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人 I] 인류가 가진 가장 유서 깊은 언어 ‘상징’
[로그人 I] 인류가 가진 가장 유서 깊은 언어 ‘상징’
  • 경준혁 기자
  • 승인 2014.11.21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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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경준혁 기자]

[로그人 I - 상징] 인류와 상징



인류가 가진 가장 유서 깊은 언어 ‘상징’


의식 속에 뿌리 깊이 자리 잡는 ‘이미지’의 힘




최근 인터넷에서는 한 태국인이 태극기 위에 용변을 본 사진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양국 간의 축구경기 이후 벌어진 이 사건은 국가모독으로 여겨지며 많은 이들의 분노를 샀다. 태극기는 분명 한국이 아니다. 그러나 태극기는 한국을 상징하고 우리 모두를 상징하고 있다. 반일감정이 높아지던 시기 중국에서는 일본에서 시작된 다국적 기업들을 테러했다. 세븐일레븐과 같은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인들에 의해 테러의 대상이 됐다. 세븐일레븐은 일본이 아니지만 일본을 상징하는 기업들이다. 이처럼 상징은 인류의 심리 뿌리 깊은 곳에 자리하며 서로를 구분하고 자신을 특정 짓는 하나의 매개로 작용하고 있다.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다


  인류가 지각능력을 갖게 된 이후, 언어보다 먼저 사용한 것은 상징이다. 상징(Symbol)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언어로서 지금까지도 다양하게 변용되며 존재하고 있다. 고대의 상징들은 주로 신체와 동물에 관련되어 있었다. 남근은 태양과 관련해 풍요와 보호의 개념을 가지고 있다. 또한 남근 형상을 새긴 고대의 장례용 물건들은 사후세계에서도 그 삶이 지속됨을 의미하며, 남근 형태의 부적은 농부와 어부들에게 풍요를 불러오는 것으로 인기가 높았다. 


  치아는 공격과 방어의 상징으로 쓰였다. 동물들과 달리 날카로운 손톱이나 발톱을 가지지 못한 인간에게 유일하게 허용된 공격수단은 치아였다. 동물들의 그것에 비하면 보잘 것 없지만 인체에서 가장 단단하고 날카로운 부위 중에 하나라는 점에서 치아는 인간이 가진 공격적인 성향을 잘 나타내는 물건이었다. 배꼽은 생명의 원천을 상징한다. 어미와 아기를 잇는 탯줄과 그 분리로서 하나의 생명을 나타내는 부위인 것이다. 또 아기를 잉태하는 공간인 배는 생명의 인식처로 인식됐다.




  동물의 경우에는 용맹성이나 힘을 과시하기 위한 상징물로 쓰였다. 호랑이를 타고 있는 신의 모습은 힘이 넘치는 전투의 상징이기도 했다. 또한 중남부 아메리카에서는 샤먼이 재규어로 변신하여 신비로운 힘을 행사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재규어가 영혼세계를 대변하는 존재로도 인식되었다. 우리가 흔히 돼지를 탐식과 무지로 인식하는 것과는 달리, 고대 문화에서는 어머니를 대신하는 다산성을 의미하기도 했다. 또한 중국에서는 풍요와 정력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동물과 관련된 상징의 현상은 우리의 고대 설화나 현재까지 남아있는 각종 미신적 요소에서도 드러난다. 단순신화에 등장하는 곰과 호랑이는 각각 곰으로 상징되는 부족과 호랑이로 상징되는 부족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으며, 까마귀는 흉조를 까치는 반가운 손님을 상징하는 매개로 등장하고 있다. 





위대한 자부심과 권위를 나타내다


  역사시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상징은 앞서 우리나라 단군설화의 예처럼 하나의 집단을 상징하는 것으로 사용되어 왔다. 이러한 상징을 가장 잘 활용한 예는 바로 고대의 로마제국이다. 로마제국을 상징하는 독수리 문장은 지금까지도 독일을 나타내는 깃발 중 하나로 사용되고 있다. 독수리는 조류 중 가장 강한 동물이며 용맹함을 상징한다. 그리스 신화에서도 주신인 제우스(Jeus)를 대신하는 동물로써 독수리가 등장한다.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쪼아 먹도록 제우스가 보낸 동물이 바로 독수리다. 


