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Issue] 은밀하게, 교묘하게. 변종된 대한민국 성매매문화
[Society Issue] 은밀하게, 교묘하게. 변종된 대한민국 성매매문화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4.11.24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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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만 존재한 특별법, 그 허울을 벗기다
[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Society Issue] 성매매 특별법, 그 후 10년




은밀하게, 교묘하게. 변종된 대한민국 성매매문화


껍데기만 존재한 특별법, 그 허울을 벗기다



지난 2004년 9월 23일, 전국의 홍등가는 요동쳤다. 정부가 시행한 강도 높은 ‘성매매 특별법’이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다. 성매매 특별법은 성매매를 강요한 업주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성매매 피해여성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을 골자로 실제 법 시행 이후 전통적인 성매매 집창촌은 서서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갈 곳을 잃은 성매매 종사자들은 더 깊은 음지로 숨어들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왔다. 2014년 성매매방지 캠페인의 슬로건 '세상에는 거래할 수 없는 것이 있다'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성매매 특별법, 아직도 걸음마 단계


  성매매방지특별법(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특별법·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지난달 23일로 시행 10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최근 특별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성매매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니,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양지에서 음지로, 국내에서 해외로 성매매의 영역이 깊어지고 넓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성매매 특별법이 성매매 공급만 고려했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성을 사려는 수요는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듯 국내 단속을 피해 해외로 나가 성매매를 하는 원정 성매매의 적발 건수가 5년 사이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남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9년 128건이었던 해외성매매 검거자가 2010년 78명, 2011년 341명, 2012년 274명, 지난해 496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성매매 알선자를 적발한 건수가 7배 가까이 늘었고, 성 매수자인 남성의 적발보다 성 매도자인 여성을 적발한 건수가 4배 이상 많았다. 


  해외성매매 적발국은 일본이 61%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필리핀, 미국, 호주 순이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동남아 성매매 관광과 관련해 태국이나 베트남에서 적발된 건수가 미미한 것으로 볼 때 동남아 성 매수자에 대한 단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태국은 2009년 16건을 적발했지만 2010년 이후 전무하다. 베트남도 2009년 15건을 적발했지만 2010년부터 2013년 사이 단 1건을 적발하는 데 그쳤으며, 중국도 2009년 26건에서 2012년 2건, 2013년 5건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호주, 일본 적발 건수는 증가추세였다. 하지만 성매매 범죄자의 여권발급제한조치는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55건에 불과했다. 올해의 경우도 8월 기준 19건에 불과하다. 


  이에 박 의원은 “경찰에 따르면 해외성매매로 구속된 자의 대부분은 성매매 알선자인데, 이들의 구속률은 9%에서 5%로 절반 가까이 떨어져 ‘성매매 알선자를 강력하게 처벌하겠다’던 법 시행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해외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해외 성매매 알선자와 성 매수자에 대한 보다 강력한 처벌과 단속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제도는 아직도 걸음마 단계인 것이다.





어설픈 단속으로 인한 부작용


  성매매 특별법 시행 후, 지속된 단속에도 드러내놓고 거리 영업을 하던 서울의 세칭 ‘청량리 588’이나 경기도 파주시 ‘용주골’ 등 전국 유명 집창촌 수와 종사자는 크게 감소했다. 하지만 유흥업소를 통하거나 여관·오피스텔을 이용한 변종 업소들은 갈수록 성행하고 있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나오는, 이른바 ‘풍선효과’인 것이다. 해외성매매와는 다른 유형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 하월곡동 ‘미아리 텍사스촌’ 입구엔 ‘성매매 특별법 폐지하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호객행위를 하는 몇몇 업소 여성들이 없다면, 이 곳의 존재 자체도 알기 어려웠을 것이다. 전농동 ‘청량리 588’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한 업소 여성이 “지나다니는 사람은 있어도 손님은 별로 없다”며 “언니들은 룸살롱과 노래방으로 많이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반면 경기도 수원역 근처 매산동 일대는 성매매 업소가 늘었다. 수원시에 따르면 2005년 49개 업소에 102명이던 성매매 여성이 올해 99개 업소 200명으로 증가했다. 서울과 경기도 북부에서 단속에 밀려온 업소와 여성들이 이곳에 계속 모여들었다. 골목 깊숙이 들어간 곳에는 외국인 전용 업소도 있다. 안산 등지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주로 찾는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거리 업소 수는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하지만 독신자들이 늘면서 온갖 신종·변종 성매매는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경찰청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남윤인순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키스방 등 신종·변종 성매매 업소 단속 건수는 2010년 2,068건에서 2013년 4,706건으로 3년 새 두 배 이상이 됐다. 올해는 7월까지 3,620건이 적발됐다. 


