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다시 뜨는 시사 풍자 코미디
[이슈메이커] 다시 뜨는 시사 풍자 코미디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8.09.01 2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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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다시 뜨는 시사 풍자 코미디
 
다양한 장르로 변주되는 정치 풍자
 
ⓒPixabay
ⓒPixabay

 

아이러니한 상황이나 사건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코미디의 하위 장르인 블랙코미디는 부조리한 사회를 삐딱하게 바라보며 세태를 비판하고 정치·사회적 메시지를 웃음에 담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동안 쉽사리 볼 수 없었던 풍자 개그가 최근 들어 방송과 대학로 무대를 통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한동안 보기 어렵던 풍자 개그 다시 부각
 
블랙코미디는 냉소적이며 음울하고 때로는 공포스러운 유머 감각에 기초한다. 1940년 프랑스 초현실주의 작가 앙드레 브르통이 ‘블랙 유머 선집’이라는 책을 발간하면서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해, 풍자와 패러디 등을 통해 웃음을 끌어내므로 밝고 쾌활한 웃음보다는 씁쓸한 웃음을 통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세상에 대한 삐딱한 시선을 담은 부조리한 특성 때문에 세태 비판이나 정치,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는 경우가 많다. 정치 풍자는 주로 예능프로그램을 통해서 이뤄졌는데, 1987년 KBS2 ‘쇼 비디오 쟈키-네로25시’, 1999년 첫 방송된 KBS2 ‘개그콘서트’와 tvN ‘SNL 코리아’가 정치 풍자의 무대로 활용됐다.
 
최근 한동안 보기 어렵던 풍자 개그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KBS의 대표적인 개그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코너에서 개그맨 김원효는 모니터 하나를 두고 홀로 서서 이야기하는 스탠딩 코미디 형식으로 정치 풍자 개그를 선보였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단식투쟁과 폭행사건이나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인터뷰 태도 논란을 패러디하며 정계 인사들을 풍자했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일그러진 행태를 시원하게 비판하는 시사 풍자 코미디에 대한 반응은 긍정적이다. 20대 직장인 A씨는 “지상파 방송에서 블랙코미디를 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 의식 수준과 방송의 자율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라 즐겁게 감상하는 편이다”며 “풍자개그가 권력자는 물론 스스로의 행동을 뒤돌아볼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한다”고 했다.
 
최근 코미디 전용 극장의 증가로 스탠드업 코미디가 늘어나면서 대학로에서도 ‘입담’을 갖춘 개그맨들이 블랙코미디를 선보이기도 한다. 방송인?유병재는?본격?스탠드업?코미디를?표방한?‘블랙?코미디’를?선보이며?특유의?냉소적이고?비판적인?언변으로?많은?화제를?이끌어?내기도 했다. 박성준 문화평론가는 “과거만 해도 정치적,?사회적?이유로?표현의?자유가 제한되어 풍자 개그를 하던 연예인들이?제재를?당하기도 했지만, 시대의 변화 흐름과 다양한?주제를 두고 이야기할 수 있는 스탠드업 코미디의 특성이 결합돼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풍자의 칼날과 재미 두 마리 토끼 잡아야
 
최근에는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난 시사프로그램이 B급 유머를 더해 정치 풍자 개그를 펼치기도 한다. 그동안의 정통 시사프로그램은 시사에 능통한 진행자와 전문가가 토론을 펼치는 형식이었지만, 선정적이거나 민감한 현안을 다루지 않으면 시청률을 올리기 쉽지 않았다. 이로 인해 신랄한 풍자를 통해 무거운 정치 이슈를 가벼운 대화 소재로 바꾸는 방송 포맷이 늘어나고 있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종합편성채널이 저마다 시사예능 프로그램을 방영 중이다. 특히 2013년 예능 요소를 강화한 JTBC ‘썰전’이 인기를 끌면서 시사프로그램 제작 방향은 예능 쪽으로 더 기울었다. 영화 ‘더 킹’, ‘내부자들’, ‘살인자들’과 같이 풍자와 블랙 코미디를 통해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신랄하면서도 유쾌하게 고발하려는 시도도 늘어나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풍자의 대상이 노골적이고 비난 수위도 높아 불편한 시각을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다. 프리랜서 디자이너 B씨는 “특정 세력들만 비판하는 일방적인 ‘독설’에 마음 편하게 웃기만 할 수는 없게 된다”며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수준이 많이 높아졌는데 그저 일순간의 환호성만을 위한 개그는 자칫 불쾌함을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송인 유병재 역시 ‘블랙코미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풍자 개그가 “서구문화에서 들어온 새로운 장르이기 때문에 유교문화와 결합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할 성장통이라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사프로의 지나친 예능화나 정치풍자를 위축시키는 ‘정치 팬덤’을 경계하는 이들도 많다. 박성준 평론가는 “대중의 정치적 관심을 향상시키는 기능보다 시청률 경쟁에 매몰돼 객관성을 잃을 수 있다는 한계도 있으며, 정치인에 대한 지나친 ‘팬덤 문화’가 정치인에 대한 조롱을 주저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풍자는 ‘수위’에 대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비판을 약하게 할 경우 ‘재미없다’는 평가를 받고, 강하게 비판할 경우 정치인 팬덤의 공격을 받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도 지키면서 풍자의 칼날과 재미도 만들어야 할 블랙코미디 장르가 가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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