표적 사례다.





  우리나라 루비족 여성층은 종종 같은 또래의 일본 여성들과 비교되기도 한다. 일본의 50대는 이미 ‘하나코세대’라고 불리며 왕성한 소비력을 과시하고 있다. 일본은 1980년대 초반 이미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기 때문에 ‘하나코세대’는 이미 청년기부터 소비의 주력세대로 성장해왔다. 반면 하나코세대와 겹치는 우리나라의 4~50대 세대는 산업화, 민주화 등이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등 사회적 변화가 극심하던 시기에 젊은 시절을 보냈다. 절약의 미덕을 실천해온 세대로서 소비가 미덕인 시기를 겪지 않았다. 스스로를 위한 소비를 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자녀를 독립시키고 더 긴 인생을 앞두게 되면서 자기 투자, 자기표현 욕구를 강하게 드러내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여유가 생긴 이제야 본격적으로 자신의 삶을 즐기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경제활동을 하느라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남성보다 비교적 본인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전업주부들에게서 이 특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 때문에 여성단체에서는 우리나라 여성이 문화 여가 활동으로 얻는 행복 정도 수치가 해가 지날수록 점점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 불황을 뚫고 소비를 주도하고 있는 루비족의 활약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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