  이렇듯 경찰이 이런 신종·변종 업소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자 성매매는 이를 피해 다른 방식을 찾고 있다. 포털에서 검색되지 않는 인터넷 카페를 차려 놓고 회원을 받아 운영하는 방식이다. 혹시 경찰이 손님으로 가장해 단속하는 것이 아닌지 파악하기 위해 다른 업소 이용 전력을 확인하기도 하고, 재직증명서를 보내라고도 한다. 이에 한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김강자 객원교수는 “성매매 특별법으로 불법이라는 사회적 인식은 확산됐으나 근절되진 않았다”며 “특히 어설픈 단속이 성매매를 더욱 음성화하는 등 부작용을 키웠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성매매 문제의 정확한 진단으로 보다 본질적·현실적인 대책 마련 필요


  최근, 길을 걷다 보면 ‘귀청소방’, ‘코스프레 귀청소방’이라는 간판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여성가족부 인권보호점검팀에서 여러 차례 귀청소방을 단속한 결과를 보면 ‘카운터 앞에 여러 대의 CCTV 모니터가 설치돼 있고, 종업원들은 20대 정도의 짧은 옷차림을 한 여성들이다. 개별 룸은 두 사람 정도가 들어가면 꽉 찰 정도의 좁은 공간에 사람이 누울 수도 있는 형태의 긴 소파가 놓여있다’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귀지 제거 행위도 의료 수가에 포함된 전형적인 의료 행위로서, 집 근처 혹은 직장 근처에 있는 이비인후과에 가면 손쉽게 몇 초 만에 귀지 제거를 받을 수 있으며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은 몇 천원이면 충분하다. 그런데 이같이 저렴하고 간편하게 귀지 제거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열 배 이상 비싼 요금을 내고 귀청소방을 찾는 이유는 무엇이며, 귀청소를 위한 영업 입구에 CCTV 모니터를 무슨 이유로 즐비하게 세워둔 것일까.


  이뿐만 아니라 인터넷 방송에서는 성 관련 콘텐츠를 사고파는 일종의 ‘유사 성매매’, 일명 ‘벗방’(벗는 방)과 같은 새로운 성매매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한 인터넷 방송 사이트의 ‘낮에도 핫한 방송’이라는 제목의 방에 들어가 보니 한낮인데도 300명 이상이 접속한다. 20대 여성 방송진행자(BJ)가 속옷이 보이는 옷차림을 하고 의자에 앉아 방송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아이템 777개를 주면 춤을 보여주겠다’라는 등의 글을 채팅 창에 올린다. 여기에서의 아이템은 개당 100원으로 이를 BJ에게 주면 수익을 BJ와 인터넷 방송 업체가 나누는 형태이다.


  밤에는 인터넷 방송 사이트마다 10개 이상의 ‘벗방’이 개설된다. 매일 대단히 많은 이들이 이런 방송을 보고 있다는 얘기다. BJ들은 손님을 잡기 위해 더 자극적인 행위를 하겠다며 경쟁한다. 신체 부위를 보여줄 때도 있다. 심지어 유흥업소 여성을 불러 수위 높은 장면을 연출하고는 이를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찍어 보여주는 ‘몰카 생중계 방송’까지 등장할 지경이다.


  이러한 현실에도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감독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측은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알지만, 인력이 모자라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라는 이야기만 반복한다. 경찰은 “인터넷 방송까지 24시간 모니터하기는 불가능하다”며 “신고가 들어오면 단속하겠지만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고 전했다. 또한, 송명훈 방송통신위원회 유해정보심의팀장은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 알선 및 행위에 대해 접속 차단, 이용해지 등의 제재를 가해 각종 성매매 사이트, SNS 계정, 동영상 사이트 등을 단속하고 있지만, 해외에 서버를 둔 경우 기술적인 문제로 단속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편 법무법인 평정의 이병길 변호사는 “성매매 특별법의 도입취지는 좋았다. 그런데 실제 법이 만들어지고 나서 사문화된 경향이 있다”며 “성매매가 성행하는 모든 곳을 단속하기 어려운 실정에서 성매매녀가 생계유지 수단 혹은 가족 부양수단으로 자신의 성을 파는 것을 국가에서 형법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성매매 특별법이 그렇게 좋은 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성매매 특별법 10년을 되돌아보는 지금, 가시적인 성과보다는 풀어야 할 거시적인 과제가 산적해 있다. 성매매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자발이냐 강제냐’는 잣대로 나뉜다. 그러나 성매매 문제의 원인을 단순히 여성에게 전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성매매 문제의 원인을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다. 올바른 인식과 제도개선이 뒷받침될 때, 보다 의미 있는 성매매 담론이 형성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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