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논객(論客), 보수와 진보 모두에게 칼을 겨누다
[단독 인터뷰]논객(論客), 보수와 진보 모두에게 칼을 겨누다
  • 조재휘 기자
  • 승인 2014.12.23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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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 ‘신군주론’ 펴낸 전원책 변호사
[이슈메이커=조재휘 기자]

[Power Interview] 전원책 변호사




논객(論客), 보수와 진보 모두에게 칼을 겨누다


새 책 ‘신군주론’ 펴낸 전원책 변호사






대한민국 대표 보수주의 논객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는 전원책 변호사. 그가 한국 정치의 현실을 진단하고 분석한 새 책 ‘전원책의 신군주론(이하 신군주론)’을 내놨다. ‘신군주론’은 전작 ‘자유의 적들’ ‘진실의 적들’에 이어 한국 정치 현실에 대한 날카롭고 도발적인 문제제기를 담고 있다. 새 책의 출판기념회를 이틀 앞둔 11월 27일, 전원책 변호사를 만나기 위해 서초동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새 책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책에 대한 반응이 어떻습니까?


이제 한 3000부 나갔나…. 책 나온 지 이제 한 달이 채 안된 거 같아요. 근데 제 책은 딱 정해져 있어요. 딱 2만부 나가는 걸로. ‘진실의 적들’, ‘바다도 비에 젖는다’ 같은 책은 합쳐서 2만부고, 자유의 적들도 2만부 나갔어요. ‘자유의 적’들 같은 거는 스테디셀러로 꾸준히 나가고 있긴 합니다.




그런데 책 제목이 왜 ‘신군주론’입니까?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관계가 있나요?


마키아벨리가 쓴 ‘군주론’의 형식을 빌려 썼거든요. ‘신군주론’은 1부와 2부에서는 정치인의 덕목이라든가 우리가 알고 있는 민주주의가 왜 허구인지를 말했어요. 그리고 3부하고 4부에서는 이 땅의 보수와 진보, 그리고 보수주의와 진보주의가 왜 엉터리인지에 대해서 조목조목 썼습니다.




전작들이 ‘자유의 적들’, ‘진실의 적들’이어서 이번 책도 ‘~의 적들’연작 중 일부 일줄 알았는데요.


‘신군주론’은 원래 ‘자유의 적들’하고 ‘진실의 적들’ 에서 ‘시민의 적들’로 넘어가는 사이에 내놓는 책입니다. ‘자유의 적들’, ‘진실의 적들’, ‘시민의 적들’ 이 세 책이 3부작인 거죠.

‘신군주론’은 한 마디로 ‘쉬운 시민의 적들’이에요. 이 책은 지금 이 우리 정치가 왜 이렇게 엉망인지, 우리 민주주의가 왜 후진적 형태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는지를 직설적으로 적은 책이고, ‘시민의 적’들은 그걸 학문적으로 정리한 책입니다.




그럼 ‘시민의 적들’은 언제 내놓을 생각이신지?


지금 한 삼분의 일정도 썼는데 진도가 잘 안 나가네요. ‘시민의 적들’은 앞의 책들과는 다르게 각주가 많이 붙어있어요. 그래서 상당히 시간이 듭니다.  단순한 브리프가 아니고 논문형식이다보니 가독성도 떨어질 거 같고, 독자들이 좋아할 책은 아닌 거 같아요. 근데 제가 지금까지 하고 싶던 얘기를 총체적으로 정리한 게 ‘시민의 적’입니다. 이거를 쓰고 나면, 내가 내 자신에게 했던 약속에서 해방이 되는 거죠.




애초에 3부작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었습니까?


우리가 흔히 진리라고 믿고 있는 것, 정의라고 믿고 있는 것이 사실은 진리도 정의도 아닐 수 있다는 것. 거기서 시작했습니다, 니체가 “진리는 없다”고 했잖아요. 진리는 없다는 말은 뭔가 하면 어떤 틀에 매여 있다는 거예요.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거죠. 

  가령 결혼제도를 봅시다. 요새는 그나마 덜하지만 예전만해도 결혼은 당연한 걸로 생각했죠. 하지만 장 자크 루소의 ‘인간불평등 기원론’을 보세요. 결혼제도를 비롯해서 법과 정의라고 하는 것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잘 보여 주잖아요? 심지어는 사랑이라는 감정도 여자들이 남자들을 교묘하게 지배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이에 훨씬 앞선 고대 그리스의 소피스트들도 ‘정의는 강자의 권리’라고 말했죠.




