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대체복무 없는 병역법, 헌법불일치 판정 받다
[이슈메이커] 대체복무 없는 병역법, 헌법불일치 판정 받다
  • 박지훈 기자
  • 승인 2018.09.04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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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지훈 기자]

대체복무 없는 병역법, 헌법불일치 판정 받다

기간과 강도 높인 방안이 악용 사례 막을 수 있다

 

ⓒ국제엠네스티
ⓒ국제엠네스티

 

7월 28일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를 마련하지 않은 현행 병역법에 대해 헌법불일치 결정을 내린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법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유죄 판결이 나왔다. ‘반역자’로 눈총을 받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에 대한 여론과 검토 중인 방안, 병역거부로 징역형을 받은 시민의 이야기를 담아보았다.

 

남북대결이라는 특수성, 대한민국을 예외로 만들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국가가 부과한 병역의 의무를 종교·신념에 따라 거부하는 것을 말한다. 서구사회에선 고대 이래 양심적 병역거부를 용인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세계대전으로 국민 총력전 시대가 열린 이후 국가적으로 인정받은 양심적 병역거부는 미국의 케이스가 대표적이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미국에선 3,450만 명의 징병대상자 중 7만여 명이 양심적 병역거부의 입장을 밝혔다. 이 중 2만 5천 명은 비전투병으로 복무했고 2만 7천 명은 신체검사 결과에 따라 군복무 면제 판결을 받으며 만 2천 명은 대체복무 기회를 얻었다. 물론 6천 명은 대체복무조차 거부해 감옥에 수감되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종식된 지 70여 년이 흐름 지금, 한국에선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도가 확립돼 있지 못하다. 대체복무 정원이 매우 적고 이마저도 본격적인 복무 전 훈련소에서 집총훈련을 받기 때문에 집총 자체를 거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선택지가 되지 못했다. 그 결과, 1950년 이후 지금까지 양심적 병역거부로 법적 처벌을 받은 이들은 1만 9천여 명이 됐다.

 

그동안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정되지 않았던 이유에는 ‘남북대치의 특수한 안보상황’, ‘병역의무자와의 형평성 문제’, ‘양심을 가장한 병역기피 악용 우려’ 등이 요인이 있었다. 2016년 국제엠네스티가 의뢰하고 한국갤럽이 진행한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여론조사의 결과, 전체 응답자 중 72%가 거부감을 밝힌 것처럼 한국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국민적 시선을 좋지 못하다.

 

선진국 반열에 오른 국가 중에 징병제 국가를 찾기도 어렵지만, 선진국의 하나인 한국이 이들을 위한 대체복무제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비판도 거센 상황이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대한민국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양심적 병역거부권의 인정과 대체복무제의 도입을 권고하고 있다. 2015년 11월 유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위원회는 대한민국의 유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대한 국제규약> 이행상황에 대한 제4차 최종견해에서 ‘수감된 모든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즉각적인 석방’,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형사 전과 삭제 및 적절한 배상’, ‘양심적 병역거부권의 법적 인정 및 민간 성격의 대체복무제 도입’ 등을 권고했다.

 

“우리들은 2배 힘들고 오래 일할 각오가 돼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7월, 현행 병역법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 방안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들어 헌법불일치 판정을 내렸고, 국방부는 이에 응답해 올해 안에 합리적인 대체복무안을 만들겠다고 응답했다.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72%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지만, 역시 응답자의 70%는 대체복무제 도입에는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 역시 대체복무제를 마련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이에 헌재의 판결과 국방부의 약속이 더해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구체적인 대체복무안을 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대체 복무가 어떤 형태로 얼마나 오랜 기간 근무하는 것으로 마련될지 논란이 있다.

 

국방부는 현역 기피 수단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악용하는 사례를 차단하기 위해 대체복무가 현역보다 훨씬 어렵고 힘들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보통 기간은 형평성을 중시해 현역 복무기간의 1.5배 혹은 2배 안이 거론된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대체복무가 아닌 ‘징벌적’ 복무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양심적 병역거부로 징역형을 지낸 김 씨(서울, 32세)는 이슈메이커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분들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현역보다 덜 힘든 대체복무제를 원한다고 알고 계시는데, 실제 우리들은 더 오래 근무하고 더 힘든 복무제도가 나오더라도 환영하는 입장입니다”라며 “여호와의증인 신도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하고 징역을 살다 나오면, 그래도 교인의 인도로 일자리를 얻을 수 있지만, 공적인 분야에서 일하길 원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과거 이력으로 임용이 취소되는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라고 호소했다.

 

현재 재판 대기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자 수는 900여 명에 달한다. 대체복무제가 마련이 올해를 넘기게 된다면 얼마나 더 많은 판결이 있을지 알 수 없다. 물론 대체복무제 확립된다면, 양심적 병역거부 의지를 엄격하게 심사하는 수단도 심도 있게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 씨는 “복무 기간과 강도를 배 이상으로 한다면, 허수자들이 대체복무를 하기 위해 접근하지 않을 것입니다. 좋은 방안이 나와 시민들과 양심적 병역거부자간 오해가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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