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SNS서 연인처럼, 알고 보니 신종 사기꾼
[이슈메이커] SNS서 연인처럼, 알고 보니 신종 사기꾼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8.11.06 2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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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서 연인처럼, 알고 보니 신종 사기꾼

진화하는 사이버 범죄 전 세계 기승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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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개봉한 영화 ‘접속’은 온라인 세상을 통해 공간을 초월한 만남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실제로도 인터넷을 통해 만나 연애 감정을 느끼고 결혼한 커플들이 종종 화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낭만을 범죄로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를 SNS를 통해 이성에게 접근해 돈을 갈취하는 ‘로맨스 스캠(Romance Scam)’이라 부른다. 싱글 남녀들을 대상으로 행해지는 로맨스 스캠은 수년 전부터 유행한 사기 수법이지만 의외로 쉽게 속아 넘어가는 피해자가 만항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그럴듯한 직업 내세워 접근하는 ‘스캐머’

 

‘로맨스 스캠’이란 영어로 연애를 뜻하는 ‘romance’와 신용 사기를 뜻하는 ‘scam’의 합성어다. 이러한 범죄 행위의 특징은 피의자들이 SNS나 데이트 앱 등을 통해 대화를 하면서 신뢰와 호감을 쌓은 뒤, 사업과 결혼을 목적으로 금전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상대방과 실제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지만, 사기범들의 지능적인 수법에 당해 자연스레 호감을 갖고 돈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 대부분은 여성이며, 40∼50대가 주류인 것으로 판단된다.

 

인터넷을 통한 소통의 창구가 증가하면서 사례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데, 미국 연방수사국(FBI)는 따르면 미국에서만 지난 5년간 피해자 발생이 4배로 증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미군이나 외국인 의사 등을 사칭한 ‘온라인 연인’이 결혼 등을 빌미로 수천만 원씩 받아 가로채는 등 로맨스 스캠이 잇따르고 있다. 피해자 중에는 대학교수나 기업 임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에는 데이트 앱으로 알게 된 여성 3명에게 접근해 돈을 뜯어낸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힌 바 있다. 남성은 서울 대형병원의 의사를 사칭해 여성들에게 접근하여 결혼을 전제로 총 1,115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실제 그는 직업도 없고 동종 전과도 보유한 인물이었다. 사진부터 이름까지 모두 거짓이었던 셈이다. 홍콩에서는 한 60대 여성 사업가가 영국 출신 기술자를 빙자한 사기꾼에게 속아 4년간 약 260억 원을 빼앗긴 사실이 세계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다.

 

SNS서 환심 산 뒤 돈 뜯어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는 로맨스 스캠의 가해자인 ‘스캐머(Scammer)’의 접근 방식은 비슷하다. 이메일이나 SNS 메신저, 채팅 앱을 통해 처음 보는 이성에게 간단한 인사말을 보낸다. 이후 몇 차례 안부를 묻고 친해지면 자신이 처한 상황에 관해 설명하며 동정심을 유발한다. 혹은 위조된 사진과 그럴듯한 신분을 바탕으로 자신의 재력을 과시한 뒤, 결혼을 전제로 연락을 이어가며 급한 사고 처리 비용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요구하고 차후 본인 재산을 나눠주겠다는 말로 피해자들을 현혹하기도 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SNS를 통해 외국인을 사귀는 게 자기만 갖고 있는 독특한 경험일 것이라 생각하고 기대도 크다”며 “요즘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사기범들이 외로운 이들에게 맞춰서 대화를 걸며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맨스 스캠은 사기범들이 범행 대상 접촉부터 범행까지 한 달 정도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쉽게 사기임을 인지하기가 어렵다. 처음에는 뜸을 들이면서 친분을 쌓다가 마지막 순간에 갑작스럽게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호소하면서 돈을 빌려달라는 식으로 사기 행각을 벌이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방이 돈을 보낼 수밖에 없는 급한 상황을 만들기 때문에 스캐머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피해자가 돈을 한 번 보내기 시작하면 반복적으로 돈을 갈취당할 수 있어 막대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전혀 모르는 외국인이 친구 신청을 해오거나 메시지를 보낸다면 응대하지 말고 바로 삭제하고 관리자에게 신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심리적인 방식으로 상대를 무력화시키는 방식이기에 피해를 인지하게 된 이후에는 피해자가 비난에 대한 두려움과 수치심 때문에 신고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FBI는 실제 피해사례가 신고된 것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합리적 의심 선행되어야 피해 막을 수 있어

 

이렇듯 로맨스 스캠은 사람의 감정을 파고든다.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SNS 및 채팅 앱 이용 시 주의를 당부한다. 박성준 문화평론가는 “실제로 만난 적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신분을 과시하던 사람이 왜 당장 돈이 없어 자신에게 요구하는 지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프로필 없는 친구 요청을 거부하는 등 무분별한 친구 추가를 자제하고 온라인 공간에 지나친 개인정보를 노출하는 데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특히 온라인에서 데이트 상대를 찾는 ‘데이트 앱’은 개인정보를 허위로 작성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다.

 

또 한 가지 좋은 방법은 검색이다. 범죄조직은 메일 주소를 비슷한 것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이메일 주소를 포털사이트를 통해 검색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 전문가는 “사기 정보 웹사이트에서 상대방의 메일주소를 찾아 피해 사례를 알아내는 경우도 있다”며 “쉽게 마음을 열지 말고 개인이 조심하는 것이 최고의 예방법이다”고 전했다.

 

로맨스 스캠은 한순간에 피해자의 마음뿐 아니라 전 재산을 갈취할 수 있는 무서운 범죄다. 외로움이 일상화된 디지털 시대를 악용해 독버섯처럼 번지는 이러한 범죄행위에 대한 당국의 관심과 개인의 주의가 필요한 때다.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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