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리마스터링 열풍
LP리마스터링 열풍
  • 박경보 기자
  • 승인 2015.02.16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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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경보 기자]




턴테이블 위 빙글빙글 돌아가는 LP의 세계


유재하, 김광석, 비틀즈... 잊혀져가는 이들의 환생 





전세계적으로 음악 산업이 불황이다. 그런데 미국이나 유럽에선 다시 LP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한다. 예전 LP를 리마스터링해 다시 찍어내거나 글로벌 오디오 제작 업체들이 턴테이블을 새로 내놓는 경우도 잦다고 한다. 1억원이 넘는 것도 있다고 하니 놀랄 일이다. LP 바람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CD에 밀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LP가 수년 전부터 수북한 먼지를 털어내고 당당한 자태를 다시 뽐내고 있다. LP에 얽힌 추억이 가득한 중장년층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CD나 MP3에 익숙한 요즘 젊은 층도 LP를 찾는 일이 부쩍 늘고 있다.




LP를 찾는 사람들  


얼굴보다 더 큰 LP를 큼지막한 턴테이블 위에 올리면 지직 소리와 함께 음악소리가 흘러나온다. 지극히 감성적이고 아날로그적인 LP가 최첨단을 걷는 현 시대에 완벽하게 부활했다. 예전에는 서울 회현동 지하상가와 황학동 등에서 LP를 구할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온라인 매장도 생겼다. 또 용산 전자랜드가 새로운 메카로 떠올랐다. 이곳 2층은 원래 오디오 숍을 비롯해 일제 영상 장비를 다루는 가게가 대부분이었으나 경기 침체로 빈 가게가 생기며 대신 중고 LP 판매점이 들어서게 됐다. 최첨단 디지털을 대변하는 중심지에 아날로그를 상징하는 LP 판매점이 들어섰다는 점이 묘한 감흥을 일으킨다.


  한 LP판매점 직원은 “주말에는 100명 정도 손님이 찾아옵니다. 20, 30대 젊은 층도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고 귀띔했다. CD를 듣다가 LP를 접하고는 그 매력에 빠지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고 했다. 게다가 LP를 취급하는 가게가 늘어나며 가격도 저렴해져 손님이 부쩍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년에 두 세차례 정도 LP를 구하기 위해 해외에 나간다는 그는 외국 음반 딜러들도 한국을 가장 큰 시장으로 보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평소 음악을 좋아하는 최선기(27)씨. 음악이 좋아 음반판매회사에서 근무하기도 했던 그는 “음질을 따지기보다 음악 자체가 좋아서 LP를 찾습니다. CD로는 구할 수 없는 앨범들이 LP로는 많아서 좋고 잡음은 조금 있어도 듣는 재미가 있습니다”고 말했다. 


  LP가 들려주는 아날로그 음의 매력은 무엇일까. 귀를 자극하지 않아서 좋고, 풍성하고 편안하고 자연스럽다는 것. 한 LP샵 대표는 “CD에서 나는 소리가 가는 철사줄 같다면 LP 소리는 비단실처럼 부드러워요”라고 표현한다. 26년째 오디오 숍을 운영하고 있는 용산의 터줏대감인 그는 요즘 LP가 다시 인기를 얻고 있는 까닭에 대해 사람에 대한 정이 메말라가는 시대이다 보니 추억을 찾고, 인간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을 찾고자 하는 분위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아날로그 오디오 기기를 취급하기 시작한 오디오샵 사장은 CD나 MP3는 정성스럽게 먼지를 제거하고 세팅하고 고이 앉아서 음악을 감상하는 수고로움을 덜어줬지만 음악에 대한 진지한 자세도 줄여버렸지만, 그러한 수고로움도 기꺼이 즐기는 음악 팬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 같아 흐뭇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떠오르는 LP시장의 전망


재작년 미국 음반시장에선 CD 판매량이 15% 가량 줄어든 반면 전체 매출 규모의 1.5%밖에 되지 않는 LP 판매량이 1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도 이와 비슷한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최근까지도 국내의 LP 판매는 앨범을 해외에서 주문 제작해 오거나 해외 출시 LP를 수입해서 내놓는 정도였다. 하지만 패티김은 은퇴 기념 앨범 '파이널 커튼'을, 조동익은 '동경'을 국내에 문을 연 LP 제작 공장에서 찍어냈다.


  또, ‘영원한 가객’인 고 김광석의 음악이 20년 만에 리마스터링 앨범으로 돌아왔다. CJ E&M은 1994년 발표된 김광석 4집 ‘네 번째’ 앨범을 리마스터링한 LP 앨범을 3000장 한정 판매했다고 지난해 11월 밝혔다. 지난해가 고 김광석 탄생 50주년이자 그의 최고의 명반으로 손꼽히는 4집 앨범이 나온 지 20주년 되는 해인 것을 기념해 발매됐다. 김광석 4집 ‘네 번째에’는 ‘일어나’ ‘서른 즈음에’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바람이 불어오는 곳’ 등 대중에게 가장 많이 사랑받은 대표곡이 대거 수록돼 있으며 2007년 전문가들이 선정한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으로 뽑히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김광석을 추모하는 물결이 일면서 최근 중고 LP 가격이 50만원 대까지 치솟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흥미로운 사실은 젊은층들에게 인기있는 2AM, 지드래곤 등 아이돌 가수들도 앨범을 LP로 발매하고 있다는 점이다. LP 안에는 대형 브로마이드와 사진첩이 담긴다. CD보다 규모가 큰 LP는 고화질 화보를 담는 데 적합하기 때문이다. 또한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등 LP판에 색깔을 입혀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층 수요도 충족했다.


  하지만 LP의 인기는 아직 일부 마니아에 한정된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11월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LP가 재발매 됐던 비틀스 앨범 전체 박스세트는 80만원 안팎의 높은 가격 때문에 100세트 미만만 수입됐다. 비틀스의 인기를 생각하면 너무 적은 양이다. 낱장으로 판매되는 LP도 국내 수입 물량이 앨범 당 200장 정도다. 수입사인 워너뮤직코리아 측은 “소매상을 대상으로 주문량을 종합한 결과 통상 개별 앨범 당 LP 판매량이 200~300장 정도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라며 눈에 띄는 변화는 아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증가 추세에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전했다. 아날로그 감성을 가득담은 LP의 진화가 과연 어디까지 계속될지 앞으로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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