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Cover Story] 폴더블 화두 속 거대 기업의 엇갈리는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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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8.11.29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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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폴더블 화두 속 거대 기업의 엇갈리는 행보
접을 수 있는 폰, 스마트폰 시장 침체도 접을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발표한 ‘최신 스마트폰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은 -1.3%였다. 사상 첫 마이너스 성장이다. 이는 스마트폰 내구성이 높아지면서 교체 주기가 늘어나고 최대 시장인 중국과 미국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또 하나의 요인으로 소비자를 사로잡는 혁신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이에 업계가 내놓은 답이 미래 스마트폰 먹거리로 꼽히는 ‘폴더블(Foldable)폰’이다. 하지만 폴더플폰을 대하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태도는 사뭇 다르다.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는 삼성전자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애플, 그 이유가 무엇일까.

 

접히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의 등장

폴더블폰은 접히는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스마트폰으로, 평소에는 접어서 스마트폰으로 사용하다가 펼치면 태블릿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액정을 접을 수 있기 때문에 단말기에 충격을 가하거나 떨어뜨려도 파손 위험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기존 스마트폰과 전혀 다른 형태의 제품이고 화면 자체가 접히는 구조이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개발자 컨퍼런스(SDC)에서 폴더블폰의 구조화된 형태인 폼팩터(Form Factor)를 공개했다. 불과 일주일 앞서 중국의 스타트업 ‘로욜(Royole)’이 세계 최초의 폴더블폰 타이틀을 가져간 것이 무색할 정도로 삼성전자의 ‘인피니티 플렉스 디스플레이’에는 찬사가 쏟아졌다. 워싱턴포스트는 “주머니 사이즈의 플립폰과 태블릿을 섞은 폴더블폰 아이디어는 그동안 스마트폰 디자인 가운데 가장 흥미롭다”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갤럭시폰’ 10주년을 맞는 내년에 폴더블폰을 출시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신기술을 앞세워 부진에 빠진 스마트폰 사업의 반전 계기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사장 역시 “내년 상반기에는 무조건 출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해마다 월드 모바일 콩그레스(MWC)를 앞두고 ‘갤럭시S 시리즈’를 발표해 왔다는 걸 고려하면 내년 2월 ‘갤럭시 S10’을 공개하고 이를 전후해 폴더블폰을 선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어떤 제품을 먼저 공개할지 내부적으로 정리를 하겠지만 시간차가 크게 벌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안으로 접히는 인폴딩 방식의 인피니티 플렉스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를 변화시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내놓은 안으로 접히는 인폴딩 방식의 인피니티 플렉스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를 변화시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출시에 속도를 붙이면서 경쟁사들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당초 화웨이는 삼성전자와 비슷한 시기에 폴더블폰을 공개할 계획이었지만, 5G를 지원하는 제품을 내놓겠다며 출시 시점을 내년 6월로 잠정 결정한 상태다. 레노버와 샤오미도 한창 프로토타입을 개발 중이며, 두루마리처럼 말 수 있는 올레드 패널 기술을 통해 롤러블 TV를 공개한 바 있는 LG전자도 출시시기를 저울질중이다.
 
이처럼 폴더블폰은 침체에 빠진 스마트폰 업계의 새 먹거리이자 돌파구로 불린다. 시장조사기관 SA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성장률은 2015년 12.2%에서 2016년 3.3%, 2017년 1.3%로 계속해서 하락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 제조사들이 전통적인 시장에서는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폴더블폰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스타트업 ‘로욜(Royole)’은 세계 최초 폴더블폰인 ‘플렉시파이’를 공개했다. ⓒ로욜 홈페이지
중국의 스타트업 ‘로욜(Royole)’은 세계 최초 폴더블폰인 ‘플렉시파이’를 공개했다. ⓒ로욜 홈페이지

발빠른 삼성전자와 달리 잠잠한 애플

그런데 모바일 기기의 전환점이라 할 수 있는 폴더블폰의 탄생 시점에 그 경쟁 구도가 낯설다. ‘혁신의 아이콘’이라고 자처하던 애플의 이름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애플은 지난해 10월 폴더블 디스플레이 개발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이후 ‘접을 수 있는 유연한 전자기기’ 기술 특허를 출원한 것 외에는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애플의 속내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애플이 아직 폴더블폰의 혁신성에 대한 확신이 없는 듯 하다고 분석한다. 과거 자신들이 아이폰을 통해 만들어낸 혁명과도 같은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인 것이다. 특히 폼팩터의 변화가 불가피한 폴더블폰에 대한 호불호가 아직은 미지수이기 때문에 리스크가 크다는 점도 애플이 판단을 보류하는 이유로 꼽힌다. 한 IT 전문가는 “애플이 기술력이 부족해서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며 “자체 수요 조사와 함께 타사가 완제품을 출시한 후 시장 상황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가 전략으로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수익을 사실상 독식하고 있는 애플로서는 신기술에 집착할 이유가 적다.
 
