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인도적 대북 지원 가이드라인 주도한 美, 트럼프와는 불협화음
[이슈메이커] 인도적 대북 지원 가이드라인 주도한 美, 트럼프와는 불협화음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8.10.15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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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인도적 대북 지원 가이드라인 주도한 美, 트럼프와는 불협화음
北 둘러싼 韓·美·中 간 긴밀한 파트너십 필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UN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8월 6일(현지시각)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신속히 처리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지난 7월 마크 로우코크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HCA) 국장이 ‘대북 원조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데 이어 1달 만에 이 같은 움직임을 본격화한 것이다. 이는 북핵 제재 기조 유지와 별개로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은 재개한다는 방침을 공식화한 것이어서 각국 정부와 국제단체의 대북 지원이 본격화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당장은 ‘지원’ 대신 ‘제재’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미국 정부로 인해 이 과정이 순탄치는 않아 보인다.
 
UN, 새로운 대북 인도적 지원 가이드라인 제시
 
최근 UN 안보리가 대북 원조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문재인 정부와 세계 각국은 UN의 새 가이드라인에 따라 제한적으로 대북지원의 물꼬를 터 나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의장국인 네덜란드는 지난 8월 6일,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가이드라인이 15개 이사국의 전원 동의로 채택됐다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이 가이드라인은 유엔 193개국 회원국 및 비정부기구(NGO)에 전달된다. 유엔의 대북 제재 국면이 반환점을 맞이한 것이다.
 
유엔이 이번에 내놓은 가이드라인은 대북 인도적 물품 전달을 위한 포괄적 제재 면제 기준을 제공하는 일종의 지침서로 볼 수 있다. 대북 지원단체나 국제기구 등이 이 가이드라인에 맞춰 제재 면제를 신청하면 대북제재위가 심사해 북한에 신속하게 지원 품목을 전달하게 되는 형태다. 그동안 북한의 핵실험이나 대남 도발 등이 발생할 때마다 제재 범위와 강도를 높여왔던 유엔이지만, 인도적 지원에 대한 제재 면제 기준과 형식을 별도로 마련하지는 않았었다. 때문에 북에 대한 지원이 있을 때는 논란이 항상 뒤따랐었다. 그러나 이번에 새로운 가이드라인에 만들어지며 북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한층 편안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지난달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제6차 한-유럽연합(EU) 개발협력 정책협의회에서 오현주 외교부 개발협력국장과 EU 측의 펠릭스 페르난데스-쇼 개발정책국장은 대북 인도적 지원 현황 및 향후 추진 방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향후 국제사회의 대북 인도적 지원이 확대되고 대북 개발협력 논의 여건이 조성될 경우에 대비해 한-EU 간 협의를 지속해 나가기로 하는 등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통일연구원 성기영 연구위원은 “최근 들어 남북 간 문화·스포츠 교류가 활성화되고 이산가족 상봉이 재개되면서 북한 주민들에 친밀감과 동족의식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늘었다”며 “이러한 분위기가 인도적 대북지원에 대해서도 긍정적 여론을 조성하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전했다.
 
대북 지원 발표에 美·中 입장 충돌
 
한편, 유엔의 대북 인도적 지원 가이드라인은 그동안 북한에 대해 배타적 입장을 고수해왔던 미국이 이번 가이드라인 초안 작성을 주도하고 안보리의 만장일치 채택을 이끌어 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때문에 이번 가이드라인 마련 이후 북미 협상이 재국면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이 같은 발표 이후에도 트럼프 정부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미국은 북한 주민들의 안녕(well-being)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북한에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대북제재는 식량 등 인도적 지원과는 별개”라고 덧붙이며 “북한에 대한 경제적·외교적 압박을 성급히 완화하면 (비핵화)목표 달성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얘기했듯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한다면 얻을 수 있는 것들에 제한이 없다”고 전했다.
 
게다가 지난 8월 29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으로부터의 성명’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트윗에서 “우리는 중국이 북한에 상당한 원조를 제공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비핵화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같은 날 백악관 기자들에게도 “중국이 북한과 우리의 관계를 훨씬 더 어렵게 하고 있다”며 “중국은 북한에 매우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하며 비핵화에 대한 ‘중국 책임론’을 다시 한번 거론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외교가 답보하는 것과 관련해 중국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고, 김인한 콜로라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클린턴, 부시, 오바마 행정부와 비교했을 때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중국을 ‘키 플레이어’(핵심 선수)로 보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비핵화의 게임이 시작될 텐데 (트럼프가)이 과정이 지나치게 장기화되지 않으려면 중국의 대북 압박이 지속돼야 함을 강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에 중국 외교부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트럼프의 발언 다음 날 정례 브리핑을 열어 “미국은 사실을 왜곡하고 있으며 무책임한 논리는 역시 최고다”며 “현재의 우여곡절을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고 반성해야지 변덕을 부리면서 남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 미국의 이러한 방식은 미안하지만, 중국은 받아들이고 싶지 않고 받아들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트럼프의 북·중 압박과 관련해 일각에선 한국 정부를 향한 간접 경고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의 독자적이고 직접적인 대북 지원보다는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시행돼야 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북한의 비핵화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 정부의 긴밀한 파트너십이 선행돼야 인도적 대북 지원의 실질적 효과가 나타날 것임을 우리 정부는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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