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논리 III]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부의 논리 III]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 임성지 기자
  • 승인 2015.01.20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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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의 대상이 된 서민들
[이슈메이커=임성지 기자]
[부의 논리 III] 부를 쫓는 정부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과세의 대상이 된 서민들





지난 2013년 12월 대학가에 붙은 ‘안녕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화제가 되었다. 사회에 무관심하고 스펙 쌓기에 열중하던 많은 대학생이 이에 동참해 대자보 릴레이가 이어지기도 했는데 이 대자보가 다시 한 번 내걸렸다. 이번 대자보는 불특정 다수가 대상이 아닌 최경환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서 보내는 메시지였다. “최경환 아저씨, 저는 좀 화가 났습니다”로 시작되는 대자보는 최 부총리의 정규직 과보호 발언에 대해 비판을 하는 글이었다. 지난 7월 최경환 부총리는 취임 직후인 지난 7월 말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경기운용 방향의 밑그림을 담은 ‘새 경제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경제정책의 균형을 맞추려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6개월의 성과는 경제의 불균형을 우려하는 또 다른 대자보를 만들어냈다. 




표류하는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

박근혜정부 출범 2년 차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냉담했다. 지난 6월 경제개혁연구소가 전국의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국민의식조사’를 보면, 국민의 62.6%가 정부의 기업정책을 ‘대기업중심’이라고 응답했고, ‘중소기업 중심’이라는 응답은 20.7%에 그쳤다. 또한, 정부의 조세정책에는 ‘부유층에 유리하다’는 답변이 64%로 가장 많고, ‘서민층에 유리하다’는 응답은 19.5%에 불과했다. 이처럼 경제정책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박근혜 대통령은 최경환 의원을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임명해 경제에 관한 전권을 부여했다. 이에 최경환 부총리는 가계소득과 기업소득 간의 불균형이 확대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하며 기업소득을 가계로 흐르게 해 가계소득을 증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정책은 대기업·고소득층의 소득이 늘어나면 결국에는 중소기업·저소득층에게도 혜택을 가져온다는 낙수효과(트리클다운) 이론에 바탕을 둔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과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실효성 논란은 낳았지만 ‘가계소득 증대 세제 3종 패키지’를 내놓았고, 최저임금 인상 필요성까지 강조했기 때문에 최경환 경제팀의 소득 불균형 해소에 대한 의지는 상당히 굳건해 보였다. 최 부총리 역시 “임금이 올라야 경제가 돈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소득 불평등 해소 의지는 담기지 않았다. 소득세율 인상 등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안은 전혀 검토되지 않은 채로 세법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삼성·현대차 등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는 재벌 대기업을 겨냥한 법인세 증세도 전혀 검토되지 않았다. 최 부총리는 야당의 법인세 인상 요구에 소비세(부가가치세)인상으로 성장률이 급락한 일본의 예를 들며, “세금 올리면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2014년 10월 2일 관훈토론에서 최경환 부총리는 “우리경제가 4/4분기부터는 본격적으로 1% 성장을 이어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에는 7월 새 경제팀이 출범한 후 추진한 부동산 경기 부양책과 확대재정 등 정책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 한국경제는 위기상황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추경에 버금가는 ‘41조 원+α'의 확대 재정 패키지를 동원했지만 4/4분기 경제 성적표는 0.8%(KID추정)성장에 그쳤다. 최 경제부총리는 10월 관훈토론 당시 “너무 작거나 늦게 대응해 소극성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과감하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경기가 확실하게 회복될 때까지 거시정책을 확장적으로 운용하겠다”고 말했다. 성장률이 지난 1·4분기 0.9%에서 2·4분기 세월호 여파로 0.5% 성장하는 데 그쳤지만, 확대 재정정책의 효과로 4·4분기부터 본격적인 성장 경로로 돌아갈 것이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두 달여 만에 그의 말은 바뀌었다. 최 경제부총리는 12월 10일 한 방송사 주최 포럼에서 “애초 내년 경제성장률은 경상 6.1%, 실질 4%로 전망했지만 최근 대내외 여건 변화로 볼 때 다소간 하방 리스크가 생기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2015년 성장률 전망치의 하향 조정을 시사한 것이다. 2015년의 한국경제는 더 큰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현재 세계경제와 국내 경제 모두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유로존이 여전히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는 상황에 한국 최대 교역국인 중국도 성장세가 급속히 둔화되고 있다. 일본도 지금까지 1,200조 원에 가까운 돈을 풀었지만,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유일하게 미국의 성장세마저도 한국경제에 이점보다는 위험요인이 더 크다. 이에 따라 2015년 상반기 경제가 3% 초반 성장에 그칠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KDI는 “세계경제 성장세가 예상만큼 성장하지 않을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만일 세계경제 성장률이 올해(3.3%)와 비슷한 수준에 머무른다면 한국 경제의 성장률도 3% 초반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길잃은 초이노믹스, 대기업 위주정책을 내밀다

