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ic Report] 저유가, 국제사회와 글로벌 경기의 새 변수로 부상
[Economic Report] 저유가, 국제사회와 글로벌 경기의 새 변수로 부상
  • 김문정 기자
  • 승인 2015.01.29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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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문정 기자]
[Economic Report] 저유가 시대


저유가, 국제사회와 글로벌 경기의 새 변수로 부상 

미국과 OPEC의 석유를 둘러싼 패권 전쟁



비싼 기름 값에 오래 길들여지다 보니 ‘저(低)유가’라는 말부터가 생소하다. 그러나 국제 유가는 2014년 6월 중순 이래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때 배럴당 120달러 선을 넘보던 브렌트유는 지난 12월 초·중순, 61달러 선으로 주저앉으며 6개월 새 50% 가까이 폭락했다. 글로벌 시장의 경기가 둔화하면서 석유에 대한 수요 증가도 함께 내리막 추세다. 반면 산유국의 생산량은 되레 늘어 수급 균형이 깨진지 오래다. 유가 추락은 이제 글로벌 경제의 구석구석에서 연쇄작용으로 예기치 않은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저유가는 이해관계 일치한 미국과 사우디의 합작품이다?

  2014년 12월 29일을 기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일보다 1.12달러 하락한 배럴당 53.61달러로 마감돼 2009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08년 배럴 당 무려 140달러의 최고가와는 천양지차다. 최근의 급격한 유가 하향세의 원인으로는 국제 원유의 초과 공급 상황 지속, 지정학적 불안 요인 완화 그리고 달러화 강세로 인한 세계 경제 성장의 침체 등이 꼽힌다. 


▲OPEC의 수장 사우디의 알리 알 나이미 석유장관은 미국의 셰일가스 채굴을 견제하기 위해 OPEC의 원유 감산 불가 결정으로 맞섰다.


  그러나 미국 일간 시카고트리뷴은 이번 유가 하락의 원인으로 사우디가 ‘공공의 적’인 러시아 죽이기 차원에서 미국과 손을 잡았다는 분석이 제기되었다고 전했다.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 입장에서는 시아파인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러시아에 대한 불만이 큰 상태다. 미국 역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이후 러시아를 공공연하게 적대시하고 있다. 최근 지속되는 유가 폭락으로 국세 수입의 45%를 원유에 기대는 러시아 경제가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까지 우려되는 상황으로 몰리면서 이 같은 음모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와 ‘신 냉전’에 돌입한 미국이 유럽과 함께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에 돌입하는 한편 사우디와 손을 잡고 유가를 떨어뜨려 러시아 경제를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과 사우디가 암묵적으로 저유가를 용인한 까닭은 유전지역을 확보한 이슬람국가(IS)가 지하시장을 통해 거액의 투쟁자금을 챙기는 데 따른 자금줄 차단용이라고도 보는 견해도 있다. 미국과 사우디는 서방의 이란 핵 협상을 놓고 최근까지 껄끄러운 사이였지만 최근 미국의 IS 격퇴작전에 사우디가 참여하는 등 양국 관계는 회복되고 있다. 




아니다, 석유 주도권을 둘러싼 미국과 사우디의 ‘치킨 게임’이다

  앞서 말한 것과 반대되는 내용으로 저유가가 미국과 OPEC의 수장인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알력 싸움에서 야기됐다는 음모론도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은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원유 수입 적자와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셰일가스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셰일가스는 전통적인 오일이 시추되는 층보다 더 아래층에서 시추가 가능한 자원이다. 과거에는 기술 부족으로 시추 비용이 커서 상용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지속적인 유가 상승과 기술의 발전으로 현재는 석유수출기구(OPEC)보다 낮은 손익분기점으로 시추가 가능한 미국의 셰일 업체들이 생겨났다. 생산량 증대에 힘입은 미국은 OPEC로부터 들여오던 원유 수입을 자국의 셰일오일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2008년 8월 1억8,060만 배럴을 OPEC에서 수입해왔지만, 2014년 9월에는 그 양이 8,700만 배럴로 급감했다. 미국의 이러한 행보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세계 석유 수출량의 35%를 점하는 중동이다. 그러나 중동 측이 석유 공급을 줄여 값을 다시 올릴 거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셰일가스 생산으로 원유시장 패권을 노리는 미국에 대해 사우디는 OPEC의 감산 불가 결정으로 맞섰다. OPEC에서 가장 입김이 센 사우디는 2014년 11월, 하루 10만 배럴을 증산할 것이라는 발표로 허를 찔렀다. 

