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단독인터뷰 - 배우 김영호
[이슈메이커] 단독인터뷰 - 배우 김영호
  • 김갑찬 기자
  • 승인 2018.11.09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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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갑찬 기자]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지는 명품 배우
“내 인생의 클라이맥스는 매 순간이다”
 

 

배우 김영호가 뒤돌아본 연기 인생 ‘20년’
 
주5일 근무제의 정착과 근로시간 단축, 문화 수준의 향상 등으로 영화와 연극, 뮤지컬 등이 여가생활의 중심이 된 지 오래다. 또한 지금 이 시각에도 TV를 켜면 수많은 드라마가 방영되며 시청자를 울고 웃긴다. 이처럼 우리는 스크린과 무대, 그리고 TV 브라운관에서 하루에도 수많은 배우와 소통하고 있다. 이들이 무명(無名) 배우이냐 유명(有名) 배우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배우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캐릭터에 우리는 때론 울고 때론 웃으며 반복된 일상의 공허함을 떨친다. 더불어 배우가 연기를 통해 팍팍한 현실을 잊고 그들의 삶에 자신의 삶을 투영하며 대리만족한다. 이처럼 대중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는 직업이 ‘배우’이다.
 
우리는 배우라는 존재를 떠올리면 수많은 조명 속 스포트라이트와 대중의 사랑으로 그 어떤 직업보다 화려한 삶을 살아가리라 생각하지만 이들에게도 엄연히 시련은 있다. 특히 배우는 대중이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기묘한 선상에 서 있기에 확고한 자신만의 연기 세계가 없다면 남모를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따라서 혹자는 배우를 지도가 없이도 혹은 지도가 있어도 이에 의존하지 않고 낯선 나만의 길을 개척하는 여행자로 정의하기도 한다. 이는 배우 스스로가 순수함을 지녀야 하며 자신만의 무기를 장착해야 한다는 의미로도 전해진다. 그럼에도 반복되는 상황에 익숙해지면 안 되고 창작자와 실연자의 사이에서 자신을 빛내는 교묘한 예술의 한 영역이 배우이자 이들이 대중과 소통하는 연기인 것이다. 배우는 자신의 모든 신체를 이용해 낯선 목적지를 지도 없이 향해야 하기에 1,000명의 배우가 있다면 그들 각각의 1,000가지 연기론이 존재하게 된다. 작가론, 연출론보다 정형화된 연기론이 부족한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내년이면 어느새 연기 경력 20년이 넘은 배우 김영호 역시 매 작품마다 사연 있는 캐릭터를 디테일하게 살려 대중에게 명품 배우로 각인되며 자신만의 확고한 연기 세계를 구축해왔다. 얼마 전 마무리된 KBS 드라마 ‘슈츠’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함 대표 역할로 다시금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연이어 뮤지컬 ‘아이언 마스크’에서 아토스 역을 맡으며 쉼 없는 대중과의 소통을 이어가는 배우 김영호. 연기뿐 아니라 음악과 미술, 사진, 그리고 글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대중과 충실히 소통하는 그의 진솔한 이야기를 이슈메이커가 들어보았다.
 
Q. 최근 근황을 궁금해하는 팬들이 많다.
- 얼마 전까지 드라마 ‘슈츠’를 촬영했고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뮤지컬 ‘아이언 마스크’에 합류했습니다. 뮤지컬은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는 작업이기에 다른 활동을 병행할 수 없습니다. 대신 공연이 없는 날에는 제가 운영하는 베이커리에서 혼자 생각을 정리하며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고 때론 사진을 찍기도 하며 글도 쓰고 있습니다.
 
Q. 뮤지컬 아이언 마스크에서 아토스 역을 맡았다.
- 뮤지컬 ‘아이언 마스크’는 삼총사의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가 삼총사 이후를 다룬 소설 ‘브라즐론 자작:10년 후’의 일부분을 각색한 것입니다. 국내에서도 1998년 개봉한 영화 ‘아이언 마스크’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저는 이번 뮤지컬에서 은퇴한 삼총사 중 한 명은 ‘아토스’ 역을 배우 김덕환, 박준규 선배님과 함께 맡게 됐으며 대본이 너무 좋아 제가 꼭 아토스 역을 맡고 싶었습니다.
 