회의주의자의 면모가 강하신 것 같습니다.


오늘날 이 현대 문명을 만든 건 사실 회의론자들입니다. 제가 이번 ‘신군주론’ 제일 앞에도 그렇게 적었습니다. ‘인류의 문명을 만든 사람은 회의론자들’이라고. 그리고 회의주의의 태두는 데카르트죠. 데카르트의 저 유명한 명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눈앞에 보이는 것 이외에 모든 것을 의심한 끝에 내려진 결론입니다. 그리고 이게 니체에게 가면 ‘진리는 없다’가 되죠. 우리가 알고 있는 사물에 대한 고정관념 그걸 바꿔야 됩니다. 




모든 것을 의심하고 회의해야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내가 ‘진실의 적들’에서 이런 내용을 쓴 적이 있어요. 우리는 늘 정의롭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은 전부 엉터리고 거짓인 것이 세 개가 있다고. 그 하나가 텔레비전이고 하나가 교회, 마지막 하나가 법정입니다. 

  사실 이 세 곳은 우리가 늘 정의로 생각하고 진실로 믿고 있는 곳이죠. 일례로 텔레비전에서 영상으로 딱 보여주면 ‘아, 저것이 진짜구나’하며 확실히 믿어버린단 말이에요. 그 이면, 배후, 감춰진 부분, 찍었지만 안 보여주는 부분, 편집된 부분. 이런 부분은 전혀 생각을 안 한단 말이에요. 얼마든지 사실 관계를 왜곡시킬 수 있는 곳이 텔레비전이란 말이에요. 말도 안 되는 것을 강요하는 것은 교회도, 법정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 세 곳이 이럴 진데, 나머지는 말할 필요가 있을까요? 전부 다 거짓말투성이라고 봐도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진실을 구분해 낼 수 있을까요?


진실은 엉성하고 거짓은 구체적이기 마련입니다. 거짓이 더 구체적이고 정교해요. 그러니까 거짓말을 믿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거짓말은 상대를 믿게 하기 위해 굉장히 구체적으로 만들어요. 안 그러면 안 믿을 테니까. 근데 진실을 얘기하려고 하면 기억이 가물거리는 부분도 있고 앞뒤가 안 맞기도 하고 삐걱거리기도 합니다. 사람의 기억력이란 원래 완전하지가 않으니까요. 그리고 사람이 가진 가치판단의 잣대가 백퍼센트 옳지 않을 수도 있죠. 그러니까 진실은 엉성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진실과 거짓의 특징을 반대로 알고 있죠.




얼마 전 라디오에서 “우리가 신문이나 티비를 보고 정치를 감시하고 있다고 믿는 것은 착각”이라고 말씀하신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헌법 1조에 보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이 갖고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렇게 되어 있죠? 그런데 우리가 주권을 행사하는 게 언제입니까? 아주 가끔 있죠. 선거할 때. 그것도 내가 원하는 사람에게 투표하는 것도 아니고, 주어진 선택지 안에 하나를 고릅니다. 선택지가 주어지는 건 국회의원 선거든 대통령 선거든 마찬가지죠.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자기가 뽑은 국회의원, 대통령의 정책도 모른다는 겁니다. 주로 언론을 통해서 ‘우리가 충분히 정치를 감시하고 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하고 있고, 이게 민주주의다’라고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거든요. 정치판에 있는 정치인들이정말 현인들이고 자기의 이념과 정책에 맞추어서 정치를 하고, 국민들에게 정책을 제시하고 하면 TV와 신문을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정치를 감시하는 게 맞아요.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사실 ‘국민이 어떻게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는 민주주의의 가장 큰 딜레마인데,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민주주의가 성숙해야죠. 그 외에는 방법이 없어요. 민주주의가 성숙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정치가 바로서야 합니다. 정치가 바로 서기 위해선 ‘헤쳐모여’가 필요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국회의원들이 자기는 진보니 보수니 하는데 실제로 자신의 이념을 알고 있는 사람은 20∼30 % 정도일 겁니다. 자신의 이념을 모른다는 건, 정치철학이 없다는 거고 그건 건달이라는 뜻입니다. ‘신군주론’에도 적었지만 제가 봤을 때 정치인은 딱 세 종류 밖에 없어요. ‘무지한 자’, ‘천박한 자’, ‘무지하면서 천박한 자’ … 그 중에서도 무지한 자가 제일 많죠. 재선 이상 국회의원들 중에 그나마 존경할 만한 사람을 찾자고 명부를 뒤져봐도 20명이 채 안 되더군요. 통탄할 일입니다.




