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초등학교 통폐합 위기감 고조
우리나라 최초의 초등학교 통폐합 위기감 고조
  • 박경보 기자
  • 승인 2015.01.0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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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안 태어나고 인구는 시 외곽으로 이전
[이슈메이커=박경보 기자]




우리나라 최초의 초등학교 통폐합 위기감 고조


아이는 안 태어나고 인구는 시 외곽으로 이전   





서울 도심 한 가운데 종로구 지역은 근현대사를 통틀어 학군이 가장 좋은 지역이었다. 우리나라 근대교육의 발생지가 바로 이곳이다. 명문학교로의 진학을 위해 지방 재력가의 자제들은 전입을 수시로 시도했고, 언제나 어린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학생들이 시 외곽의 주거지역으로 빠져나가고 출산율이 급감함에 따라 이 지역 초등학교들은 신입생을 모집하기조차 쉽지 않다. 교육당국으로부터 통폐합 소문까지 돌고 있는 실정이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초등학교들의 위기


우리나라 최초의 초등학교인 서울 교동초등학교와 재동초등학교가 통폐합 위기에 몰렸다. 도심 공동화로 급감하던 신입생과 재학생 수가 크게 떨어진 탓이다. 올해 전국 평균 초등학교의 입학생 수는 77명이었지만, 교동초등학교의 지난해 신입생 수는 불과 21명. 서울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교동 초등학교의 현재 학생 수는 일반 6학급, 특수 1학급을 통틀어 117명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통폐합 대상 기준인 전교생 200명을 훨씬 밑도는 수치다. 교동초 보다 1년 늦게 개교한 인근의 재동초등학교의 지난해 신입생 수도 40명으로 사정은 비슷하다. 이 지역에서 재동초등학교와 역사를 함께하고 있는 매동초등학교 역시 한 학년에 한 학급 체제로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교동초 통폐합설의 진원지는 감사원이었다. 감사원은 재작년 6월 초 서울을 포함한 전국 소규모 학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였다. 학생 수와 학생 1인당 교사수, 교육비, 학교 면적, 교육재정 현황 등을 토대로 감사원 직원들이 직접 학교를 방문한 바 있다.

  설립된 지 올해로 121년째를 맞은 교동초등학교는 지난 1894년 ‘관립교동왕실학교’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초등교육기관이다. 윤보선 전 대통령, 소설가 심훈, 동요작곡가 윤극영 등의 모교로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 정치·경제·문화·예술 등 사회 전 분야에 수많은 역사적 인물을 배출한 유서 깊은 학교로 1970년대에는 5,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저출산으로 인한 학생인구 감소와 도심 공동화가 가속화되면서 초미니 학교가 됐다. 교동초와 더불어 재동초등학교의 경우는 개교 이래 신학문과 신문화의 보급·창달에 힘써 오면서 일제강점기 후로는 3·1독립운동 및 6·10만세운동 등 항일운동에 참여한 인사들이 많았던 학교이기도 하다. 매동초등학교 또한 재동초의 역사의 맥을 함께하고 있는 중이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이들 초등학교 삼인방에게 왜 통폐합 위기가 몰아닥친 것 일까.  


 

이들의 위기는 인구공동화와 저출산부터 시작


  이들 초등학교들이 위치한 서울 종로구 일대는 10년 전만 하더라도 인구밀집지역에 속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학생인구들도 많아지다보니 초·중·고를 비롯한 학교를 비롯해 학원가까지 형성되기도 했던 대한민국 교육 1번지였다. 그러나 시대가 차츰 흐르면서 이곳엔 주거인구가 적어지고 대신 상업지역이 발달하게 됐다. 유동인구만 많을 뿐 이곳에 살던 사람들은 시 외곽으로 이사하는 것을 택했다. 작년 3분기 기준으로 종로구의 주민등록인구는 16만 6,200명으로 서울 자치구 중 최저 2위에 해당한다. 1위는 13만 6,773명의 중구다. 가뜩이나 거주인구도 적은데 저출산으로 인한 학생인구 감소는 더욱 심각하다. 이 지역에서는 아기울음소리나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를 듣기 어려운 형편이다. 나이 지긋한 노인들이 동네를 산책하는 광경만 눈에 들어온다. 지난해 전국에서 가장 낮은 출산률을 기록한 서울시의 합계출산률(여자 한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은 0.969명. 전국 평균의 1.187명보다 훨씬 못 미친다. 서울시 안에서도 가장 출산율이 적은 구가 바로 이들 초등학교가 위치하고 있는 종로구다. 종로구의 출산율은 0.729명으로 서울시에서 가장 낮았고, 관악구와 강남구가 그 뒤를 이었다. 