이처럼 애플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타사들이 내년을 기점으로 폴더블폰을 본격적으로 출시하면 장점은 키우고 단점은 개선해 본격적으로 경쟁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제품 완성도에 집중하면서 반사이익을 노리는 전략인 것이다. 대신 애플은 ‘증강현실(AR)’을 미래 스마트폰 생태계의 핵심으로 보고 외연을 넓히는 중이다. 자신들의 주요 수익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팀 쿡 CEO 역시 AR을 두고 ‘스마트폰과 같은 엄청난 아이디어’라고 말하며 애플이 AR의 중심이 되는 ‘AR 플랫폼’이 되겠다는 열망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실제 미국의 상업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오는 2020년까지 애플이 AR앱 사업으로 최대 110억 달러를 벌어들일 것으로 분석했다.
 
프리미엄 시장을 사로잡은 애플은 여전히 폴더플폰 시장 진출에 미온적인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애플
프리미엄 시장을 사로잡은 애플은 여전히 폴더플폰 시장 진출에 미온적인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애플

프리미엄 전략 성공으로 여유만만

반면 애플의 ‘프리미엄’ 전략과 화웨이와 샤오미를 앞세운 중국 업체의 ‘가성비’ 전략 속에 고전 중인 삼성전자로서는 할 수 있는 카드는 다 꺼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65조 4,600억 원, 영업이익 17조 5,700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며 매출은 역대 두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하지만 ‘갤럭시노트 9’의 판매 부진으로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M부문은 오히려 역성장했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 8,340만대에서 올해 7,560만대로 크게 줄었다.
 
지난 9월 출시한 아이폰XS와 XS맥스, XR의 고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순항을 이어가는 애플과는 대조적인 수치다. 실제 애플은 올 3분기에 해당하는 회계분기 4분기(7월~9월)에 매출 629억 달러를 달성했고, 순이익은 141억 달러이자 스마트폰 매출액만 41조 7,830억 원에 달했다. 더욱이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세계 스마트폰 업체들의 전체 영업이익 중 86%는 애플이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한창 라이벌로 불리다가 다시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경쟁 구도 속에 판도를 뒤집을 히든카드가 폴더블폰인 것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혁신으로 5세대(5G) 스마트폰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두 회사의 온도차는 극명하다.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 5G 통신 상용화를 앞두고 무선사업부 내에 모바일과 네트워크사업을 함께 꾸려가면서 일찌감치 5G 통신망과 스마트폰 준비에 속도를 내왔고, 5G 모델 역시 폴더블폰과 발맞춰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애플은 5G 스마트폰 출시 소식이 잠잠한 상태다. 외신은 애플이 2020년까지도 5G 아이폰을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미국 IT전문매체 씨넷은 “매년 가을 새 아이폰을 출시해온 애플의 제품 사이클을 고려하면 2020년에 출시되는 아이폰에 5G를 탑재할 수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사장은 폴더블폰에 대해 “내년 상반기에는 무조건 출시한다”며 시장 선점을 위한 계획을 밝혔다. ⓒ삼성전자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사장은 폴더블폰에 대해 “내년 상반기에는 무조건 출시한다”며 시장 선점을 위한 계획을 밝혔다.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자충수인가 도약의 발판인가

이와 같이 삼성전자와 애플의 극명하게 엇갈리는 행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술과 활용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분석한다. 원천 기술에 대한 R&D를 중시하며 개발자를 통한 제조를 추구하는 삼성전자와 달리 애플은 기술 선도에 큰 관심이 없다. ‘세계 최초’보다는 ‘세계 최고’를 중시하는 것이다. 대신 기술의 존재이유와 이를 어떻게 활용되도록 디자인하는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러한 차이는 두 회사가 오랜 기간 진행한 ‘특허 전쟁’에서도 증명된 바 있다. 애플의 선공으로 시작돼 맞소송 형국이 된 두 회사의 분쟁은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는데, 주목할 점은 애플은 디자인 특허 침해를 제기했고 삼성전자는 기술 특허 침해를 주장했다는 것이다. 7년 넘게 진행된 이 소송에서 두 회사는 잃은 것도 많았지만 자사가 가진 특징을 역설적으로 알리는 기회로 삼으며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점령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러한 차이는 5년 사이 영업이익 격차가 4배나 불어나게 만든 원인이 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기술 중심의 운영은 반도체에서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초격차’를 만들어냈지만, 애플은 되려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의 초격차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 상황에서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폴더블폰이 반등을 위한 절호의 기회이다. 제조기술의 난이도가 어렵기 때문에 안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한 가운데, 결국 많은 사람들은 이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기업으로 삼성전자를 꼽고 있기 때문이다. 폼팩터를 공개한 뒤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주가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폴더블 스마트폰 수요는 2019년 200만 대를 시작으로 2021년 3,500만 대로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며 “이는 지난 4년간 판매가 정체되었던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처럼 스마트폰 사용자들과 업계의 화두가 ‘폴더블’인 만큼 삼성전자가 내년에 내놓을 첫 정식 제품의 완성도에 소비자들은 높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에게 결국 중요한 것은 10년 전 아이폰이 세상에 줬던 교훈이라고 지적한다. 스마트폰은 결코 하드웨어만으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플랫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여전히 잠잠한 움직임의 애플은 어쩌면 기술이 무르익고 먼저 출발한 자가 실패하길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2019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둘러싼 총성없는 전쟁에서 삼성전자가 ‘게임체인저’가 될지, 애플의 인내심이 어떤 결과로 나타낼지 두 기업의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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