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수위의 Xenophobia
위험 수위의 Xenophobia
  • 김갑찬 기자
  • 승인 2015.02.05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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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갑찬 기자]

 

이방인을 향한 차가운 시선


무조건적 제노포비아는 지양해야

수원의 한 주택가에서 혼자 사는 직장인 여성 남 모 씨는 최근 부쩍 지인의 연락을 자주 받는다. 얼마 전 일어난 중국 동포 살인 사건의 피의자가 거주하는 지역과는 꽤 멀리 떨어져 있고 자신이 사는 곳은 큰길가에 있어 위험은 없다고 지인들을 안심시키지만 그 역시도 어느 정도 불안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늦은 시간 귀가할 경우 이전에는 별걱정이 없었지만 지금은 멀리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에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또한 같은 회사에서 근무 중인 조선족 직원의 친절조차도 괜히 두렵게 느껴진다. 이처럼 각종 흉악 범죄에 조선족이 잇따라 연루되며 이들을 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잇따른 외국인 강력 범죄


  낯선 것 혹은 이방인이라는 의미의 '제노(Xeno)'와 싫어한다는 뜻의 '포비아(Phobia)'가 합쳐진 제노포비아(xenophobia)는 이방인에 대한 혐오현상으로 더는 우리에게 낯선 단어가 아니다. 국내에서 이 단어가 대중적으로 사용된 시기는 2012년부터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2012년 수원에서 발생한 조선족 오원춘의 엽기적 토막살인 이후 그 불똥은 새누리당 비례 대표로 국회에 입성하게 된 필리핀계 한국인 이자스민 의원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졌다. 인종차별, 인신공격성 발언과 가정사를 들먹이며 가해지는 근거 없는 이야기들은 전형적인 제노포비아의 형태를 보인 것이다.


  사실 조선족에 대한 혐오뿐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들에 혐오현상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내수 경기가 어려워지며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국민의 일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이들에 대한 반감이 심할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각종 강력 범죄의 주요 피의자가 외국인 노동자임이 밝혀지고 이들이 잠재적 범죄자라는 인식이 높아진 부분도 외국인 혐오현상의 주된 이유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4년 10월 말 기준 장기 체류 외국인은 136만 7,135명이며 그중 외국인 등록자는 108만 7,512명이다. 또한 국내 거소를 신고한 외국 국적 동포는 27만 9,623명 가운데 중국 국적은 74만 5천640명으로 집계됐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 동포들의 입국이 대폭 증가했으며 이들은 국내 근로자가 기피하고 있는 3D 업종을 종사한다. 대다수 직업군에서는 저렴한 인건비로 인력을 확보할 수 있었기에 중국 동포를 포함한 이주 노동자 없이는 사업 운영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국내 거주하는 중국 동포들은 그 수가 많아지고 뒤따라 불법 체류자도 증가하게 되었다. 이들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중국과 다른 체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저지르는 범죄 또한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조선족 등 이주민들이 범죄를 저지를 경우, 사법적인 처벌 이외에도 강제 출국을 시키는 등 엄격한 후속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강제 출국은 현재 중국 동포가 2년에 벌금 30만 원 이상의 범죄를 2차례 이상, 3년에 벌금 30만 원 이상의 범죄를 5차례 이상 저지르면 조치된다. 또 300만 원 이상의 범죄를 한 차례 저지르게 되면 바로 출국 조치된다.

 

 

실질적 이방인 범죄 비율은 낮아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이 늘어남에 따라 외국인 관련 범죄 사건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다양한 통계 수치를 살펴보면 이들의 범죄율이 높다는 대다수의 국민적 인식은 사실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2012년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로는 내국인의 범죄율(전체 인구 대비 범죄 건수)은 약 1.97%로 나타났지만 외국인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약 0.8%로 나타났다. 같은 해 발표된 경찰청 통계 수치에서도 외국인의 범죄율은 1.7%로 내국인 범죄율 3.95%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특히 불법 체류자가 범죄를 일으킨다는 일반의 인식과 달리 합법 체류자(1.88%)보다 불법 체류자(1.13%)의 범죄율이 오히려 더 낮은 것으로 2010년 통계청 조사 결과 드러났다. 지난해 형사정책연구원 자료로는 범죄 대비 기소율도 외국인과 내국인 간에 별 차이가 없다. 체류외국인이 늘어남에 따라 외국인 범죄 건수는 늘었지만 범죄율은 지난해에 전년보다 0.2%포인트 낮아졌다는 경찰청 통계도 있다.