  이러한 독수리 문장은 고대 로마제국이 로마군의 상징으로 사용하면서 전 유럽으로 퍼져나간다. 카르타고와 이집트를 집어삼키고 지중해 전역을 지배했던 강대한 로마제국의 병사들은 독수리 문장을 통해 자부심과 권위를 나타냈다. 독수리가 새겨진 군단기는 단순한 과시용보다는 소속감과 자부심을 나타내는 상징이었다. 전투시 군단기를 지키는 것은 가장 중요한 일이었고, 상대방은 로마군으로부터 군단기를 빼앗은 것을 승리의 결정적인 전리품으로 삼았다.





  고대 로마제국이 멸망한 이후 그 정통성은 동로마 제국과 신성로마제국으로 이어지게 된다. 동로마 제국은 동서 로마의 통합을 위해 쌍두 독수리를 정식 국장으로 채용했으며, 신성로마제국도 정통성을 나타내기 위해 독수리를 국장에 사용하게 된다. 신성로마제국이 1433년부터 사용한 제국독수리(Reichsadler)는 날개와 다리를 펴고 서 있는 듯 한 형상이었으며, 이 때문에 이 독수리는 ‘사방 독수리’라고 칭해졌다. 펼쳐진 날개의 깃털에는 제국의 주요 영방국들의 문장이 새겨지며 신성로마제국의 강대함을 나타냈다. 


  프로이센이 독일 통일을 달성하자 통일된 독일 제국 역시 문장으로 독수리를 채택했다. 이후 1차 대전을 패전하고 세워진 바이마르 공화국 또한 독수리를 국장으로 사용했으며, 이는 히틀러의 제3제국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히틀러는 나치의 상징으로 독수리의 발에 스와스티카(Swastika)를 들려 놓았다. 고대부터 부와 행운의 상징으로 사용되던 꺾인 십자가는 나치독일의 국기(하켄크로이츠, Hakenkreuz)로 사용되며 악명을 얻었다.





공포와 두려움을 주는 존재


  유럽에서 각 가문과 국가의 권위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됐던 ‘상징’은 아메리카 대륙으로 넘어오며 당시 카리브해를 주름잡던 해적들의 상징으로 변모했다. 영어권에서 흔히 해적의 깃발을 ‘졸리 로저(Jolly Roger)’라고 부르는 데, 이는 프랑스어로 예쁜 붉은색이라는 뜻의 ‘졸리 루즈(Jolie Rouge)’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아메리카 대륙을 통한 무역과 식민개척이 활발해지며 대륙에 둘러싸여 있는 카리브해는 하루에도 수많은 상선이 지나다니는 교통의 중심지가 되었다. 아메리카 식민개발의 경쟁국이었던 영국,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인들은 상호 견제를 위해 은밀히 해적들을 비호하는 정책을 펼쳤다. 상선과 무기를 지원하며 적국의 상선을 공격하고 약탈하라는 것이었다. 이 같은 방법은 전면적인 국가전쟁으로 번지지 않으면서도 상대를 교란하고 방해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었다. 흔히 버커니어(Buccaneer)이라 불렸던 이들은 각자의 모국 국기 아래에 자신들을 상징하는 깃발을 달고 싸웠다. 목적은 분명했다. 무시무시한 공포의 이미지를 불러일으켜 희생자들을 위협하는 것이었다.




  이들 버커니어들이 선호하는 기의 색깔은 ‘피’를 뜻하는 붉은색이었다. 그 색의 전통적인 의미는 자비를 베풀지 않고 최후까지 싸우겠다는 것이다. 또한 상대방에게 즉시 두손 들고 항복하는 것만이 학살을 피하는 대안이라는 걸 암시했다. 어떤 해적선 선장들은 이미 사람을 공포에 질리게 하는 깃발에 다시 위협을 가중하기 위해 붉은 기에 바탕을 둔 독자적인 도안들을 만들어냈다. 이 도안들이 우리가 말하는 ‘해적기(Jolly Roger)’다. 