Q. 이번 뮤지컬의 관람 포인트를 추천하자면
- 이번 뮤지컬은 루이 14세가 프랑스 왕실을 통치 17세기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세월이 흘러 총사직을 은퇴한 삼총사인 ‘아토스’, ‘아라미스’, ‘포르토스’와 총사대장이 된 ‘달타냥’이 루이 14세를 둘러싼 비밀을 밝혀내는 모험을 담아낸 작품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훌륭한 선후배 배우가 출연하며 탄탄한 스토리와 웅장한 음악, 화려한 검술 액션 등에 초점을 두고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보통 한 작품을 마무리하면 어떻게 지내는지
- 남들처럼 거창하게 무엇인가를 하거나 하고자 하지 않습니다. 평소처럼 책도 읽고 음악도 듣습니다. 오토바이와 여행을 좋아하기에 이곳저곳을 다니며 사진을 찍기도 하고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을 글로 정리하기도 합니다.
 
Q. 공식 데뷔는 1999년 영화 ‘태양은 없다’지만 그 이전부터 무대에 섰던 것으로 알고 있다.
- 영화 데뷔 이전에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 섰습니다. 배우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며 예전부터 음악을 좋아했기에 지방의 한 공연장에서 뮤지컬 음악 감독을 하고 있었습니다. 갑작스레 배역이 펑크가 났고 제가 급하게 투입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처음 무대에 올랐고 이후 연주와 연기를 병행했습니다.
 
Q. 연기 생활 20년을 돌아보며 본인 인생 캐릭터 BEST 3가 있다면
- 첫 번째는 아직도 많은 분이 기억해주는 드라마 야인시대의 ‘이정재’역입니다. 대중에게 처음으로 김영호라는 배우를 각인시켰던 작품이며 이미 만들어져있는 이정재의 디테일한 삶을 표현하고자 많은 노력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드라마 인수대비에서의 ‘수양대군’ 역할입니다. 당시 이미숙, 손병호 선배님 등 좋은 배우들과 함께할 수 있었고 수양대군이라는 기존의 인물을 새로운 인물로 표현해 가는 과정이 기억에 남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영화 미인도의 ‘김홍도’ 역할입니다. 이 영화 촬영 이후 미술에 관심을 가졌고 그중에서도 ‘먹’이 주는 냄새와 동양화의 매력에 빠져 지금까지도 전시회 개최 등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Q. 작품 선택 기준과 어렵거나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를 마주했을 때는 어떻게 극복하는지
- 데뷔 초에는 솔직히 소속사에서 선택해주는 작품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이를 먹고 경력이 쌓이면서 작품을 조금씩 선택할 수 있었는데 대본을 받아보고 재미있고 스스로 즐겁게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면 선택하게 됩니다. 만약 납득할 수 없는 캐릭터를 마주하더라도 연기자는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배우는 혼자만의 직업이 아닌 하나의 팀으로 이루어지며 이 작품을 통해서 누군가의 카타르시스를 해결해 줄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에 앞서 납득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면 대본을 받아봤을 때 응하지 않았겠죠. 그리고 연기는 매번 어렵습니다. 어떤 역할이든 편하고 쉬운 역할은 없다고 생각하기에 매 순간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배우 김영호 인스타그램
배우 김영호 인스타그램

 

배우 김영호가 전하는 ‘진짜 남자’ 이야기
 
대중이 기억하는 배우 김영호와 기자가 기억하는 배우 김영호의 모습을 조금 다를 수 있다. 사견일 수 있지만 기자와 배우 김영호의 인연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군 입대를 앞둔 대학생이었던 당시 기자는 우연한 기회로 드라마 연출부 스태프 일을 하게 됐으며 해당 드라마의 주인공이 배우 김영호였다. 지방에서 갓 상경한 소위 촌놈에게 드라마 제작 환경은 낯설기만 했다. 더욱이 아역 배우를 제외하고 모든 배우와 스태프 중에서 기자의 나이가 가장 어렸기에 적응도 쉽지 않았다. 팀워크가 중요한 드라마 제작 환경에서 기자는 낯선 환경에 겉돌 수밖에 없었다. 이때 기자에게 다가와 준 사람이 배우 김영호였다. 특유의 저음으로 ‘막둥아~’를 부르며 기자를 찾았고 언론인을 꿈꾸던 20대 청춘에게 긍정적 조언과 용기를 북돋워 줬다. 아쉽게 드라마 종영 후 서로의 인연은 멀어졌다. 하지만 전부는 아니더라도 당시 그가 전한 메시지가 기자를 언론인의 길로 이끄는 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이처럼 기자에게 배우 김영호는 대중이 기억하는 카리스마 넘치고 강렬한 배우의 이미지를 넘어 약자를 배려하며 따뜻하고 뜨거운 가슴을 가진 ‘진짜 남자’였다. 13년 전 드라마 주인공과 연출부 막내는 시간이 흘러 배우와 기자라는 위치에서 다시 만나게 됐고 이 시간이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그 시절 이야기를 추억 삼아 편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Q. 혹시 13년 전 기자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지
- 물론이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그때의 행동, 상황 등 기억나는 부분이 많다. 기자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함께 했던 배우들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함께 했던 스태프들은 기억에 남는 경우가 많다.
 
