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여의도 ‘올드보이’들의 귀환
[이슈메이커] 여의도 ‘올드보이’들의 귀환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8.09.27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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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여의도 ‘올드보이’들의 귀환

경륜으로 담금질 된 리더십, 협치 도움될까?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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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주요 정당들이 속속 새 지도부를 꾸리고 있는 가운데 눈에 띄는 건 10여 년 전 정치권 중심에 있었던 인사들이 당 대표가 됐다는 점이다. 후반기 국회의장으로 6선의 문희상 의장(73)이 선출되면서 시작된 올드보이의 ‘귀환’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66),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64),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65),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71)가 각 당의 수장으로 임명되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지금 여의도에선 왜 ‘올드보이 전성시대’가 열린 것일까.

 

‘혁신’ 대신 ‘안정’ 택한 정치권

 

정계 전문가들의 전언에 따르면 정권 2년차의 당 대표는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다는 게 정설이다. 여야가 이번에 새로 선출한 지도부는 오는 2020년 치러지는 21대 총선을 진두지휘함은 물론 차기 대선까지 당권의 흐름을 이어나가야 할 공산이 크다. 따라서 여야가 당대표에 올드보이를 선택한 것을 두고 ‘모험’보다는 ‘안정’을 선택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이 이어지고, 그 흐름을 넘겨받지 못핸 채 여전히 보수 여론을 결집하지 못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아울러 캐스팅보팅 역할이 약해진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등 각 당의 ‘위기론’이 정치 안정성을 도모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 이들은 과거 당대표, 국무총리,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하고 대선 출마도 하는 등 이미 정부와 정당에서 주요 중책을 역임한 베테랑들이다. 이해찬, 정동영 대표와 김병준 위원장은 노무현 정권 때 함께 참여정부를 이끌었다. 이 대표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국무총리를 지냈고, 김 위원장은 같은 기간 대통령 정책실장을 맡았다. 정 대표는 2004년부터 2005년까지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다. 또한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대표는 2007년 민주당의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후보 경선에서 맞붙은 공통분모도 있다.

 

소통 통한 난제 해결 기대

 

함께 정부를 이끌었던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이들 ‘올드보이’들이 당의 소통과 협치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 않겠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10년이 넘는 세월을 지나 서로 각자 다른 당을 이끄는 껄끄러운 관계로 만났지만 상대방을 잘 알기 때문에 오히려 원활한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실종됐다는 비판을 받던 여의도 정치권에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이를 반영하듯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시급한 민생 현안은 여야 합의로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를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따르는 민생국회를 만들자”며 야당 지도부를 향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협치에 도움이 될지를 판가름할 첫 관문은 정기국회에서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이나 규제개혁 등 쟁점 법안 처리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개헌이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같은 선거제도 개혁 등에서 소통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대표는 각각 ‘마지막 소명’, ‘잔 다르크의 심정’이라는 말로 선거제 개편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이고 했다. 최창렬 용인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유의해서 볼 부분은 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협치를 추진해 나가냐는 것이다”며 “이들이 협력을 하면 정국이 잘 풀릴 수 있다”고 관측했다.

 

탐욕의 대치에 대한 우려도 존재

 

하지만 노장 정치인들의 귀환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식상할 뿐만 아니라 정당 내부의 기득권이 여전히 강고하해 새로운 리더십이 없다는 현실만 드러낸다는 것이다. 정두언 전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희생이 아니라 노후대책이 안 된 것이다. 남은여생을 어떻게 살겠다가 없으니 이 판(정치권)에서 못 벗어나는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시 “근래 들어 정치권에 새로운 인재가 등용되고 성장하는 모습이 나타나지 않는 점은 정당정치의 큰 위기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여야 대표들이 ‘산전수전’을 겪은 경륜이 협치 대신 ‘양보 없는 대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각 당이 처한 상황이 크게 다르고 이해관계도 제각각일 뿐더러 2년이 채 남지 않은 총선 승리를 이끌어야 하는 임무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손학규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우리는 한국정치를 어지럽히는 두 정당과 온 힘을 다해 맞서 싸워야 한다”고 선전 포고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 기대와 회의론 속에서도 분명한 것은 ‘젊은 리더십’의 도전을 이겨낼 만큼 이들의 쓰임새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 정치권에서 쌓은 연륜과 현실감각이 한국 정치를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의 목소리가 크다. 이들 올드보이들의 ‘노마지지(老馬之智, 늙은 말의 지혜)’를 통해 새로운 정치권의 혁신과 체질 변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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