  이후 검은색에 바탕을 둔 해적기는 경고의 붉은 깃발에서 직접 유래하여 졸리 루즈라는 집단적인 이름 아래 분류된다. 검은 해적기가 보고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초부터였는데, 1700년에 첫 사례가 기록되었다. 15년 이내에 해적들은 대부분 검은 기를 사용하게 되었고, 1714년까지 검은 기는 해적의 상징으로 널리 인정받았다. 


  이러한 깃발의 목적은 목숨을 건 싸움을 되도록 피하기 위한 것이 컸다. 잔혹하다는 평판은 곧 저항의 의지를 잃게 만드는 수단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 출신 해적인 콜로네와 같이 지나치게 악명높은 해적이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오기도 했다. 희생자들은 어차피 죽는다는 걸 알게 되면 강력하게 저항하게 되기 때문이다.


  해적들의 지나친 활동 탓에 무역이 위축되자 각국 정부는 강력한 소탕전을 시행한다. 이후 해적은 카리브해에서 대부분 자취를 감췄고, 현재에는 ‘자유’와 ‘모험’의 상징으로서 그 흔적만 남아있다.





더 단순하게, 더 강렬하게


  중세유럽과 대해적시대를 거쳐 온 ‘상징’은 현대사회에 이르러 기업의 ‘로고(Logo)’로서 자리 잡게 된다. 자본주의 시대에 접어든 세계는 부의 축적과 이윤의 창출을 위한 경제활동집단인 ‘기업(Company)’를 탄생시킨다. 세계 최초의 기업은 일본의 ‘콘고구미’라고 알려져 있지만 기업문화가 출발한 것은 유럽의 ‘길드(Guild)’제도라고 말한다. 


  해양시대에 접어든 유럽은 국가와 국가, 지역과 지역 간의 교류가 활발해 지며 거대한 경제성장을 일군다. 경제 성장의 이면에는 늘 이익집단 간의 경쟁이 생기기 마련이고, 이러한 이익집단들은 각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직업별, 직군별로 모임을 결정한다. ‘길드’라고 불렸던 이러한 모임은 유사한 직종을 가진 상공인들이 공동의 이익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현재의 기업과 유사한 면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러한 길드 중 유력가문들은 각자의 문장을 갖고 공동체의 결속을 강화했는데, 이것이 현재의 기업 ‘로고’로 발전하기에 이른다.




  기업의 로고는 단순하고 강렬하다는 점에서 노출되는 상대방의 기억에 잘 남게 된다. 때문에 수많은 기업들은 각자의 독특한 로고를 만들어내고, 기업의 이미지를 알리는데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스타벅스(Starbucks coffee)’와 같은 기업의 로고는 창업자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인어 ‘세이렌’을 모티브로 만들었다고 한다. 경영진은 이 로고를 더 단순하고 심플하게 개량해가며 자사에서 생산하는 커피, 컵, 텀블러 등의 제품에 새기기 시작했고, 현재는 그 로고만으로도 기업을 떠올릴 수 있는 상징이 되었다. 그 밖에도 나이키, 아디다스 등의 글로벌 스포츠 기업과 벤츠, 아우디, BMW, 폭스바겐 등 자동차 기업, 폴로, 라코스테 등 수많은 기업들이 각자의 브랜드와 이미지를 상징하는 로고를 통해 기업의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글로벌 기업인 코카콜라는 로고를 더욱 단순화 시켰다. 물결치는 흰 줄무늬와 붉은색만으로도 우리는 목을 타고 흐르는 시원하고 달콤한 탄산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삼성 그룹은 오랜 기간의 홍보와 이미지 메이킹을 통해 ‘푸른색’을 기업의 상징색으로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인종과 종교, 언어와 국가를 뛰어넘어 어디에든 통용될 수 있는 ‘상징’은 현재 기업의 가장 탁월한 홍보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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