Q. 그렇다면 평소 후배 연기자나 스태프에게 해주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 오지랖이 넓은 편이 아니기에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다만 필요한 경우에는 그들이 자신감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이야기는 많이 한다. 실제로도 주변에서 자신감을 찾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Q. 연기 이외의 다양한 모습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 고향인 청주에서는 대학 시절 내내 노래만 불러서 나를 음악인으로 아는 사람이 많다. 가수가 되겠다는 생각보다 음악은 오랫동안 해오고 좋아했던 작업이다. 사진과 글도 마찬가지다. 딱히 목적성을 띠기보다 무언가를 찍고 싶고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그냥 하는 것이다. 그림은 조금 다르다. 처음부터 좋아하지 않았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영화 ‘미인도’를 촬영하며 동양화의 매력에 빠졌고 지금도 먹향을 맡으면 머리가 맑아지며 화선지에 그림이 그려질 때의 느낌이 좋다. 그럼에도 동양화는 여전히 어렵다. 연기가 대중과의 소통이라면 나머지 활동들은 나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배우 김영호 인스타그램
배우 김영호 인스타그램

 

Q. 직접 운영하는 베이커리가 김포에서 유명세다
- 오롯이 빵이 좋아서 빵을 만들고 싶었고 밀가루 만지는 촉감이 너무 좋았다. 예전처럼 시간이 많지 않아 지금은 직접 만들지는 못한다. 잘난 척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이곳이 김포를 넘어 전국적으로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배우 김영호가 운영해서이기보다 빵이 맛있다고 평가해주는 사람이 많다. 주변에서는 베이커리로 더 크게 사업할 생각이 없는지 물어보는데 그럴 생각은 없다. 그냥 빵이 좋아서 시작했을 뿐이다.
 
Q. 어느덧 배우 생활 20년 차다. 배우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한 순간은 언제인가
- 배우로서의 지난 시간이 매번 쉽지 않은 순간의 연속이었지만 반대로 제가 배우가 되지 않았으면 무엇을 했을지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입니다. 공부를 잘 하지도 않았고 노래, 글, 그림도 조금씩은 즐기고 있지만 남들보다 특별히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런 제가 배우가 되어 팬들의 사랑을 받고 공감을 얻게 됐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실망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배우로서 더 진솔한 연기로 소통하려 합니다.
 
Q. 스스로가 평가하는 배우 김영호 혹은 남자 김영호의 모습은
- 내가 나를 평가 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은 것 같다. 많은 사랑을 받는 배우이지만 나는 여전히 미완이다. 얼마 전 박준규 선배가 철들면 세상 사는 것이 힘들어지니 자신은 철드는 것이 싫다는 말이 생각난다. 그 말이 정답인 것 같고 개인적으로도 와닿았다.
 
Q. 그렇다면 대중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지
- 솔직히 예전에는 배우인 척 스타인 척 보이는 모습을 중요하게 생각한 적 있지만 지금은 대중에게 어떤 모습을 보이고자 노력한 적은 없다. 매 순간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 할 뿐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 배우 주윤발이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느낀 점이 많다. 지금 운영하는 베이커리도 그렇게 돈을 버는 목적보다 사회에 기여하고 환원할 방법을 찾고 있다. 배우 김영호에게 어떤 역할이 허락될지 모르겠지만 돈이 없으면 몸으로라도 사회사업에 참여하고 싶다. 그러한 의미에서 얼마 전부터 모 대안학교 홍보대사를 맡기도 했다. 아이들과 함께하며 내가 그들에게 도움을 준 것이 아니라 작은 나눔을 통해 나에게 여유가 생기고 내 영혼이 채워짐을 느꼈다. 앞으로도 이런 활동을 많이 할 생각이다.
 
배우 김영호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오랜 시간 대중을 울고 웃긴 명품 배우로서 그가 생각하는 연기의 정답이 있을까? 그는 “하루하루 사는 것도 정답이 없는데 연기 역시도 정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스스로의 연기를 평가하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스스로의 평가가 부질없음을 느꼈습니다. 다만 인생도 연기도 매 순간이 ‘클라이맥스’라는 생각으로 1분을 놓치지 않고자 합니다. 1분을 놓치면 10분을 놓치고 이러한 과정이 계속 쌓이면 인생에서 큰 시간과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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