무상복지 논쟁이 한창입니다만


얼마 전 무상복지와 관련된 TV토론에 패널로 나갔는데 모 교수가 보편적 복지와 소득 재분배가 잘 이뤄지는 나라로 아프리카의 모리셔스를 예로 들더라구요. 당시 전 모리셔스에 대해 아프리카 동쪽 끝 섬나라라는 것 밖에 몰라서 가만히 있었죠. 녹화가 끝나고 검색했더니 인구 120만에 국민소득 9000불하는 나라더군요. 기가 찼습니다. 그런 나라를 예를 들어 일반화하는 건 절대로 해선 안 되는 겁니다. 청와대든 국회든 복지 타령하는 사람들이 흔히 스웨덴을 논하는데 우리나라와는 맞지 않는 얘기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무상복지 하느라 국가부채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식으로 가면 국가 채무는 박 대통령 임기 말쯤에는 600조원에 이르게 됩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외국 자본은 썰물처럼 빠져 나갈 거고요. 이대로 가면 앞으로 우리나라 신용등급은 D, 투기등급이 될 겁니다. 빚내서 복지하는 건 아주 어리석은 겁니다. 정신병자나 할 짓이죠. 그런대도 무상복지를 확대하겠다는 건 다음 세대가 아닌 다음 선거만 생각해서 그러는 겁니다. 정치인은 미래를 생각하고 정상배는 다음 선거만 생각하는 겁니다. 결국 다 정상배, 정치꾼이라는 거죠.




조금 가벼운 얘기로 넘어 가보죠. 2007년 KBS에서 군필자에게 공무원 임용 등에서 가산점을 줘야 한다고 열변을 토해 뉴스의 인물로 부상하셨죠? 당시 ‘전거성’이라는 애칭까지 얻으시고 지금도 팬클럽 회원 수가 상당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때부터 유명세를 탄 건 사실이지만 2003년경부터 토론에는 꾸준히 참여했죠. 지금까지 TV 토론회에만 대략 150회 이상 패널로 참여한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어젠다를 공부하고 소화하게 됐겠지요. 

  흔히들 보수와 진보의 논객들이 진영 논리에 빠진다고 하는데 이건 토론의 목적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토론은 합의점을 찾고 올바른 방향을 도출하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요즘 시사토론은 이기고 보자는 식이예요. 그러다 보니 자기 진영의 얘기를 좀 더 그럴싸하게 포장해서 상품으로 내놓기에 급급합니다.




진보에 비해 ‘보수논객’이라할 만한 사람이 변호사님 말고는 거의 없습니다. 후학을 양성하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진보 논객은 뭐 제대로 된 논객이 있습니까. 보수 쪽도 요즘은 공부를 많이 하고 있으니까 후학들은 자꾸 나아지고 있어요. 예전에는 공부도 안하고 그래서 내가 싫은 소리도 많이 했죠.보수든 진보든 정치철학은 물론 정책학이라든가 현실에 관해서도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저의 방송 출연 원칙은 ‘제가 모르는 주제, 학습이 안 된 토론에는 나가지 않는 것’입니다. 불리한 토론에는 응해도 공부하지 않는 토론은 사양합니다. 의제를 잘 모르는 사람이 토론에 나가는 건 시청자에 대한 모독이니까요. 





전원책 변호사는 시종일관 단호하고 흔들림 없는 어투로 얘기했다. TV토론에 패널로 나선 그의 모습은 비타협적인 논쟁가이자, 상대를 가차 없이 몰아붙이는 공격수이기도 하다. 실제로 마주한 그의 얼굴은 생각보다 세월의 더께가 내려앉은 모습이었지만 눈빛은 TV화면에서 볼 때보다 더욱 날카로워 보였다. 방송국 스튜디오가 아닌 자신의 사무실이라서 일까? 그가 던지는 어휘들은 방송에서보다 훨씬 과격했고 때론 섬뜩한 비유와 논리가 동원됐다. 그래서인지 ‘오프 더 레코드’를 요구하는 부분도 많았다. 2시간 가까이 이어진 인터뷰 내내 그가 직설적이지만 정확한 논거를 들어가며 비판 한 건 보수진영도, 진보 진영도 아닌 한국정치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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