▲오바마 정부 하의 미국은 IS와 러시아를 견제하며 국제 석유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키움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국제 원유시장이 본격적인 ‘치킨게임’에 돌입했다”고 분석했다. 사우디는 올해 1월 미국과 아시아에 공급하는 원유 판매가격도 인하하겠다고 발표하며 점유율 경쟁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미국 셰일 업체들과 미국 정부는 50∼60달러 선에서 유가가 안정된다면 저유가를 감내하더라도 생산을 계속한다는 입장이어서 두 ‘큰 손’들 사이의 출혈경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저유가에 희비 교차하는 산업 

  유가 하락을 나쁜 뉴스로만 해석할 이유는 없다. 유가 영향을 많이 받는 투자재 또는 중간재 성격의 수출 기업은 진통을 겪겠지만 ‘소비’와 관련된 업종은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것이다. 항공 및 화학·시멘트·철강과 자동차 등은 대표적인 수혜업종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지난 12월 1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4%, 1%대가 상승하는 등 항공주의 오름세가 뚜렷했다. 유틸리티주인 한국전력을 비롯해 운송주인 현대글로비스, 한진해운 등도 눈여겨 볼만하다는 평가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화학업종은 저유가로 비용절감 효과가 나타나 수익개선을 기대할 수 있고 시멘트, 철강, 복합 산업 등도 수혜업종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자동차업종의 경우 수입차와의 연비 경쟁에서 고전하며 시장을 잃고 있는 국내 자동차업체들에게 유가하락이 호재다. 

▲셰일가스는 전통적인 오일이 시추되는 층보다 더 아래층에서 시추가 가능한 자원으로 석유를 위협하고 있는 신(新)에너지다.


  반면 조선 및 건설, 정유 업종,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유가 하락으로 해양플랜트와 중동 건설발주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건설주와 조선주도 약세다. 김중원 메리츠종금증권 수석연구원은 “재고부담이 있는 유화업종과 정유 업종은 불리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 S-Oil, GS 등의 주가는 일제히 내리고 있다. 정유 업체들은 원유를 분기별로 구입하는데 유가가 추세적으로 하락할 경우 평가손실이 불가피하다. 유가 하락으로 해양플랜트와 중동 건설발주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건설주와 조선주도 약세다. 




오리무중 유가, 엇갈리는 2015년 글로벌 경제 전망

  2014년 2분기부터 이어진 국제유가의 하락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저유가가 국제 경제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12월 23일 경제계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의 블량샤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저유가가 2015년의 세계 성장을 0.3%~0.7%p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저유가에 따라 당초 3.1%로 예상됐던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0.2%∼0.5%p 늘어날 것으로 이들은 예상했다. 반면, 이날 LG경제연구원은 내년 세계 경제의 성장률로 3.3%로 제시하며 저유가가 내년 국제 경제가 정체되는 데 영향을 줄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저유가로 인해 내수와 서비스 중심의 성장흐름이 이어지면서 미국과 같은 내수 규모가 큰 나라들은 경기회복이 이어지겠지만 수출과 제조업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에서 경기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 LG경연의 설명이다.

▲이슬람 무장단체 IS는 유전지역을 기습, 이를 통해 투쟁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세계의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2015년 2분기까지는 이례적인 저유가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서서히 유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일부 시각도 있다. 6월 이후 국제 유가를 반토막낸 다양한 문제점들이 점차 해소될 것이라는 관측들이 하나둘 나오고 있는 까닭이다.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은 저유가로 수익이 줄면서 이전만큼 생산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셰일가스 생산은 시추 비용이 비싼데다 각 유정의 생산기간이 짧아 지속적인 투자가 필수다. 미국 노스다코타주 광물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현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225개 이상의 굴착장치가 필요한데 비용문제로 인해 현재 운영 중인 굴착장치는 180여개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추가적으로 감소될 것”라고 관측했다. 마찬가지로 사우디가 주축이 된 OPEC 또한 감산 불가 방침을 유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란, 베네수엘라 등 일부 회원국이 현 저유가를 버틸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베네수엘라의 경우 유가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는다면 디폴트를 피하기 어려울 만큼 경제가 악화되었다. 여기에 지정학적 불안감으로 인한 리비아와 이라크의 공급 불안정도 유가 하락세를 멈추는 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11월 리비아에서 민병대간 충돌로 사하라 유전의 생산이 중단되기도 했다. 

  세계의 석유 시장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석유시장의 역사에 새 장이 열렸음이 갈수록 확연히 드러난다”고 평했듯 새로운 판도로 흐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외 의존도가 높고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은 국제정세를 예의주시하고 신중하게 대처해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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