교동초등학교 통폐합 찬반논란 과열


이런 탓에 교동초는 폐교위기를 지속적으로 겪어왔다. 앞에서 언급한 감사원을 비롯해 지자체 당국에서의 압박도 가속되고 있다. 종로구에서 학교를 폐교하거나 학교 부지에 주차장과 전통복합문화시설을 건립하자고 서울시교육청에 제안했던 바 있다. 초등학교 부지를 주차장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 당국의 주된 요지다. 이러한 움직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교동초 학부모와 동문회 이름으로 ‘우리나라 초등교육 발상지 서울 교동초 통폐합 반대 및 존속보존 청원’이란 온라인 청원이 진행 중이다. 소규모학교 통폐합은 교원단체에서도 정치성향을 불문하고 반대하는 사안이다. 


  아고라에 글은 올린 한 누리꾼은 “감사원은 단순한 효율성 측면을 들어 교동초와 재동초의 통합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는데 ‘소규모 학교 만들기 프로젝트’를 모토로 하는 서울시 교육청과 서울시 교육감의 서울교육 정책 방향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교총과 서울 교총에서도 “학교 통폐합의 근거로 든 ‘학생 수 감소’에 대해서 대도시 적정학교의 규모 기준을 한 학년에 6학급씩 총 36학급 정도로 삼는 것은 과거식 행정 편의적, 경제적 접근”이라며 학급당 학생수를 OECD 국가 평균인 21.4명으로 낮춰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학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당사자인 교동초의 학부모들도 학교 통폐합 반대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교동초의 한 학부모는 “과대·과밀화로 학생의 질 높은 교육이 어려운데 오히려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며 소규모 학교를 통해 교육환경 개선의 효과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통폐합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소규모 학교라서 학생들의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는 의견은 교육 현장을 모르는 비논리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초등교육의 발상지를 역사적인 측면에서라도 보존해야한다는 입장도 있다. 다음 아고라 청원에 교동초등학교 통폐합 반대의 글을 올린 한 누리꾼은 교동왕실학교(교동초등학교)는 우리나라 고종황제의 명으로 황실의 자녀들에게 신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개교한 우리나라 최초의 초등학교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히며 유·무형의 근대문화유산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으므로 지금처럼 보존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같으면서 다른 40년 전과 현재  


서울 중심부에 위치한 학교들의 재학생 감소에 대한 고민은 비단 초등학교 뿐만이 아니라 고등학교들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70년대에는 종로구 인근에 몰려 있던 명문 학교들이 강남으로 강제 이전했다. 당시 정부는 포화된 강북 지역의 인구를 분산하고 북한과의 군사적 충돌을 의식해 강남 개발에 착수했다. 그러나 시민들이 이전을 꺼리자 경기고, 휘문고, 서울고, 경기여고 등의 명문 학교들을 강제적으로 강남으로 이전시켰다. 서울시 내무국장 출신으로 강남 개발을 주도했던 손정목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는 “명문고를 옮겨 좋은 학군을 만들면 시민들의 이전이 원활해질 것으로 봤다”고 전한 바 있다.


  그렇다면 40년이 지난 현재는 어떨까. 종로구에 위치한 초등학교들이 통폐합을 시도하고 있고, 고등학교들은 40년 전과 같이 다른 곳으로 이전을 감행하고 있다. 그러나 예전과는 그 이유가 확연하게 달라보인다. 입학생 수가 점차적으로 대폭 줄면서 이번엔 학교 스스로 학생을 찾아 자발적인 이주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945년 개교한 종로구의 풍문여고는 강남 세곡지구로 이전할 예정이다. 연극인 손숙과 국회의원 김을동 등을 배출한 풍문여고는 올 초 서울시가 학교 부지를 700억 원에 사들여 공예문화박물관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풍문여고 이외에도 계성여고와 대신고가 학교이전을 준비 중이다. 역사가 오랜 서울의 전통 명문 학교들이 도심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울시의회는 아예 도심학교의 외곽 이전을 돕는 조례안까지 발의했다. 서울시의회의원들은 지난 2013년 ‘서울특별시 도시계획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공동 발의했다. 학생 수 감소와 시설 노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구 도심 지역의 학교를 외곽의 대규모 택지 개발 지역으로 이전하고, 학교 부지를 쉽게 매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된 골자다. 




  서울시의회는 조례 개정안을 추진하며 “구 도심에 위치한 일부 사립 고등학교는 지은 지 50여 년이 넘은 노후 건물을 그대로 쓰고 있는데다 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학군 내에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는 반면 시 외곽의 택지 개발 및 재개발 지역에서는 학교 신설이 요구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의 전체적인 고등학생 수는 출산율 감소 및 노령화로 계속해서 줄고 있어 오는 2030년에는 2008년 대비 36%나 감소할 것으로 전망돼 무턱대고 서울시 관내 학교를 신설할 수도 없다는 것이 시의회의 설명이다. 


  이들 학교에 대한 통폐합과 이전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 중심부 학교들은 관리 효율성이냐 교육환경과 역사적 가치냐에 대한 운명의 갈림길에 섰다. 과연 이들이 우리나라 교육 역사에서 어떠한 위치로 남게 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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