  이 같은 범죄 통계는 제외하더라도 이주민에 대한 근거 없는 부정적 인식은 그 자체만으로도 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원 이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담당자는 “오원춘과 박춘봉 사건 이후 강력 범죄는 조선족에 의해 발생한다는 인식이 팽배하고 이들을 차별하고 경멸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습니다”며 "외국인 노동자들과 식사를 나눌 때면 이들이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주위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에 쫓겨나듯 식사를 마무리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합니다. 시민들의 왜곡된 시선이 이번 토막시신 사건을 통해 더 심해지고 있어 이주민을 범죄의 주체로 몰아가는 차별이 일상화하고 있습니다"고 밝혔다.

 

에볼라 발생 후 제노포비아 심화

 
  지난해 발생하여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에볼라 바이러스도 제노포비아 현상을 심화시킨 주된 요인으로 손꼽힌다. 특히 아프리카 사람들에 대한 거부감은 시간이 흐를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대학가를 중심으로 더욱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 유학생활을 하는 아프리카 학생들은 한국인들의 달라진 눈빛과 태도에 대외활동까지 꺼리게 됐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질병에 대한 공포가 인종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는 것만은 경계해야 한다며 우려를 목소리를 표한다.


  이 같은 아프리카 사람들에 대한 거부 반응으로 지난해 이들이 참여하는 행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덕성여대는 학생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국제연합(UN)과 공동으로 개최하는 행사에 나이지리아 학생 3명의 초대를 취소했으며 고신대는 아프리카 가나로 해외봉사활동을 떠난 학생들을 조기귀국 시키기로 결정했었다. 이 밖에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기념해 열리는 음악회나 대학가 및 연구기관에서 초청하는 세미나에 아프리카 국가들이 참여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행사 취소를 요구하는 민원이 빗발쳤다.


  전문가들은 에볼라바이러스로 인한 외국인 혐오 현상은 단순 질병 때문만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사회 질서체계가 흔들릴 경우 인간은 낯선 것에 대한 거부감이 생겨나는데, 이때 하나의 희생양을 찾아 갈등을 전환하려는 속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존에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던 질서가 흔들리면 사람들은 낯선 것, 특히 외국인들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게 됩니다"면서 "중세 유럽에서 흑사병이 돌던 당시 마녀사냥이 자행된 경우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라고 말한다. 더불어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람은 위기에 처할 때 자기의 생명을 지키려는 심리가 있는데 이때 개인주의적 속성이 강하면 이런 경향이 나타납니다. 사회 문제를 공동체의 문제로 인식하지 않고 일단 나부터 살고자 하는 마음이 강하기 때문입니다"라고 지적했다.

 

 

 

국제 사회 속 제노포비아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도 외국인에 대한 혐오 현상은 지속해서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인종차별적 성향을 띄기에 더욱 우려되는 부분이다. 2011년 노르웨이에서 일어난 극우주의자 안드레스 베링 브레이빅이 저지른 참혹한 테러는 전 세계인들에게 충격으로 다가갔다. 또한, 2012년 프랑스 툴루즈에서 발생한 테러사건으로 유대인 4명 등 7명의 희생자가 생겨나기도 했다. 검거 과정에서 사망한 테러범 모하메드 메라는 자신의 행위를 이스라엘에 의해 죽어간 팔레스타인 아이들의 복수로 정당화하려 했다. 이 사건은 프랑스는 물론 전 세계에 반(反)인종주의의 위험성을 재인식시켜 주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2차 세계대전에서의 600만 유대인 학살도 제노포비아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게르만 민족이 처한 정치적 상황에서 찾는다. 1차 대전에서의 패배로 독일 영토가 축소되고 과거 독일 영토에 살던 게르만인은 폴란드 등 다른 나라로 편입되었다. 하루아침에 다른 나라 국민이 된 이들은 국제규범이나 국제법이 자신들의 안위를 지켜주지 못한다고 판단하여 민족이란 단위로 집결해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로 유대인이 지목되면서 학살이 시작된 것이다. 이 같은 참상을 경험한 국제사회는 반 인종주의를 문명사회의 금기로 여기며 경계해 왔다. 유고 내전 역시 인종 간 갈등에서 비롯되었다고 알려졌다. 이처럼 인종주의는 타민족에 대한 감정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신체적 위협에 대한 일종의 정치적 대응방식이다. 공식적인 국가기관, 법질서 등이 자국민 보호를 등한시할 때, 사람들은 스스로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민족주의에 기댈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제노포비아의 확산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반면 대다수의 사회학자는 “지구촌 모두가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다문화·다인종 사회에서 화합하고 상생하는 길은 제노포비아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안이며 문화에 대한 이해, 인종 초월, 종교 갈등을 극복해 지구촌의 한사람이 되어야합니다”고 입을 모은다. 이처럼 상대방을 이해하고 인정하며 우리 스스로 심각한 편 가르기와 양극화 사회의 현실을 극복하면서 민주주의를 실천해 간다면 외국인 혐오증을 극복할 것이다. 모두가 외국인 혐오증을 극복하는 길은 ‘혼자’가 아닌 ‘함께’ 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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