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군 정치개입 Ⅰ] 한국 사회 뒤흔든 계엄령 문건
[이슈메이커_ 군 정치개입 Ⅰ] 한국 사회 뒤흔든 계엄령 문건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8.08.31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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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한국 사회 뒤흔든 계엄령 문건

 

군 정보부대 체질 변화 가능할까?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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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만에 한국 사회에 다시 ‘계엄령’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있던 2017년 3월, 국군기무사령부를 위시로 대한민국 전역에 계엄령 선포를 모의한 것이 밝혀진 것이다. 만약 실현되었다면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곱 번째 군사 반란이자 네 번째 군사 쿠데타가 되었을지도 몰랐을 일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수사에 나선 군과 검찰은 문건 작성을 주도한 ‘몸통’ 또는 ‘윗선’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계엄 실행계획의 ‘진실’은 무엇?

 

파문의 시작은 지난 7월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공개한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의 부속 문서를 통해서다. 문건에는 2017년 탄핵 촛불정국 시위에 참여했던 시민들을 종북세력으로 추정하고 만약 폭력 행위가 발생할 경우, 이를 빌미삼아 계엄령을 발동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광화문 광장과 서울시청을 비롯해 국회, 헌법 재판소등에 장갑차와 탱크 부대를 보내 거리를 점거하고 무장병력과 특전사들을 배치할 계획도 밝혀졌다. 이처럼 쿠데타 의혹이 불거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해외 순방 중 독립적인 수사단을 구성해 의혹을 규명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중요한 점은 문건이 누구의 지시로 작성되었느냐이다.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과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은 “위수령과 계엄에 대한 검토 차원에서 문건을 작성했다”고 밝혔지만 자료에 대해선 아직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일각에선 문건내용을 바탕으로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이나 황교안 전 국무총리, 혹은 직무정지 상태이던 박근혜 대통령이 불법적으로 지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주장도 제기한다. 이에 대해 김 전 실장 측은 “지시를 한 적도 보고를 받은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이처럼 관련자들은 ‘계획이었을 뿐 실행 목적이 아니다’라고 주장해왔지만, 비밀작전처럼 수행한 것은 실행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강한 의혹을 사고 있다.

 

‘계엄 실행 계획의 진실’에 대한 문제와 함께 ‘계엄 문건 보고과정의 진실’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사안을 놓고 국회 청문회에서 기무사 장교들이 송영무 장관에게 항명을 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는데, 군 지휘권에 도전하는 모습은 기무사 자체가 국민들에게 특권 조직처럼 인식되게 만들었다.

 

내란음모로 볼 수 있는가

 

여권에선 문건과 자료의 작성 관련자를 색출해 내란음모로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실제 많은 법조인들은 이 문건의 작성자 또는 작성 지시자에게 내란음모예비죄가 성립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문건에 따르면 기무사는 명백한 계엄 상황이 아님에도 계엄을 실질적으로 선포하려고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성명을 통해 “문건 작성 행위 자체가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한 것으로서 중대한 위헌적 행위이다”며 군형법상 반란 예비·음모죄도 성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기무사 내에서 내란 범죄의 시기나 대상, 역할분담 등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인지하고 합의가 이뤄졌는지는 변수다. 이 때문에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인은 “자료가 종이에만 적혀졌고 실제 실행이 안 된 사안이라면 처벌하기 쉽지 않다”고 반박하기도 한다. 또한 청와대가 수사 관련 문건을 직접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적정성 논란이 있다.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청와대 대변인이 먼저 공개하고 대통령이 언급하는 상황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성숙한 민주 사회 구축 동력 삼아야

 

비단 계엄령 문건뿐만 아니라 그동안 민간인 사찰과 사이버 댓글 공작 등으로 끊임없이 구설에 오른 기무사 해체에 대한 여론이 높아지자 국방부는 새롭게 ‘군사안보지원사령부’라는 군 정보부대를 출범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대대적인 인적청산을 통해 정치개입을 일삼은 군 정보부대의 체질을 바꿔놓을 방침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통수권자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익명을 전제로 한 인터뷰에서 “방첩대와 특무대, 보안사령부와 기무사까지 이름은 계속 바뀌었지만 군사정권의 집권을 꾸준히 도우는 등 그동안 달라진 건 없었다”며 “이번만큼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계엄문건의 목적이 탄핵심판 불복으로 치안이 극도로 무질서해질 경우를 대비한 비상조치였을지, 시민들을 향한 실질적인 실행계획이었을지는 민군 합동수사본부의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폭로된 자료 어디에도 국민 주권주의나 헌법적 가치, 국가와 역사에 대한 인식은 찾아 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실체적 진실과 목적을 제대로 밝혀 국민들이 받았을 충격을 상쇄하고 성숙한 민주 사회의 발전 동력으로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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