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통계 Ⅱ] 정치의 덫에 빠지는 통계
[이슈메이커_통계 Ⅱ] 정치의 덫에 빠지는 통계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8.11.07 09: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정치의 덫에 빠지는 통계
국가 운명도 좌지우지, 체계화 된 시스템 필요성
 
ⓒPixabay
ⓒPixabay

 

통계와 그 지표는 급변하고 복잡한 우리사회를 진단하고 정책 처방을 내리는 자료로 활용된다. 이로 인해 잘못된 통계는 진단과 처방의 오류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통계작성에 있어 정치적 의도나 이해관계가 얽혀 왜곡된다면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통계작성기관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지켜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통계의 기본을 간과할 경우 통계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가 무너지게 된다.
 
통계 논란 불씨가 된 가계동향조사
 
상반기 통계 논란의 발단은 지난 5월 통계청이 내놓은 가계동향조사 결과였다.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분기 1분위(소득 하위 20% 계층)의 가계소득이 월평균 128만 6,700원으로 1년 전보다 8.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3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뒤 가장 큰 감소폭이었다. 이후 통계청의 2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도 1분기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7월 고용동향에서 취업자수가 전년 동월 대비 5,000명 증가한 것에 그친 것으로 드러나 ‘고용참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통계의 ‘표본 오류’와 같은 객관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했다. 표본 가구가 지난해 5,500가구에서 올해 8,000가구로 늘면서 고령층 가구 비율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에 지난해 지표와 올해 지표를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통계청의 발표 이후 청와대 소득주도성장정책에 대한 정치공세가 가속화되며 정부의 지지율이 휘청이기 시작했다. 급기야 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13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며 문책성 경질 논란이 불게 된다. 청와대는 인사 직후 “통계청장 교체는 경질이 아니다”라고 일축했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황 청장이 사실상 교체된 것으로 해석했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가계소득 통계가 마음에 안들면 통계청장을 경질하면 된다는 발상은 누가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이 판단을 한 순간 앞으로 통계청에서 좋게 나오는 통계들이 있다면 누가 믿을 수 있겠느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남기기도 했다. 통계로 시작된 논란이 ‘독립성’ 문제로 불씨가 옮겨 붙은 것이다.
 
새로운 지표 개발 나선 통계청
 
이번 가계동향조사 결과와 통계청장 교체 사태를 계기로 통계 수치가 조작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인구 조사와 같은 단순사항은 조작대상이 아닐지 모르지만 여론조사의 경우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트릭’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통계의 신뢰성을 뚝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표본이 대표성을 지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대상자를 두고 통계 수치를 뽑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이를 대표할 수 있는 표본을 잘 선정해야 하지만 어느 한쪽에 치우친 표본 선정으로 도출되는 통계는 입맛에 맞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전 정권 때도 통계 조작이나 통계를 임의적으로 해석해 왜곡하는 ‘마사지’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때문에 기존의 양적 통계를 보완하고 시대의 흐름을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 개발이 시급한 것이 사실이다. 통계청 역시 논란이 지속되자 조사방식과 표본추출 등 가계동향조사 전반을 개편하기로 했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지난 8월 취임식 자리에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통계청이 되려면 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며 “국민이 필요로 하는 더 다양하고 상세한 통계를 개발하고 서비스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통계청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낙연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부 기입 또는 면접조사 방식인 가계동향조사는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소득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중간소득층만 과대 대표되는 단점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득 통계 및 분배 연구 권위자인 김 교수의 지적으로 인해 향후에도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여겨진다.
 
통계의 생명인 ‘신뢰성’ 제고가 우선
 
이처럼 통계는 정부 정책수립 등에 주요 근거자료가 되기 때문에 잘못된 결과물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낳을 수 있다. 실제 아르헨티나는 경제실정을 가리기 위해 통계조작을 했다가 ‘통계조작국’이라는 오명을 쓰며 2013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불신임 조치를 당한 바 있다. 그리스 역시 2000년 유로존 가입 기준을 맞추기 위해 연간 재정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6%로 낮춰 발표했으나 이후 2009년 국가부도 위기에 처하자 실제 수치가 GDP 대비 13.6%로 통계조작 수치의 2배를 넘은 것을 시인하며 대외신뢰도와 신용등급까지 떨어져 경제위기를 벗어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통계 기관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엄격한 품질관리가 되도록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부산대학교 통계학과 김충락 교수는 “통계는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모든 부문에 활용되고 있고 데이터 종교라는 말도 붙을 만큼 중요한 학문이다”며 “의도적으로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수단이 되지 않도록 전체를 대변하는 표본 선정부터 전 과정이 독립성을 기반으로 체계화 시켜 폭넓은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설계 해야한다”고 역설했다.
 
이번 통계청장 경질성 교체 논란과 통계의 신뢰성 문제를 통해 우리는 정치화한 통계가 사회 갈등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럼에도 통계는 정책 수립의 가장 중요한 자료이자 그 결과를 평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소모적인 정치 공방 대신 통계의 생명인 ‘신뢰성’ 제고에 몰두하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모두에게 돌아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