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양극화는 계층 간 갈등은 물론 세대 간 갈등도 야기
[이슈메이커=김갑찬 기자]
[부의 논리 II] 부(富)의 불평등이 양극화 초래
점점 높아지는 신분 상승의 이동 사다리
소득 양극화는 계층 간 갈등은 물론 세대 간 갈등도 야기
지난해 12월 2주간 방영되었던 인기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극한 알바’ 프로젝트는 멤버들이 어려운 일자리를 찾아 노동의 가치를 되새기고, 노동자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메시지로 시청자들의 감동을 이끌었다. 신성한 땀의 의미를 다시금 돌이켜보는 시간이었지만,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노동의 의미가 신성함이 아닌 비하의 가치로 전락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더불어 저소득층의 빈곤 탈출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발표로는 지난 8년간 저소득층이 중산층이나 고소득층으로 올라간 확률은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학벌과 직업의 세습 고착화
양극화 현상의 심화는 계층 간 이동성을 단절시키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이른바 사회적 약자 또는 소외계층으로 불리는 세력들이 집단 내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은 계층 간 상향 이동의 길이 막혔다고 생각하면서 불거지는 불평등 문제는 더 큰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계층 간 이동 단절은 교육 기회의 박탈 과정에서 더욱 심화되는 경향이 있따. 지난해 서울대 정시 합격자들의 출신 지역을 조사한 결과 정시 합격자 기준으로 강북구, 구로구, 금천구, 성동구, 은평구 출신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부유층이 많이 사는 서울 강남권 출신 학생들의 서울대 진학률을 큰 폭으로 상승했다. 2011년 기준 강남, 서초, 송파구 학생은 전체 정시 합격자의 54.3%였으나 지난해 70.1%로 대폭 늘었다. 수시 합격자도 같은 기간 25.3%에서 40%로 증가했다. 부모의 경쟁력이 대학 입시의 당락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임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이다. 또한 법학전문대학원, 경영전문대학원, 의학전문대학원 등 전문대학원이 지속해서 늘어나는 것도 부유층과 저소득층이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을 사라지게 만드는 주된 이유이다. 이들 전문대학원은 전문인력 양성을 핑계 삼아 비싼 등록금을 요구하고 있으며 특히 지난해 전국 25개 로스쿨 평균 등록금은 연 1,500만 원을 넘어섰다. 아무리 뛰어난 성적을 보유하였더라도 저소득층 자녀들이 선뜻 진학하기에는 부담되는 금액이다.
▲지난 해 방영된 무한 도전 ‘극한 알바’ 편은 직업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 볼 수 있었다는 호평 속에 마무리 되었다. ⓒ무한도전 |
노동시장 양극화도 계층 간 이동의 단절을 불러온 요인 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평균 수치와 비교해 봐도 눈에 띄게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이는 계층 간 이동성을 더 악화시켰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발표로는 국내 전체 근로자 1,824만 명 중 절반에 가까운 837만 명이 비정규직 노동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이들 직업이 대체로 단순 노동직이나 서비스업에 집중되어 있는 것도 문제시된다. 차별화된 기술이나 조건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이들 업종이 종사하는 사람이 몰려 있으며 이들에게 재교육 과정을 제공하지 않는 이상 소득 불평등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더불어 월급만으로는 내 집 마련이 어려운 높은 집값과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세율도 계층 간 이동의 단절을 부추기는 요소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부의 세습이다. 부의 세습은 계층 간 소득 불평등을 고착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자녀 세대에 계속 이전되면 저소득층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더더욱 좁아진다.
비정규직과 감정 노동자의 한숨
지난해 개봉한 영화 ‘카트’는 노동시장의 양극화로 인한 비정규직 문제를 스크린이 담은 최초의 상업 영화이다. 이는 2007년 이랜드 그룹의 홈에버 비정규직 노동자 대량해고 사태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영화 개봉 후 비정규직 처우와 실태가 재조명되며 대중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으며 비정규직 문제 대책 마련에 관련 단체에서도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사회적 반향을 불러왔다. 정·재계가 곳곳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측하는 가운데 ‘비정규직 보호법’의 향후 행방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정부는 비정규직 정책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노동자들은 ‘더 심한 악마의 법안이 나왔다’는 반응이다. 비정규직 고용 제한 기간을 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안을 포함할 것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2년 안에 실직하는 것보다 3년으로 시간이 연장된 뒤 실직하는 것이 더 낫지 않느냐는 발상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차별을 시정할 수 있는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므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파견 허용 업종을 확대하고, ‘민간 고용서비스 활성화’란 이름으로 유료 직업소개소를 확대하는 방안 검토도 문제로 거론된다. 고령자를 중심으로 파견직이란 불안정 일자리 양산, 고용불안, 중간착취 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를 다룬 최초의 상업 영화 ‘카트’의 개봉으로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와 실태가 재조명 되었다. ⓒ공식홈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