가계 소득을 진작시켜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최경환 부총리가 정규직 정리해고 요건 완화 정책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최경한 부총리는 지난 11월 기재부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정규직은 과보호하고 비정규직은 덜 보호하고 있는 것 같다”며 “균형을 이루는 노동시장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최 부총리가 자신이 내놓은 경제정책의 패착을 기업프랜들리로 급선회해 모면하려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자료에 의하면 한국 전체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2012년 기준 762조 원으로 2010년 533조 원에보다 무려 43%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해당했다. 특히 기업경영성과 평가 사이트가 공개한 자료로는 지난 5년간 국내 10대 그룹 80여개의 상장사는 매년 60조 원씩 사내유보금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한국은행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상승률은 지난 5년간 평균 실질임금 상승률은 0.5%에 머물렀으며 올해 2분기에는 0.2%로 바닥을 기었다. 대기업이 자본을 늘리는 사이 노동자들은 이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한 셈이다. 한국고용노사관계 학회가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정부 연구용역 보고서에는 우리나라의 평균 근속연수는 5.1년으로 OECD회원국 최하위권, ‘초단기근속’ 국가로 분류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노동시간 대비 임금수준도 낮았다. 연간 노동시간은 2012년 기준으로 2,092시간을 기록해 회원국 중 3위에 해당했지만, 연간 임금총액은 2011년 기준 2만 9053불로 22위에 자리했다. 이에 정의당 심상정 원내 대표는 “최경환 부총리의 발언은 경제정책이 실패할 때 노동자 책임론을 들고 나오는 보수정권의 전형적인 프레임”이라며 “정리해고 요건을 완화하겠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최경환 부총리가 야심차게 준비했던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안은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의 일부 의원의 반대로 국회에서 법률안이 부결되었다. 특히,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반대를 했으며, 당내 공무원연금 개혁 태스크포스(TF)를 이끌고 있는 이한구 의원도 반대를 했다. 최경한 부총리가 준비한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은 가업상속공제의 적용 대상을 늘리고 사후 관리요건은 완화하는 법이며, 현행 매출 3천억 원 이하 기업에서 5천억 원 이하 기업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김관영 의원은 “정부안에 따르면, 새로 적용대상으로 편입된 276개의 기업이 기업당 최대 약 250억 원, 모두 합하면 최대 약 6조 원 상당의 세금을 면제 받게 된다”며 “상속세를 정상적으로 내는 기업은 대한민국 전체 51만 7091개 법인 중에서 대기업을 포함해서 단 714개뿐이다”라고 말하며 부결을 주도했다. 






부의 논리, 결론은 서민의 증세

초이노믹스의 회의적인 시작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박근혜 정부는 세수 부족에 대한 다양한 증세방안을 만들고 있다. 1인 가구에 세금을 매긴다는 이른바 싱글세가 해프닝으로 일단락되자마자 담뱃값 인상이 본격적으로 논의 되었고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담뱃값을 갑당 2,000원을 인상한 법안은 담배에 붙는 세금 중 개별소비세가 신설되었고, 담배소비세 약 400원, 지방교육세 약 120원, 흡연자 대책을 위한 국민건강증진부담금도 500원 인상되어 반영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금연대책으로 담뱃값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으나 초보적인 금연대책인 담뱃값 흡연경고 그림 등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이에 국내 최대 흡연자 커뮤니티인 아이러브스모킹의 관계자는 “새누리당은 말할 것도 없고 새정치민주연합도 ‘서민증세’라는 말로 서민들을 현혹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비판했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지난 12월 3일 ‘담뱃값 인상의 더러운 진실 10가지’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어 “담뱃값 인상으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공약은 거짓말로 드러났다”며 “담뱃값 인상으로 흡연자 약 1천만 명의 비소비지출이 늘어나 서민소비는 감소하고 물가상승으로 빈부격차가 심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납세자연맹은 “내년 공무원연금 적자 예상액이 담뱃값 인상으로 거둬들이는 2조 8천억 원과 비슷한 2조 9133억 원이라는 점을 들어 ”가난한 일반 국민의 담뱃세를 올려 공무원연금 적자를 메우면 거의 들어맞는 수치“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의 증세는 담뱃값인상에만 그치지 않을 예정이다. 최근에는 복권세, 카지노세까지 등장했다. 정부와 기조를 같이 하는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지방세법 개정안)의 골자는 그동안 사행산업 중 비과세 대상이었던 업종을 대상으로 수익의 일정 부분을 과세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증세가 아니라 비과세 감면 혜택을 없앤 것이지만, 단기적인 세금 긁어모으기 정책의 일환이라는 지적은 피할 수가 없다.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으로 서민들의 삶은 점점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해 가계부채는 1,000조 원을 넘어섰고 무엇보다 2년 전 빚이 없던 가구 중에 30%는 빚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금융 복지조사로 본 가구의 동태적 변화 분석’을 보면 2012년 부채 없는 가구 중 2014년에도 부채가 없는 비율은 70.0%, 부채가 발생한 비율은 30.0%였다. 사회 양극화도 계속 심화되어 소득 계층이동이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분위로 보면 2011년 소득분위가 2013년에도 유지된 비율은 1분위와 5분위에서 각각 75.9%, 71.2%로 다른 분위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이는 다른 계층에 비해 최저소득층과 최고소득층의 계층이동이 활발하지 못하다는 의미를 뜻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증세 없는 복지’를 슬로건을 내세우며 국정은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기 3년째를 맞이한 시점에서 박근혜정부는 과세대상을 찾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부익부 빈익빈의 사회구조가 갖춰진 한국사회에서 정부의 정책마저 부를 쫓는다면 더 이상 서민이 있을 자리는 대한민국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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